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쓸모없는 인간은 없다.' (2부) [제 2.198회]

(어제 1부에서 이어집니다.)
▶도둑놈 덕분에 목숨을 구한 맹상군의 인재양성
맹상군은 한 가지라도 재주가 있으면 식객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을 3등급으로 분리해 식사와 가마 그리고 집안의 대소사까지 꼼꼼히 챙겼다.

또한 맹상군은 손님을 접대 할 때도 병풍 뒤에 자신의 보좌관을 배치해 손님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모든 언행을 기록하게 했다. 그리고 그 손님이 자기 집으로 돌아갈 때면 손님보다 맹상군이 보낸 선물이 먼저 도착하도록 해 감동시켰다.

한 번은 맹상군이 많은 식객들과 식사를 했다. 칸막이가 쳐져 있고 불빛은 어두웠다. 그러자 식객 중 한 명이 “맹상군을 천하의 의인이라 여겼는데 와서 확인해 보니 아니구나. 분명 칸막이가 있는 곳에서 식사하는 맹상군은 우리와 다른 반찬을 먹을 것이다” 라고 소리쳤다.

일순 좌중은 술렁거렸다. 그러자 맹상군은 조용히 일어나 자신이 먹던 상을 많은 식객들에게 내보였다. 똑같았다. 단 한 가지의 반찬도 더도 덜도 없이 식객과 똑같은 상이었다. 소리를 쳤던 식객은 부끄러운 나머지 자리에서 뛰쳐나갔다.

이처럼 맹상군은 언행에 위선이 없었다. 그의 이름은 중국 전역에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위나라의 신릉군, 조나라의 평원군, 초나라의 춘신군과 함께 제나라의 맹상군을 전국 사군자라 불렀다.

이 중에서 맹상군의 거처에는 무려 3.000여 명의 식객이 기거하는, 그야말로 강호 제일의 인재집합소가 되었다. 기원전 299년 진나라의 소양왕이 맹상군에게 재상으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맹상군은 많은 식객과 가솔을 거느리고 진나라로 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진나라의 토박이 관리들의 질시와 모함이 시작되었다. 누군가 진의 소양왕에게 “맹상군은 분명 인재입니다. 하지만 본디 제나라 사람으로 진의 재상이 되어도 제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책을 많이 행합니다.

그를 그냥 재상에 두는 것은 진에게 장차 불이익이 되는 것이고 또 그렇다고 그를 제나라로 돌려보내면 훗날 진나라의 화근 덩어리가 될 것입니다. 제거해야 합니다.” 이 말에 귀가 솔깃해진 소양왕은 맹상군을 일단 자택에 연금시키고 죽일 생각을 굳혔다.

위기에 빠진 맹상군은 백방으로 사람을 연결해 소양왕의 총비인 연희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연희는 맹상군에게 보물인 호백구를 달라고 했다. 호백구는 여우의 겨드랑이에 있는 흰털만으로 만든 옷으로 호백구 한 벌을 지으려면 여우 만 마리가 필요한 귀한 보물이었다.

연희는 맹상군이 이 호백구를 가져와 진의 소양왕에게 진상품으로 바친 것을 본 것이다. 맹상군은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그때 식객 중 한 명이 나섰다. “제가 소양왕의 창고에 몰래 들어가 그것을 훔쳐 나오고 그것을 다시 연희에게 진상하면 됩니다.”

그 식객은 도둑질에 능한 사람이었다. 호백구를 훔쳐 온 도둑 출신 식객 덕분에 맹상군은 일단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다. 이제 진나라를 떠나는 일만 남았다. 맹상군은 황급히 진을 떠났다.

하지만 국경지역 함곡관에서 난관에 부딪쳤다. 성문이 굳게 닫힌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새벽닭이 울어야 성문은 열린다. 총비의 베개머리 송사로 잠시 맹상군을 놓아준 소양왕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추격대를 보내 맹상군을 죽이라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성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는 꼼짝없이 죽을 판이었다. 이때 식객 중 한 명이 나서 닭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온 성내 닭들이 덩달아 울기 시작했고 성문을 지키던 군졸들은 아침이 된 줄 알고 성문을 열었다. 이렇게 맹상군은 무사히 진나라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쓸모없이 그저 밥이나 축내던 도둑 출신과 동물 소리 흉내 잘 내는 식객 덕분에 맹상군은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계명구도(鷄鳴拘盜)’한 셈이다.

제나라로 돌아온 맹상군은 재상이 되었다. 기원전 298년 맹상군은 한나라, 위나라와 연합해 진을 공격하는 등 재상으로서 내치는 물론 국력의 외적인 팽창에도 힘을 기우렸다.

▶자신의 피난처를 최소한 3곳에 만들어라.
이 무렵 맹상군은 인생을 바꿀 사람과 만나게 된다. 바로 풍환이다. 풍환은 가난한 집안 출신의 볼품없는 선비였다. 게다가 그는 처음 맹상군의 집에 올 때부터 ‘밉상’이었다. 맹상군은 풍환에게 3급소의 자리를 주었다.

그러자 풍환이 장검을 두드리며 “어찌 밥상에 고기가 없느냐?”고 외쳤다. 맹상군은 그를 2급으로 올려주자 풍환은 다시 장검을 두드리며 “내가 출입을 하는데 어찌 가마가 없는가?” 라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맹상군은 그를 1급소에 보냈다. 이제 불평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풍환의 불평은 계속되었다. “내 가족이 먹고 살 것이 없구나!” 맹상군은 그의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재물을 대주었다. 그리고는 정이 떨어져 1년 정도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맹상군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 소작농들이 제대로 세를 내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를 영지에 보내 재촉하고 세를 받아야 했다. 맹상군은 풍환을 생각했다. 물론 그가 그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풍환은 떠나면서 맹상군에게 물었다.

“제가 가서 식읍의 밀린 빚을 받으면 무엇을 사올까요?”
“글쎄, 이곳에 없는 것을 사가지고 오시게!”

사실 맹상군에게 부족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먹는 것, 입는 것이 넘쳐나는 집이었다. 영지에 도착한 풍환은 소작농을 분리했다. 세를 내는 자, 조금의 시간을 주면 낼 수 있는 자, 그리고 상환 능력이 없는 자로 분리했다. 그리고 그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맹상군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 소작세를 낼 수 없는 자들의 차용증서를 모두 태워버리라 하셨소! 여러분들에게 맹상군께서 큰 은혜를 베푸신 것이요!” 소작농들은 맹상군의 큰 배포에 감탄하고 감동했다.

풍환이 돌아왔다. 자초지종을 들은 맹상군은 불같이 화를 냈다. 돈을 받아 오라 했더니 차용증서를 다 태우고, 또 그나마 받은 돈으로는 소작농들을 모아 술과 고기로 잔치를 하느라 더 써버린 풍환의 행동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러자 풍환이 맹상군에게 말했다.

“군께서 저에게 빚을 받으면 이곳에서 부족한 것을 가져 오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재물이 넘쳐나지만 이곳에 있지 않은 의리와 은혜를 가져왔는데 어찌 화를 내십니까?

어차피 갚을 능력이 없는 자들은 재촉해도 도망밖에 선택 할 것이 없습니다! 그들은 군을 원망하며 고향을 떠날텐데 어찌 군께서는 돈을 사랑하시고 백성은 사랑하지 않습니까? 빚문서를 태워 대신 ‘맹상군은 덕이 있는 군자’ 라는 이름을 얻은 것입니다!”

맹상군은 풍환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탄복했다.
그리고 풍환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내일은 3부로 이어집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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