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보건의료시장 대변혁 예고...경쟁낙오=퇴출?

의료면허가 없는 이모씨(55)는 염모씨(73) 등 의사 2명과 간호사 1명을 고용해 병원을 경영하다 경찰에 적발돼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임상병리사로 일하면서 배운 실력(?)과 경험을 토대로 전주시 완산구에 고용의사 명의로 노인요양병원을 개설해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사실상의 병원 운영자이면서 직함은 경영지원팀장이었다. 고령인 염씨의 면허를 빌려 의료기관을 운영했던 것인데 이것이 현행법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비영리법인이나 다른 의사에게 고용되는 것은 허용되지만 비의료인에게 고용돼 진료하는 것은 불법이다. 따라서 이씨의 병원에 고용돼 월급을 받고 일한 의사와 간호사도 함께 처벌을 받게 됐다.

◆ 비 의료인 의료행위 "OK"

그런데 앞으로는 이같은 행위가 처벌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기획재정부)가 내년 하반기까지 추진하기로 한 ‘전문자격사제도의 선진화 방안’은 한마디로 시장 진입 및 영업 활동을 제한하거나 분야별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경영 참여를 허용하는 일명 ‘영리병원’을 지향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꼽은 불합리한 규제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문자격사를 고용한 영업 및 전문자격사만의 법인 설립 제한 ▲전문자격사 1인당 하나의 사업장으로 제한 ▲복수의 전문자격사단체 설립 제한 및 단체 가입 강제 등이다. 바로 이러한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자본 및 경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서비스기업의 전문화·대형화 및 서비스품질 개선 등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 보건·의료산업 전문가 집단 경쟁만이 살길?

바야흐로 보건·의료산업의 치열한 경쟁시대를 예고한 셈이다.

만일 정부 발표대로 규제가 완화되면 앞으로는 비의료인이 의사 등 전문자격사를 고용할 수 있고 의료법인도 설립할 수 있어 이씨처럼 처벌받지 않아도 된다. 지금도 일부 대기업 등 비 의료인(법인포함)이 자본을 투자해 의료사업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를 합법화하는 것이어서 재벌그룹 등 거대자본의 의료시장 또는 헬스케어시장 참여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이제는 의사 약사 한의사 등 전문자격증 하나로 벌어먹고 살던 시대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제2, 제3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등과 같은 전문자격사단체 설립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 서민들, 병원 문턱 높아질 듯...재벌그룹·제약회사, 요양기관 설립 가능

우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기관이 출현할 경우 고용 의사들에게도 철저한 경쟁의 원리가 적용돼 고가약물 및 약물 과다처방 현상이 나타나고 이에따라 건강보험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영의료보험 시장까지 가세할 경우, 돈없는 서민들의 병원 문턱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약국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초대형 약국(또는 기업형 법인약국)이 등장해 고용 약사간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도매상이나 제약회사가 법인약국 또는 영리병원 경영에 직접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의사나 약사가 운영하는 지금의 동네병원과 동네약국은 거의 예외없이 문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 동네병원·동네약국, 구조재편 예고

의사 약사 한의사 간호사 등 전문가집단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의사협회, 약사회,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간호사협회 등은 조만간 모임을 갖고 이명박 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시장만능, 경쟁만능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대 여론이 강하면 잠시 후퇴하는 척 할지는 몰라도 한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추진하는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알고 있다"며 "한반도 대운하사업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국제고 설립 등 지금의 모든 정책들은 이 대통령의 의중이 있는 것이기에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도 결코 철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고용의사가 늘게 되면 실적이 좋지 않은 의사나 병원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의사나 약사는 물론 병원장 목숨은 파리목숨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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