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강성태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울산에서 고리원전 3~4호기를 건설하면서 인접 지역의 주민피해보상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 못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수원이 일부 지역의 주민들과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자 주민들도 모르게 합의서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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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주민들도 모르게 처리했다는 것은 사실상 편법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협상을 떠나 한수원의 이 같은 작태를 두고 상당히 분개하고 있다. 아직 법률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불법운운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도덕적 불감증만큼은 되짚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이다.

어제 광역일보 기사에 따르면 한수원이 새롭게 건립되는 고리원전 인근 주민들과 피해보상 등의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신암마을과는 원만한 합의를 이뤘으나 신리주민들과는 아직도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이 지역 주민들과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자 지난 4월 6일자로 주민대표들과 일종의 이면 계약을 체결했고, 이 합의서는 뒤늦게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분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은 이 과정에서 피해보상을 받아야할 당사자들은 제쳐두고 몇몇 대표들과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합의서에 명시된 대다수 조항들은 주민동의가 뒤따라야 하는 것들이어서 사실상 합의서 자체는 효력이 없다고 봐야한다. 그럼에도 한수원이 이 같은 합의서를 체결한 것은 모종의 꼼수를 노린 것으로 판단된다. 바로 이간질의 간계가 아닌가 싶다.

한수원의 간계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수원을 상대로 협상을 진행해야할 주민들이 이젠 마을대표를 공적으로 삼아 서로 헐뜯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이 지역주민들은 한수원의 간계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았다.

한수원이라는 거대 덩치가 일개 주민들을 상대로 치졸한 간계나 일삼고 있다는 것은 대기업의 도덕적 불감증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한수원은 울산에서 고리원전을 건립하려할 당시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사업자체가 아예 백지화될 뻔했다. 이 같은 님비현상은 비단 울산시민들만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시민들은 한수원의 고리원전을 받아 들였다. 고리원전의 유치로 인한 경제효과는 크다지만, 불과 20여 년 전 옛 소련의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 폭발사고의 끔찍한 잔상을 기억한다면 우리시민들이 베푼 희생과 양보의 미덕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희생한 대가를 치졸한 간계로 되갚는 한수원의 짓거리를 보면, 참으로 배은망덕(背恩忘德)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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