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하시 젓가락 사랑입니다 김정애 대표가 전하는 부산의 장인 정신

[조은뉴스=조명진 기자]  진정한 가치는 전통에서 기인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전통을 보존하기 위해 한결 같은 마음과 태도로 애쓰는 이들이 있어 더욱 더 그 빛을 발한다. 아름다운 모양새로 재탄생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수제 젓가락은, 이제 새로운 의미의 전통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 한가운데 아이하시 (http://cafe.naver.com/aihasi) 김정애 대표가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계승하며 젓가락 사랑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고 있다.

그녀가 전하는 아름다움이 가득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보련다.


부부의 빛나는 도전

묵묵한 끈기로 자신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는 애정 어린 믿음으로 헌신하는 가족이 함께한다. 김정애 대표 곁에도 항상 응원과 우직한 믿음으로 동행했던 남편이 있었다. 남편은 칠공예 장식기법의 하나인 나전칠기 제조법을 이어 받은 장인으로 오랜 세월 나전칠기 가구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나전칠기가 쇠락하게 되었고, 이에 부부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한 일본인이 옻칠 기술을 접목한 젓가락 제조법을 배워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이에 김 대표와 남편은 무작정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15일 비자로 일본을 오가야 했던 지라, 수없이 비자를 갱신하며 일본과 한국을 오갔던 시간이 무려 3년이었다. 나전칠기와 옻칠 공법 젓가락은 제조법에 있어 근본부터 달랐기에 배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기술을 습득하고, 일본 기업에서 하청을 받아 젓가락을 제조, 납품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김 대표는 거기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하청을 받아 만들 수 없다고 판단, 남편에게 ‘우리 것’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2000년, 부산 국제시장 인근에서 그녀는 노점상을 열고 남편이 정성스레 만든 젓가락을 팔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놓은 젓가락의 아름다움에 반한 단골이 하나 둘 늘어났고, 지금의 국제시장 점포로 자리를 자리 잡게 되었다고. 그렇게 그들만의 미학을 담은 젓가락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수작업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분명 수작업을 한 제품은 손에 닿았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 그것만의 온기와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이곳 아이하시(사랑을 담은 젓가락을 의미, 愛著애저)의 젓가락 사랑에서는 정성스레 지은 밥의 우직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젓가락 한 개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자연건조, 옻, 한지, 자개 등 30여 공정을 거치며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박달나무로 만들어 가볍고 튼튼할 뿐 아니라, 국내 옻을 여러번 칠하고 말리기를 거듭해 오래도록 본연의 모습을 유지한다. 게다가 충분히 자연건조를 시키면 세균 번식을 억제하고 열에 강하게 되어 있으며 또한 화학약품 처리를 하지 않아 누구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0%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견고함은 물론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은 후에도 세제 없이 세척이 가능하다고 하니 친환경제품이랄 수 있겠다.

아름다움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고운 색 다양하게 내려앉은 젓가락은 식탁 위에 놓였을 때 음식이 담긴 식기와 어우러져 한끼 근사하게 대접받는다는 마음을 들게끔 한다. 젓가락의 품질과 아름다움 때문에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장인의 솜씨, 오랜 시간 공들인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니 받는 이의 기쁨이 클 수밖에.

앞으로도 계속될 아이하시의 이야기

되돌아보면 힘든 시절도 무척 많았다. 점포만 자리를 잡으면 되겠지 싶었지만, 소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매에 뛰어들기로 결심을 했다. 이후 가게는 딸에게 맡기고, 가방에 젓가락 1천 벌씩 싣고 다니며 전국으로 판매에 나섰단다. 여성 혼자 들기엔 버거운 무게의 가방을 들고 눈에 띄는 수입그릇매장에 무작정 들어가 샘플을 두고 오기도 했으며, 때로는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던 때. 당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분명 좋은 제품을 알아보는 이들이 있을 거란 믿음으로 버틸 수 있었다고 회상을 한다.

머지 않아 그녀의 노력은 결실을 맺게 된다. 곳곳에서 수백 벌의 젓가락을 주문하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고, 백화점에도 진출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MBC드라마 ‘신들의 만찬’‘오자룡이 간다’ 에 아이하시의 젓가락이 소품으로 사용되면서 많은 대중들에게 각인되기도 했다.

이제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일식집, 한식집 등에서 아이하시 젓가락 사랑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김정애 대표는 여기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고, 전시회 기획을 통해 전통 수제 젓가락이 가진 예술성을 알리는 것은 물론 대중과 더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다양한 통로를 구축할 생각이다. 그녀의 행보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싶다.

오늘도 부산 국제시장 만물거리를 지나 자리잡고 있는 아이하시 젓가락 사랑에서는 총천연색 빛을 내며 장인의 솜씨를 뽐내고 있는 다양한 젓가락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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