[조은뉴스=조대형 기자]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하는가?

세상 사람들이 공부하는 목적은 대다수 자아의 확장이다. 수만 가지의 지식과 기술을 밑줄 긋고 별표를 수십개 표시하면서 머리 싸매고 하는 공부. 이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고 비싼 연봉을 받기 위해 피땀을 흘리며 노력한다. 그들의 공부는 다른 사람들을 내 발밑에 두고 좀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이다.

그런데 여기에 별종이 있다.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천하를 호령하기 위한 공부를 하는 반면 천하를 손에 쥔 사람을 뛰어넘는 사람이 있다. 수천만 명을 발아래 두었던 황제를 무시하고 비웃었던 사람이 있다. 바로 보리달마(菩提達磨)다. 그리고 그의 후예들이 있다. 그들의 직업(?)은 선사(禪師)다.

선사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진리를 소유해 권력을 휘두르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진리를 알기 위해 읽거나 외우지 않았으며, 문자와 개념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오직 바로 볼 뿐이었다. 나병 걸린 병자를 병자로 보지 않았고, 병자 이전에 사람임을 잊지 않았다.

그들이 평생에 걸쳐 우리에게 가르쳐 준 점은 깨달음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 깨달음은 황량한 거리를 자유롭게 부유하는 비닐봉지에도 있으며, 보살은 편의점에서 사먹는 라면에서도 만난다. 멀리 찾을 필요가 없다. 밥숟가락 드는 게 수행이고 남에게 욕먹는 게 수행이다. 인생이 곧 수행이다.

<공부하지 마라>(조계종출판사)는 조사선(祖師禪)에서 바라본 공부법에 관한 책으로 선사들의 활연대오(豁然大悟)하는 순간을 포착해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여기서 조사선이란 글자의 뜻풀이에 매이지 아니하고 이심전심으로 전하는 선법(禪法)을 이른다.

이 책에는 수많은 선사들, 초조 보리달마부터 마조 도일 · 임제 의현 · 조주 종심…퇴옹 성철까지 조사선으로 깨달음에 이르는 찰나의 일화와 어록을 담았다.

선사들이 깨친 그 순간의 생생함과 역동성에 등줄기에 절로 땀이 흐를 정도다. 이는 생생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구성진 입담이 한몫한다. 기존의 조사선에 관한 책들이 틀 안에 갇혀 있다면 <공부하지 마라>는 ‘틀’이라는 허상을 깨치고 나온 책이다.

세간의 통념에 갇힌 ‘공부’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출발해 과연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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