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홍성룡 기자]   이완구 충남지사가 3일 정부의 세종시수정 방침에 반발, 지사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로써 세종시 수혜의 당사자격인 충남지사의 사퇴라는 점에서 세종시안 수정을 밀고 있는 여권에게는 정국운영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종시 원안추진에 도지사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해 왔다"며 지사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95년 민선자치제도 시행 이후 현직 지사가 중도에 사퇴한 것은 2003년 12월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한나라당 탈당 사직, 심대평 전 충남지사가 2006년 3월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던 국민중심당의 선거승리 등을 위해 사퇴한 이후 사상 세번째다.

이 지사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세종시 수정이 공론화된 지금 누군가는 법 집행이 중단된 점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동참해 준 국민 여러분과 원안추진을 당부한 충남도민 여러분의 소망을 지켜내지 못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저를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안에 대해 고민해 봤지만 국가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해 원안보다 더 나은 대안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선출직 도지사로서 어제는 법 집행에 협조해달라고 하고 오늘은 정반대의 논리로 다른 말씀을 드릴 자신이 없다"고 항변(抗辯)했다.

또 "지금 우리가 `효율'을 얘기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뒤에는 그것을 뛰어넘고도 남을 `신뢰'라고 하는 아주 소중한 가치가 있다"면서 "행정도시가 무산될 때 신뢰는 깨질 것이며 국민의 좌절과 상처, 갈등과 혼란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사퇴로 세종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국민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더 큰 가치를 입이 아니라 온 몸으로 말하려 한다"면서 "저의 사퇴가 모든 갈등과 분열을 화합이라는 용광로에 용해시키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사퇴는 그러나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권 내부의 세종시 갈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또 여권의 정국운영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지사는 다만 탈당 여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달라도 당내에서 싸우는 것이 진정한 정당정치다. 절대로 탈당하는 일은 없고 한나라당을 굳게 지킬 것"이라고 일축했고,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절대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