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28%가 月 1회 이상 성관계 즐겨, 인식 개선이 최우선

[조은뉴스=임시후 기자]  지난 2002년 개봉된 박진표 감독의 영화 ‘죽어도 좋아’는 70대 노인들도 젊은이 못지않은 성욕을 갖고 있다는 내용을 사실적으로 전달해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우선 노인이 실제 자신의 사연으로 등장하는 파격적 구성이 그러했고, 노인을 힘없는 약자로 취급해왔던 사회의 통상적인 관념을 과감히 탈피, 섹스까지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사회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비록 영화 속 이야기였지만 이러한 모습은 성적 욕구가 더 이상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며, 과거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노년의 뜨거운 사랑이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을 선물했다.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 속 60대는 더 이상 흰머리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니다. 또 젊은 사람보다 더 젊음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70~80대 노인도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즉 나이만 들었지 신체적으로는 건강한 이른바 ‘젊은 노인’의 시대가 도래한 것. 이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경로연급지급을 비롯해 복지시설 확충 등노인복지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으며, 보다 나은 양질의 삶을 제공하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노력의 손길이 분주해 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노인의 성문제는 시종일관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관심이 부족한 상황. 이는 개인적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인생은 60부터, 성생활 은퇴 NO

서울시가 서울시립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시내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상대로 ‘노인의 성’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가 매우 흥미로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3명은 월 1회 이상 성관계를 갖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성생활을 지속하는 노인의 월 평균 성관계 횟수로는 1회가 31.1%, 2회가 40.8%순으로, 이들 중 53.4%는 성관계에 만족하고, 55.2%는 충분한 횟수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애무에 흥분을 느끼는 편’이라고 답한 노인도 68.8%로 파악돼 황혼의 성이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임을 입증했다.

성관계 대상으로는 배우자가 76.4%, 이성친구가 16.2%였다. 아울러 조사대상 노인의 21.7%는 이성친구가 있다고 답했으며, 이성을 만나는 장소로는 복지관·경로당이 51.3%로 가장 많았고, 각종 모임·단체도 13.1%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81.8%는 성관계를 위해 약물 또는 기구를 사용하지 않지만, 11.6%는 발기부전치료제를, 2.1%는 윤활제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이 사용하는 성보조 도구 중에는 진품이 아닌 것이 대부분으로 밝혀졌다. 저렴한 대신 부작용이 많은 것이 노인들 사이에 제재 없이 유통되고 있는 것. 자칫 잘못 사용할 경우 노인의 건강만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년기에 성매매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인이 16.2%로 비교적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성매매 횟수는 지난 2년간 5회 이하인 경우가 56.7%, 6~10회는 26%였다. 성매매 경험이 있는 노인의 성매매 장소로는 모텔 70.5%, 집장촌 9.6%로 나타났으며, 노인들에게 성을 파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의외로 40대가 30.0%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동거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50%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해 보수적이고 유교적인 관념을 갖고 있는 노년층사이에서도 개방적 사고가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무분별한 성매매를 경험한 노인의 10.3%는 성병에 걸린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감염 경로는 성매매가 65.2%로 가장 높으며, 이성친구, 배우자 순이었다. 반면 성교육을 받아본 노인은 18.3%에 불과해 노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상담과 강좌를 강화한 체계적인 성교육을 실시해 노인들의 건전한 노후생활을 도모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9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발기부전 장애를 입은 피해자가 가해 차량과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부가 병원에 피해자의 신체 감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 성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남자 나이를 69세까지로 판단했다.

60세까지는 주 2회. 69세까지는 주 1회의 성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것으로 가정해 성관계시 필요한 보형물 삽입과 교체비용, 발기부전 치료를 위한 비아그라 복용비까지 총 4,9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남성 성관계 기간을 69세까지로 본 경우지만, 일부 다른 재판에서는 71세나 심지어 사망하기 직전까지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등 노인들이 활발한 성생활을 원하고 있음을 여실이 보여주고 있다.

