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의 근본 원인

우리 가정사 문제 중에 언제나 변치 않는 단골메뉴가 있다. 이름하여 고부(姑婦) 갈등이다. 늘상, 아내에게서 듣게 되는 하소연과 넋두리 중에서 엉클어진 실타래 같이 좀체 풀기 어려운 것이 고부갈등이어서 어떤 이는 “여자의 적은 여자이다” 라고 표현할 정도로 뿌리가 깊다.  

그런데 이 고부갈등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보다 근원적인 원인을 발견하게 된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의 금슬이 좋지 않을 때 그런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자신의 근원 에너지인 성에너지가 원만히 소통되지 않으면 그 에너지는 어딘가 다른 출구를 찾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그래서 시어머니는 곧잘 이 에너지를 아들에게 쏟아붓는다는 것이다. 자신 몸의 욕구는 당연히 무시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동안 교육받아온 사회적 환경도 또 다른 이유이다. 그리고 자신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 훌륭한 어머니라고 스스로 위안하거나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은 건강한 것이 아니어서 참된 사랑보다는 자식 ‘집착’으로 변질되기 싶다. 그래서 며느리에게 질투와 경쟁 심리를 느끼게 되고 이것이 끊이지 않는 갈등으로 발전한다. 시어머니는 사랑과 집착을 구분하지 못하고 아들을 이미 아들인 동시에 연인으로 묶이게 한 것이다.

자연히 며느리는 웬만큼 잘해도 시어머니의 맘에 안 차게 되고, 또 자기가 시킨 대로 며느리가 잘 해서 아들이 만족스러워 하는 것을 봐도 이상하게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되니, 속으로 ‘저 녀석이 제 마누라 고마운 줄은 아는데, 내가 얼마나 피눈물을 삼키며 저에게 잘 한 것은 모르거나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고 섭섭하고 불안해 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결국 며느리가 잘해도 싫고 못해도 싫으니, 며느리 마음도 곱게 가기 힘들 것이다.
한편 며느리 입장에서 보면, 시어머니의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구박의 화살도 괴로운데다가 거기에 더하여 남편이 어쩌다가 그 상황에서 시어머니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면 마음의 상처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래서 고부간의 문제는 서로 사랑했던 아들 부부의 마음의 소통을 막게된다.

또 다른 희생자 중 한 명인 아들의 고충은 그럼 어떨까?
어머니가 눈물바람이라도 비칠라치면 어머니에게 오랜 세월 많은 빚을 진 부담감이 깊은 곳에서 올라오게 되어 어떻게든 어머니를 달래야 한다는 마음이 강박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럴 때는 일을 풀어나가는 합리성은 두 번째로 밀리게 되는 법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집착적인 사랑의 모습은 대부분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를 미안하게 하여 빚진 사람의 모습으로 떠나지 못하게 묶어두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들은 중간에서 중재하기가 너무 어려워지고, 나중에는 이 상황이 너무 힘들고 버거워져서 가정에서 따뜻한 안식을 얻기가 힘들어지면서 도망치고만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아내에 대한 사랑표현도 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는 자꾸 눈치가 보여서 살갑게 아내의 감성을 늘 어루만져주지 못하니 어머니 보다 같이 한 세월이 적은 아내는 마음이 편안히 열리지 못하고 마음의 소통에 문제가 생기니 남편에게 몸도 잘 안 열리게 되어 결국 성생활의 문제로 까지 이르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깊은 에너지의 원리를 모르면 꽤 지성을 갖춘 어머니도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 딜레마를 이해 못하고 ‘아! 내 마음 나도 몰라’가 되어 고부갈등의 엉킨 실타래를 잘 못 풀게 되는 것이다.
반면 자신의 성생활이 만족스러울 때는 자신의 남편과 즐거운 시간 속에서 충분히 욕구가 충족되고 행복 에너지가 생긴다. 그러면 쓸데없이 아들과 며느리 일에 간섭하는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된다. 자신과 아들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더라도 지긋이 지켜보는 여유와 관용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원래 진정한 사랑이란 자기 자신의 사랑과 행복이 넘쳐 나와서 남에게로 흘러넘치는 것이어야 하는데, 집착은 자신의 사랑과 행복이 흘러넘치는 것이 아니고, 타인에게 사랑을 잃을까 봐 사랑을 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 간의 관심은 부족한 데 반해, 자식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넘치면 결혼한 자식의 행복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막사이사이 상을 수상했던 법륜스님이 결혼식 주례사에서 “결혼생활에선 절대로 부부가 먼저이고, 그 다음이 부모여야 한다”고 늘 강조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미트라한의원 이재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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