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칼럼)=황화진]   이발을 하고 오다가 가까운 동네 산 약수터에 들렀습니다. 벤치에 걸터앉아 앞 의자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들의 담소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산에 나오셔서 좋은 시간을 보내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어떤 아가씨 같은 젊은 아줌마가 애완견을 데리고 약수터를 향하여 보무도 당당히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보기에 한 30대 초반 쯤 되어 보였습니다. 산에 애완견 동반하여 다니시는 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 난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는데 순간 할아버지 한 분이 제지를 하셨습니다.

“어, 이봐. 안 돼! 개를 끌고 어딜 가는 거야?” “뭐, 뭐라구요? 왜 안 돼요?” “허허, 아니, 사람이 먹는 물에 개를 끌고 가면 어떡하겠다는 거야? “아, 왜 안 된다는 거예요? 별 꼴이야.”

이 때 할아버지의 톤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족히 80은 넘으셨을 것 같던데 건강해 보였고 패기는 깡패 못지않았습니다.

“아니,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야지 젊은 것이 어딜 그렇게 달려 들엇?” 애완견을 데리고 온 젊은 아줌마는 씩씩대며 욕을 하며 돌아섰습니다. 근데 억울한 모양인지 할아버지한테 쌍욕을 하면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터부하신 할아버지는 쏜살같이 쫒아가면서 그 아줌마보다 훨씬 강도 높은 쌍욕을 하셨습니다. “야, 이 OO년아! 너 말 다 했냐? 이게 어디서 지랄이야?”이러면서 마치 후려칠 기세였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개를 데리고 와서 흐르는 물 정도를 먹게 하던지 아니면 자기가 물을 먹던지 그러고 갈텐데 뭘 저렇게 까지 하실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르신의 언행에 감히 뭐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정도로 끝날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젊은 아줌마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속으로야 욕을 하든 뭘 하든 자기 맘이지만 그래도 연세가 높아도 보통 높은 분이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달려드나 했지만 그 아줌마 이판사판이었습니다.

“뭐 뭐라구? 이 노인네가 미쳤나. 너 딸두 없냐? 늙어도 곱게 늙어! 어디서 이런 게 다 있어? 아이 재수 없어!” 그 말에 할아버지는 어이가 없는 지 아니면 자신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을 하셨는지 꼬리를 내리더군요. 좀 더 사태가 심각해지면 말릴 생각이었지만 그 전에 동료 할아버지들이 간간이 말리시기에 난 험악한 지경까지야 뭐 가겠나 했던 건데 의외로 마치 사춘기 골목 지키는 아이들 싸움 수준까지 갔었습니다.

잠깐 동안이지만 참으로 못 볼 걸 본 것 같아 찜찜한 하루였습니다. 그 젊은 아줌마는 어르신이 그러면 그런가 보다 하고 되돌아가서 딴 데 가서 먹이던지 하면 될 걸 그렇게까지 달려드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연세에 그 거친 쌍말까지 해가면서 손녀 같은 젊은 사람한테 그게 뭔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 광경을 쭈욱 지켜보던 어떤 분이 혼잣말로 “둘이 똑 같네”하더군요. 내가 생각해도 둘이 똑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이렇게 막 가자는 것인지, 이 정도 밖에 교육이 안 된 나라인지 두 분 다 도가 지나쳤습니다. 아랫사람 도리도 있고 윗사람 도리도 있는 것인데 이건 위고 아래고 다 수준 이하였습니다.

어쨌거나 애완견 데리고 산에 다니시는 분들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남한테 불쾌감 주지 않도록 신경 쓰셔야 할 것 같고 어르신들도 무조건 아랫사람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건 좀 문제가 있습니다. 서로 보듬고 이해하고 참고 사랑하며 사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desk@egn.kr]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