그늘로 내몰린 ‘황혼의 性’

성스러워야 할 황혼의 성(性)이 성매매라는 그늘에 가려져 방치되고 있다. 배우자가 없거나 설사 있다하더라도 거부할 경우, 특정만남의 장소에서 알게 된 여러 명의 파트너와 성관계를 갖거나 성매매 여성과 음성적 관계를 통해 성병에 노출, 만연되고 있는 것.

이러한 상황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서울시 종로구 종묘공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갈 곳 없는 노인들을 위한 유일한 쉼터로 잘 알려진 종묘 공원이 최근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부대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릴없이 홀로 앉아 있는 남성 노인들만을 노린다는 이들은 주로 50대 여성으로 박카스를 건네며 친근하게 다가선다.

이렇게 말문을 트기 시작하면 1시간가량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공감대를 형성한 이들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인근의 포장마차로 자리를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종 목적지인 여관으로 향한다.

이들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 노인을 실신시킨 뒤 금품을 강탈하는 일 역시 서슴치 않으며 젊은 꽃뱀만큼이나 화려한 언변과 행동으로 뭇 남성 노인의 마음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런 그녀들 사이에서도 엄연한 법칙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피임기구 없이는 절대 관계를 갖지 않는 다는 박카스 아줌마들은 하루 잠자리 금액으로 1만 5,000원에서 많게는 50만 원 가량의 돈을 요구하며 이를 통해 생계유지를 이어가고 있다.

종묘공원 또 다른 한 곳에선 몇몇의 남성 노인들이 여성 노인을 향해 “술을 사주겠으니 오늘 한번 놀아보자”라면서 속된 말로 그들만의 작업 아닌 작업을 건다. 이는 이들의 세계에서 불리는 성매매 방식 중 하나로 서로 흥정이 이루어지면 현금이 오가고, 그들은 그렇게 또 인근 여관으로 향한다. 이 같은 상황은 여성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종묘공원에 성매매를 목적으로 오는 여성의 수는 하루 대략 200여 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은 주로 박카스 아줌마나 장애인, 조선족 등으로 연령대는 젊게는 20대부터 넓게는 80대까지 세대를 아우를 만큼 다양하다. 평소 이곳에서 여가시간을 활용한다는 박 할머니(68)는 “그래도 요즘엔 단속을 하니 덜 한편이야. 여기선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라 특이하지도 않아”라며 무덤덤해 했다.

노인들의 안락한 쉼터로 사랑을 받았던 종묘공원이 노인의 유일한 성욕 해방구로 타락한지 오래. 이러한 사실은 이곳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서울 혜화경찰서가 ‘기초질서 캠페인’의 일환으로 종로구보건소와 강북삼성병원 지원을 받아 종묘공원을 찾은 노인 320명을 대상으로 무료 검진한 결과, 상상을 초월할만한 통계결과가 나와 충격을 준 바 있다. 60대 남성 1명이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에이즈에 감염된 상태였으며, 27명이 임질이나 매독 등 성병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종로구 인근 경찰과 구청은 노인들을 상대로 콘돔 나눠 주기 등의 캠페인과 박카스 아줌마 단속을 병행하고 있지만, 혈기 왕성한 노인들의 성매매는 전혀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노인들 중 일부는 콘돔 사용법 자체를 몰라 자의반 타의반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노인의 일탈은 범죄로 까지 이어지기도 하는데, 전체 성폭행범 가운데 5%가 노인으로 노인의 성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장차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바른 성관계 노년기 건강에 ‘청신호’

옛 소련 장수 연구위원회에서 수천 명의 대상자들을 연구 분석한 결과, 60세까지 성생활을 지속적으로 해 온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8년~10년 간 수명이 더 연장됐다. 또 60~80세 사이에서는 성호르몬의 양과 성욕이 감소되는 반면 80세 이상이 된 후에는 오히려 성호르몬의 양과 성욕이 확연이 증가돼 90세에 이르러서는 50세 안팎의 수준에 도달했다. 이 시기에 한 달 이상 성욕을 억제하면 도리어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주었고, 70%가 성관계를 가진 다음 4~6시간 후 관절염의 통증이 감소되는 놀라온 효과를 낳았다.

