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창피한 얘기지만 나는 할 줄 아는 운동이 아무것도 없다. 그럼 심판이라도 보라고 하는데 심판 볼 정도의 실력이라면 뭔 걱정이겠는가.

누구 말마따나 운동이라면 그저 숨쉬기 운동하고 걸어 다니는 정도의 수준이다. 내가 윷놀이도 못한다고 하니까 친구가 나보고 국보급 존재란다.

그런데 나는 운동을 한 가지도 못해서 오직 걸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좋다니 감사한 일이다. 무원칙 운동이 오히려 제일 좋은 운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은 몸을 움직여 주므로 이완된 근육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체내 독소를 없애 준다. 여기에는 규칙도 있지만 몸을 움직여주는 그 자체가 운동이고, 자신의 편리에 따라 해 움직여 주면 된다.

운동 중에는 걷기 운동이 제일 좋은 운동이란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에 240㎉를 소모시키는데 1시간 이상 걸어야 밥 한 공기 분량인 300㎉를 소모할 수 있다. 이것을 계속 꾸준히 하면 혈관에 쌓인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여 주므로 당뇨나 고혈압, 암까지도 예방하여 주고, 뼈와 근육을 단련시켜 주므로 30대에서도 발생하는 골다공증도 예방하여 준다. 현미식과 함께 해 줄 때는 더 효과적이다.

걷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속도 조절도 얼마든지 자기한테 맞게끔 할 수 있다. 동료 목회자는 살 뺀다고 한 달에 53만원 내고 채소만 먹고 있고, 다른 목회자는 태권도를 좋아하여 돌려차기 하다가 허리를 다쳐서 매일 철봉에 매달려 있어야 하고, 또 다른 목회자는 축구하다 공이 귀를 때려 고막이 터져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길 요새 들었다.

걷는 것은 이런 위험이 아무것도 없다. 돈도 안 든다. 혹 운동화 값이 좀 들려나 모르지만 그 외는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시간 없다는 것도 핑계다. 내가 아는 공무원은 점심시간에 밥 빨리 먹고 걷고 샤워 하고 오후 근무 지장 없이 한단다. 시간은 만들면 되는 것이다. 특히 산을 걷는 것처럼 좋은 것은 없다.

한 정거장 거리는 차를 타지 않고 걷는 것이 좋으나 공기가 좀 그렇고, 자전거 하이킹도 공기 땜에 좀 그렇다. 하루 3km 정도는 항상 걷고, 건물 5층 이하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걸어서 이용하면 좋다. 이 정도의 규칙은 무리한 것이 아니므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걸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도시에서 걸을 때는 잘 못 느껴도 시골 산길을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굳어져 있던 근육이 풀리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고, 심호흡을 하면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phytoncide), 테르펜(terpene), 음이온 등이 몸속으로 들어와 머릿속을 시원하게 하고, 스트레스 해소와 심폐 기능 강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가벼운 우울증이나 머리 아픈 것은 삼림 속에서 몇 개월 걷는 생활을 하면 쉽게 없어진다.

프랑스의 사상가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기고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고 했다. 걸을 때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 된다. 나도 산 한 번 올라갔다 오는 사이 많은 영감을 얻는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얘기는 내 말이 아니다. 이미 알려진 얘기다. 그런 정신을 가지고 오늘도 어서 나가라. 좀 걷고 들어오란 말이다.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 모르는 아이들을 동네 한 바퀴 돌고 들어오도록 내 쫒아야 한다./이 기사는 e조은뉴스 게시판에 시민기자 황화진님이 올려주신 글의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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