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78세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살아오며 한 가지 절실히 느낀 바가 있다. 무슨 일에든지 기초를 튼튼히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건물이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부실건물이 된다. 사람의 인격도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부실인간이 된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절실히 느끼는 바가 있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사회란 점이다. 기초가 튼튼치 못하니 작은 일에도 온 나라가 통체로 흔들린다.

나는 직책상 여러 나라를 여행한다. 나라마다 방문하여 그 나라에 대하여 느끼는 바가 있다. 북한을 방문하였을 때마다 가슴 아프게 느낀 바가 있다. 민생(民生)의 기초가 약한 점이다.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이 산에 나무가 없는 점이다. 북한 농촌을 다녀보면 산에 나무 한 그루 없는 산들이 즐비하다. 어떤 산에는 일부러 나무 한 그루라도 찾아보려 애써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비가 조금만 많이 오면 홍수가 나고 조금만 가뭄이 와도 곡식이 자라지 못한다.

UN 식량농업기구가 북한을 답사 조사하고 나서 북한 농업의 기초를 세우려면 100억 달러의 예산으로 20년을 투자하여야 농업의 기초를 닦을 수 있다고 보고한 바가 있다.
두레마을이 20여 년 전 북한 땅에 시범농장을 세워 운영한 적이 있다. 북한 주민들이 굶주린다는 소식을 듣고 동족을 돕고 싶은 마음에 자원하여 시범농장을 세워 북한 농민들을 돕고픈 마음으로 자원하여 북한으로 갔다. 두레마을의 농업경영 방식으로 모범농장을 세워 북한 농민들이 와서 보고 배워 자신들의 농장에 적용케 하자는 뜻으로 시작한 농장이다.

먼저 시당국에서 배정하여 주는 3만여 평의 밭을 배정 받아 밭의 흙을 조사하려 갔다. 밭에 가서 보고 놀란 것이 해방 이후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 집단농장을 경영하여 오면서 밭에 퇴비를 넣어 흙을 가꾸지 않아 토양이 완전히 죽어 있는 점이었다. 밭의 흙을 한 주먹 쥐고 공중에서 뿌리니 바람에 후루루 날아가 버렸다. 흙에 유기질이 없어 먼지처럼 흩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두레 일꾼들이 먼저 시작한 것이 농업의 기초가 되는 흙을 가꾸는 일이었다. 좋은 퇴비를 만들어 밭에 넣어 흙의 기초가 작물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었다. 3년간 농장 곁에 살면서 열심히 흙을 가꾸어 농사가 제대로 되기 시작하니 평양에서 지시가 내려오기를 두레마을을 퇴출시키라는 지시가 내려와 아쉬움을 안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농업공동체에 몸담아 살고 있는 나의 생각으로는 북한이 핵이니 미사일이니 아무리 소리쳐도 국민들의 먹거리를 기르는 흙의 기초를 가꿈이 없이는 다른 모든 것이 모래 위에 세운 집과 같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어찌 북한만 그러하겠는가? 남한 역시 마찬가지이다. 농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경제도 교육도 정치도 심지어 종교까지도 기초가 튼튼히 세워짐이 없이는 다른 어떤 것도 성공에 이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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