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강화위해 공기업 퇴직자 협력업체 취업제한 및 낙찰제 도입

[조은뉴스=김주경 기자]  지난해 5월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갑작스럽게 멈춰 섰다. 원전에 사용한 케이블이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납품한 불량품이었기 때문이다. 불법 이익을 취득한 납품업체의 고문은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으며, 이를 묵인한 시험업체, 시험 결과 승인기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임직원 10명에게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10월에는 KTX에 1만7,500개의 수입부품 복제품을 납품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납품업체 사장과 직원뿐만 아니라 한국철도공사 직원 2명도 구속됐다. 적발된 업체는 재고품을 신품이라고 속이거나 국산을 수입품으로 가장해 총 6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한국철도공사의 기술 1급 임원은 업체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천만원을, 기술 3급 직원은 업체에 부품구매계획서 파일이 든 USB 장치 등을 넘겨주고 1,100만원을 받아 구속됐다.

정부는 이 같은 비리의 원인으로 특정 학교 및 지역 출신 인맥을 중심으로 한 ‘원전 마피아’와 ‘철도 마피아’를 꼽고 있다. 원자력산업과 철도산업은 국내 해당 공기업 외에 경쟁자가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납품과정에서 편의를 봐주고 나중에 납품회사에 재취업하는 사례도 흔하다.

실제 한수원의 경우 1급 이상 고위 간부급 퇴직자 중 상당수가 원전 건설 및 발전설비, 정비 수행, 원전 품질보증 자격인증 기업 등 원전과 매우 밀접한 연관기업에 재취업했다. 고위 퇴직자 가운데 59명이 유관기업 44곳에 취업했으며, 2009년 이후로 한수원의 총 계약액 15조808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6조3,931억원이 이 업체들과 계약한 금액이다. 계약 건수만도 1,557건에 이른다.

공공기관들의 이 같은 폐쇄성과 유착관계, 방만 경영은 결국 국가적인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 법원은 원전 비리사건 판결문을 통해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인한 피해액은 9조9,500여 억원”이라며 “전력 수급 불안에 시달린 국민들의 고통을 감안한 사회·경제적 피해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수는 추산조차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KTX 부품 비리는 피해액수 자체로는 원전 비리에 못 미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서 비리가 발생한다는 것이 큰 문제다.

지난해 3월 외국산 부품을 국산으로 대체 납품한 사건이 적발되고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대규모 납품 비리가 적발됐다. 대형공사 입찰과정에 변조된 부품 성적서를 제출해 쫓겨났던 업체가 버젓이 호남 KTX의 침목 공급자로 선정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이런 공공기관의 비리는 결국 국가 재정에 큰 손실을 입히게 된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기에 정부의 강력한 제재에 힘입어 각 기관은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한 자구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옴부즈맨 신설 등 강력한 감시체계도 가동

한수원은 ‘원전비리 재발방지대책 추진실적’을 발표하며 원전 비리사건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먼저 원전 부품 납품이 특정 업체에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공급사 입찰 요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또 거래 가격으로 납품받던 것을 원가 기준으로 바꿔 합리적인 시장가격이 형성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 같은 경쟁체제를 통해 2013년 27.9퍼센트인 수의계약 비중을 2015년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원자력 옴부즈맨 제도’도 신설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옴부즈맨 제도를 통해 업계 내부 제보를 할 경우 최대 1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제보자 본인이 연루된 경우 법적 책임을 감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원전 공기업 퇴직자의 협력업체 취업도 통제한다. 1급뿐만 아니라 2급 직원까지 3년 동안 협력업체 재취업을 금하고, 퇴직자를 고용한 업체에는 입찰 때 감점할 계획이다.

주무부처와 외부 전문가들이 속한 ‘정상화 협의회’를 통해 지속적인 감사를 받게 되며, 감사원 또한 공공기관 감사준비팀을 가동해 이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특히 감사원은 2월부터 그동안 해 오던 순차적 기관 감사가 아닌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동시·비정기적 감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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