이는 섹스 횟수와 수명이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 실제로 섹스를 많이 하면 할수록 장수한다는 것이 현대의학의 견해다. 꾸준하게 혈관·뇌·자율신경이 건강한 상태를 유진한다면 80세, 90세 나이와 관계없이 언제나 섹스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년이 규칙적인 성생활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고환과 음경의 위축과 퇴화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중·장년층 남성이 쉽게 걸릴 수 있는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아울러 성관계시 뇌를 자극하여 치매를 예방하고, 엔돌핀을 분비시켜 스트레스 해소와 통증 완화 및 면역력 강화 등을 가능하도록 한다. 또한 제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 해도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성인병의 전조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노인 질병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계기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성관계는 자주 하면 할수록 건강에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70세가 넘어서도 성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은 삶을 생활하는데 있어 더욱 여유로움이 묻어나며, 지정능력도 쇠퇴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다는 뉴스만 보아도 노년기 올바른 성관계는 신체건강이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제2의 삶을 시작한 김영석(77,가명)할아버지와 최옥희(73,가명)할머니 역시 신혼의 꿈에 젖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 노부부가 타 부부보다 젊고 활력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부부관계에 있다. 재혼을 결심할 당시 다른 것은 몰라도 부부관계만큼은 주기적으로 시행하자고 약속했던 이들은 현재 그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해 나가며 젊은 부부만큼이나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있다.

소외된 노년의 성, 따뜻한 시선으로 봐야 해

노인의 성을 주책이고 부끄럽다고 폄하하기 보단 넓은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점이다. 이상하리만큼 한국 사회에서는 노인의 성적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왔다. 오히려 노인이 성적 욕구를 드러내기라도 하면 ‘추잡한 늙은이’ 취급을 하며 저급한 표현 등으로 매도하기 바빴다. 이러한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성적 욕구를 무조건 자제하기보다는 우선 노인 성문제에 대한 관대한 분위기를 형성해야 하며, 건전하게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어 노인의 성은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간단한 문젯거리가 아니며, 노인들도 성적욕구를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는 하나의 성 인격체로 인정해주는 문화 패러다임이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이렇게 되지 않을 경우 노인들의 성적 욕구를 분출할 기회는 점점 사라지게 되고, 결국은 범죄의 길로 빠져 아름다워야 할 노년생활이 파탄의 지경에 이르게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자신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자식들의 반대가 노인들의 성적 욕구를 더욱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인과 사별한 이후 40년 동안 힘들게 자식을 키우며 살아온 임승규(70,가명) 할아버지는 얼마 전 우연히 찾은 경로당에서 마음이 맞는 이성 할머니를 만나 재혼을 고민했지만, 자식들의 눈치를 살피기 바빠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애틋한 마음을 펴보지도 못한 채 마음속으로만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노인네가 주책이라며 손가락질을 할까 매우 조심스럽고 겁났다는 임승규 할아버지는 “내가 살아야 얼마나 더 살겠어. 자식들이 이해해주면 좋겠구만…”하며 자식들을 향한 서운함 감정을 내비췄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인복지진흥재단 홍미령 회장은 “노인들은 성 욕구와 관련된 행위를 자녀들에게 간섭받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음성적인 방법을 택하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자식들의 이해야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고로 옛말에 ‘밥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문지방 넘을 힘만 있어도 성욕은 있다’고 한다. 이야기하는 것조차 쉬쉬하며, 괜스레 말했다가 이상한 노인이란 따가운 눈총을 받을까 두려운 황혼의 性. 사회는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이들의 성을 모른척하는 방관자가 될 것인가.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노화되고 노년을 맞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 너 그리고 우리 모두 이 문제에 관해서 유교적 전통 윤리의 틀 안에서 벗어나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이 되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들의 사랑은 더 이상 노망과 엉큼한 주책이 아닌, 하나의 성스러운 사랑으로서 존중돼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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