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제 2.289회]

한국 대표팀을 맡았을 때 히딩크 감독의 선수 길들이기 대상은 안정환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팀을 맡은 지 1년이 지날 시점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 페루자에서 뛰고 있던 안정환을 거의 팀에 합류시키지 않았다.

이탈리아 리그의 일정과 대표팀의 소집일정이 잘 맞지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당시 국내 유일의 빅리그 (이탈리아, 잉글랜드, 스페인의 축구 리그의 규모와 수준이 세계 최고여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말) 진출 선수인 안정환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지시사항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투사로 만들 필요가 있었기에 의도적으로 배제한 측면도 있었다.

히딩크 감독의 노림수는 안정환이 주제로 오른 인터뷰 마다 잘 드러났다. 그는 인터뷰 때 마다 안정환이 페루자에서 베스트11에 들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아무리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라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컨디션을 유지 할 수 없다.

안정환의 기량이 뛰어날지는 모르나 팀에서 정기적으로 경기를 소화해야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 할 수 있으니 그때 쯤 소집하겠다”고 말했다.

때로는 “안정환은 소속팀에서 베스트11로 뛰지 못하므로 완전한 세리에A 선수가 아니다”는 극언마저 서슴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의 길들이기는 안정환이 대표팀에 합류한 시점에서 더욱 뚜렷해 졌다.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나타난 안정환의 모습은 벤츠 SL600을 타고 매니지먼트사의 호위를 받는 등 그야말로 개선장군처럼 휘황찬란 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 장면을 2층 감독실에서 창문을 통해 모두 보고 있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 오후부터 시작된 훈련에서 안정환은 항상 비주전팀에만 기용됐다.

이런 히딩크 감독의 작전은 이전부터 언론을 통해 칼날처럼 날려댔던 독설과 함께 안정환의 승부욕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안정환은 부드러운 퍼머넌트가 들어간 최신 헤어스타일을 손질하지 않은 채 훈련에만 매달렸다.  항상 깔끔하기만 했던 얼굴도 면도를 하지 않아 꺼칠해졌다.

훈련에 나서는 그의 눈에는 전에 없는 독기가 넘쳐 흘렀다. ‘이래도 나를 무시 할 수 있느냐’는 무언의 시위가 묻어났다.

안정환이 이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그와 포지션 경쟁을 벌어야 하는 다른 선수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대표팀 전체의 훈련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을 ‘왕따’ 시키는 작전으로 자신이 원하는 팀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후에 “안정환의 능력에 대해서는 이미 확신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정신상태를 좀 고쳐놓을 필요가 있었다”는 말로 자신이 심리전을 펼쳤음을 시인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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