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의 재미있는 성(性) 이야기

성체험의 유무를 막론하고 여성의 절반 이상이 남성으로부터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해 자위행위를 하거나 섹스보조기구의 도움으로 부족한 성생활을 채운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섹스보조기구의 역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오래 됐다. 동양에서는 여성들이 무소의 뿔이나 소가죽으로 성기 모양을 본뜬 기구를 만들어 따뜻하게 데워 이용했다는 설이 있다. 또 식물인 토란 줄기를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토란 속에는 ‘호모겐치진산’이라는 성분이 있어 일종의 최음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남미 파라과이의 인디언들이 즐겨 사용한 ‘게스케르’라는 섹스보조기구는 남성들이 사용했다. 가느다란 끈에 말의 꼬리털을 여기저기 심은 다음 남성 성기에 감아 성행위에 이용함으로써 여성에게 쾌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게스케르에 작은 조개껍질 장식을 달아 성행위를 할 때 음낭에 부딪쳐 방울처럼 소리가 나게 만들어 성적 관능을 더욱 자극시키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것이 알프스 산맥에 사는 한 부족이 사용한 ‘운탕그라’다. 운탕그라는 산양의 눈썹으로 만든 솔이다.

몇가지만 더 들어보자.

남태평양 섬에 사는 사람들이나 미얀마 남자들은 성기에 작은 돌이나 진주를 박기도 했는데, 이것을 ‘안바란’이라고 하며 할례 때문에 둔감해진 여성의 성감을 높여주었다고 한다.

섹스보조기구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보면 놀라운 점들이 많다. 인도의 성전(性典) “카마수트라”에는 여성의 쾌락을 높이는 성기구로 상아나 금속으로 만든 인공페니스가 있었다고 나와 있으며, 바빌론의 분묘에서 출토된 여성의 유골은 인공페니스를 손에 쥐고 있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학의 발달에 따른 성 보조기구의 변천 모습도 재미있다.

18세기에는 재료가 가죽에서 탄성고무로 개량됐다. 19세기에는 전동식 페니스가 발명돼 그 속에 따뜻한 물을 넣어 행위시 물까지 뿜을 수 있는 희한한 제품이 나왔다. 20세기에는 건전지로 움직이는 자동식 바이브레이터 인공페니스가 나와 인기를 끌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딱따구리 모양의 전자동식 기구까지 나오기도 했다. 21세기에는 사이버섹스가 유행해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현실 속에서 원하는 파트너를 마음대로 골라 섹스를 즐기는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섹스보조기구는 말 그대로 쾌감을 얻기 위한 보조역할을 하는 것이다.

부부의 성생활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스킨십을 통해 애정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보조기구에만 의존하거나 사이버섹스를 탐닉하는 것은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행위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의 섹스는 발정기가 되면 본능적으로 짝짓기를 하는 동물의 성행위와는 다르기 때문이다.<김재영 퍼스트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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