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BAR 운영하는 이상아가 털어논 ‘술집’ 이야기

연예인들의 부업은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패션 쇼핑몰은 물론 화장품, 요가, 외식업 등 각종 분야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업을 하는 데 보다 용이할 뿐만 아니라 연예인들의 특성상 ‘불러주지 않으면’ 더 이상 수입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라도 부업의 필요성을 느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유독 유흥 분야 쪽에는 잘 진출하지 않거나 설사 진출을 했다고 해도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술장사’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는 않아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업종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탤런트 이상아 씨(36)의 경우 이미 5년 전부터 유흥 분야에서 탄탄한 사업을 전개해왔을 뿐만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남들이야 뭐라고 말하든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하면 되기 때문. 서울 교대전철역 인근에서 정통 모던 바(Bar) ‘상’(尙)을 운영하고 있는 이 씨로부터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가슴에 담아왔던 애환과 기쁨을 들어봤다.

취재진이 그녀를 만난 건 지난 1월 초순. 어느새 30대 중반에 들어섰지만 예전에 한창 방송과 영화에서 활동하던 당시의 모습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거기다가 이제는 ‘사장님’의 원숙함까지 배어나오는 듯했다.

그녀는 애초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제까지 해본 사업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액세서리, 의류 제조, 제과제빵, 애견 등 그 분야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흥업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그녀가 이곳에서 ‘상’을 운영한 지는 4년. 그 전에 동업으로 한 기간까지 합치면 총 5년간 한눈팔지 않고 이 일에 집중해온 셈이다.

흔히 유흥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오해 중의 하나는 ‘술집 사장이니까 술도 잘 마시지 않겠느냐’라는 것. 그러나 예상과는 정반대로 그녀는 술을 좋아하지도, 잘 마시지도 못했다. 업소를 운영하면서도 처음 1년간은 단 한 잔의 술도 먹지 못했다고.

“어쩌면 처음 1년 동안은 동업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몸을 사렸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혼자하기 시작하니까 그때부터는 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웃음). 잭 다니엘과 콜라를 섞은 ‘잭콕’을 한 잔씩 마시다가 그 뒤부터는 녹차에 섞어서 먹게 됐어요. 요즘에는 찾아주신 손님들 테이블 한 번씩 봐드리고 한 잔씩 먹다보면 매일 양주 300㎖ 한 병은 먹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살찐 건 다 ‘술살’이에요.”

지금은 그녀 스스로 ‘베테랑’이라고 말하지만 5년 전만 해도 주변의 반대도 심했고 본인 스스로도 처음 해보는 유흥업이라 손님에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아역 배우에서부터 이름 있는 탤런트가 되기까지 줄곧 카메라 앞에서만 살아왔고 심지어 방송국 사람들에게도 ‘접대’라는 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한국 남자들의 술문화에도 익숙하지 못했고 거기다가 ‘연예인’이라는 이색 타이틀이 본인을 더 힘들게 했다고 한다.

“처음 술집을 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는 ‘너 이제 갈 데까지 가는구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일도 힘들다는 거죠. 지인들은 3개월을 못 넘길 거라고 장담을 했어요. 연예인이 얼굴 가지고 장사하는 게 그렇게 쉬운 거 아니라면서요. 거기다가 ‘이상아가 방송에서 버림받아 술장사 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까지 있었어요. 당시에는 가슴이 아팠지만 그럴수록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하지만 지금은 보란 듯이 5년이 넘었잖아요. 중요한 건 유흥업의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제가 어떻게 제 업소를 가꾸고 만들어 가느냐인 것 같아요. 외국의 유명 배우들도 멋있는 바를 가지고 자기 사업을 하는데 왜 유독 한국에서만 이렇게 편견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처음 일을 할 때는 언제 손님 테이블에 들어가야 할지 그리고 들어가서 언제 명함을 내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까마득했다고 한다. 애초에 연예인들은 명함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손님들에게 건네는 것조차 어색했다고. 그래서 즐거워야 할 테이블에 순간 정적이 흐르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연예인이라는 편견이 짓궂은 손님들의 심술을 자극하기도 했다.

“연예인이 사업을 한다는 게 장점이 되기도 하고 또 단점이 되기도 해요. 처음에 술을 못 마신다고 하니까 손님들은 ‘사람 봐가면서 술을 먹는다’, ‘술 종류를 보면서 싼 술은 안 먹는다’는 등 오해들을 많이 하셨어요. 거기다가 한번은 남성팬이 와서 제가 손님들에게 술잔을 받고 술 마시는 걸 보고 너무 실망해서 막 화를 내시는 거예요. 누나가 뭐가 모자라서 그렇게 하느냐고요. 저도 화를 냈죠. 도대체 뭐가 어때서 그러는 거냐고요. 결국에는 화를 내면서 가버리시더라고요.”

그녀가 성공적으로 유흥업소를 경영해올 수 있었던 것은 탤런트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의 당당함과 인간적인 매력 덕분이었던 것 같다. 털털하면서도 어리숙해 보이고 때로는 푼수 같은 모습들이 일반 연예인하면 떠오르는 ‘도도함’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더욱 손님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상’의 주요 손님층은 적게는 30대 초반부터 많게는 50대 중반까지. 상당수가 ‘탤런트’ 이상아 씨와 동시대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30대는 저와 같은 나이대니까 동시대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편안해하는 것 같고 40대나 50대는 제가 아역배우를 할 때 귀여워해주셨던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세대는 약간씩 다르기는 해도 저의 어릴 때 모습을 추억하고 함께 과거로 돌아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인가봐요.”

하지만 그녀는 손님들에게 보이는 이미지와는 또 다르게 직원들에 대한 서비스 교육만큼은 혹독하리만치 철저하게 시키고 있다. 그냥 대충 아르바이트나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이틀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손님들이 비싼 술을 마시는 건 그만큼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그냥 고깃집이 아니잖아요. 재떨이 하나를 놓거나 술잔을 놓을 때도 딱딱 떨어지게 절도 있는 행동을 해야 돼요. 저희 가게는 직원들이 다니는 동선까지 모두 다 정해져 있어요. 그래야 손님들과 부딪히지 않고 자연스러운 보행이 가능한 거죠. 거기다가 바텐더들이 술 먹고 혀 꼬부라지는 건 제가 도저히 봐줄 수가 없더라고요. 아무리 손님들하고 친해도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어야 제대로 된 서비스도 가능한 것 같아요.”

이제 사업도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그녀는 또 다시 여러 가지 유흥 분야 사업을 구상 중이다. 예전에는 호프집이나 와인바도 하고 싶었고 또 대학가 근처의 숙박업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녀가 이토록 사업에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유흥업에 대해서는 대체 어떤 매력을 느끼고 있을까.

“아무리 안 그런다고 하지만 방송을 하다보면 감독님들에게 고개도 숙여야 하고 지도를 받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이 공간에서만큼은 제가 바로 연출을 하는 감독이에요. 직원에 대한 교육이나 손님들과의 관계도 모두 제가 주도적으로 연출을 하고 공간을 꾸밀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거기다가 사람들은 술을 먹으면 좀 따뜻하고 인간적이 되잖아요. 과거도 추억하고 서로에 대해 걱정도 해주고 그런 모든 게 저에게는 더할 수 없는 용기와 힘이 돼요. 다만 술을 먹으면 꼭 여자가 옆에 있어야만 하는 남성들의 술문화는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웃음).”/헤이맨뉴스<www.heym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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