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에서 삼계탕, 우동까지 세계 먹거리 시장을 공략하다

[조은뉴스=천원기 기자]   "사업을 해서 돈을 벌자, 이런 것 보다는 오래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한 가지 일에 최선을 다해서 '장인'이 되고 싶었어요. 내가 하는 일을 떳떳하게 자식에게도 물려 줄 수 있는 그런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축구인 강신우(52·사진) 스티븐스 대표가 사업을 하는 이유다. 10월17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스티븐스 본사에서 만난 강 대표는 전날 열린 월드컵예선전에서 한국이 이란에게 1대0으로 폐한 것으로 두고 열을 올리며 이야기했다. '오직 하나뿐인 그대'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그에게는 '오직 하나뿐인 축구'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80년 국가대표 축구 선수로 발탁되면서 태극마크를 달았고, 1983년 한국에 프로축구가 출범할 땐 대우로얄즈의 원년멤버로 컴퓨터 링커 조광래, 득점왕 이춘석과 함께 프로축구를 종횡무진했다. 축구선수라면 꿈의 무대인 월드컵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초록색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뿐인가 1990년에는 이화여대 축구 감독을 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1992년엔 지상파 방송 SBS에 최연소 축구해설위원으로 위촉됐다. 이듬해엔 스포츠조선 축구논설위원까지 맡았다. '강신우'를 아는 사람에겐 그는 평생 축구공을 붙이고 살 것 같은 영원한 축구인 이었다.


축구 외길 걸어온 강신우, 사업으로 외도?

그런 그가 '사업'이라는 외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첫눈에 반한 '사랑'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꾸준히 '내공'을 닦으며 설계한 강 대표의 또 다른 인생이었다.

"사업이라는 구체적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접고 한국에 들어와 12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어요. 이 기간 동안 기계영업도 해봤고, 금융업에도 있었습니다. 삼성에도 있었고요. 세상을 배우자란 생각으로 4개 업종을 돌며 일을 배웠어요. 그때 만난 사람들과는 아직도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습니다."

강 대표는 이런 이유로 "사업은 늘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12년 동안 착실히 내공을 쌓으면서 말이다. 이 덕에 스티븐스의 첫 번째 브랜드인 '뉴욕핫도그 앤 커피'를 동갑내기 친구 최미경(53) 스티븐스 회장과 꾸려가면서 핫도그의 주재료인 소시지를 광우병 파동으로 지난 2003년 전량 폐기하는 위기에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핫도그로 시작해 이제는 '삼계탕' 세계화에 나서다

강 대표는 핫도그 전문점인 '뉴욕핫도그 앤 커피'의 성공을 발판삼아 현재는 한국 전통음식인 삼계탕의 세계화를 위해 '황후 삼계탕'을 런칭했다. 영화 식객과 왕의남자의 음식감독을 맡았던 궁중음식의 대가 김수진 원장이 조리에 참여해 조선시대 궁중보양식인 삼계탕을 그대로 재연해 냈다. 삼산배양근, 동숭화초 등 30가지가 넘는 한약재에다, 18시간 끓여낸 육수로 삼계탕을 조리한다. 그야말로 '장인정신'으로 삼계탕을 조리해 손님상에 내놓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황후 삼계탕은 런칭 2년 만에 유명세를 톡톡히 타고 있다. 삼계탕을 맛본 네티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자신들의 블로그로 입소문을 내고 있고, 지난해 홍콩 음식평론가 차이란 씨는 "차원이 다른 맛"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차이란 씨는 식신(食神)으로 불리는 미식가로 여행 · 음식 등에 관한 책을 100권 이상 출간한 '맛' 전문가다. 일본 도쿄TV 역시 맛 집으로 소개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내토르트 형태로 일본으로의 수출 계약이 체결된 상태고, 중국으로의 수출 길도 긍정적이다. 그야말로 삼계탕의 세계화에 포문을 연 셈이다. 강 대표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면서 "그 중 삼계탕은 우리의 궁중 전통음식이다. 이 맛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유명 우동 브랜드인 '이나까'와는 상표 등록에 관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상표사용권을 스티븐스가 독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02년 핫도그로 시작해 창립 10년 만에 삼계탕에 이어 우동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며 전 세계 먹거리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토종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강 대표의 신념이 일궈낸 성과다.

강 대표가 먹거리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최미경 스티븐스 회장과의 끈끈한 파트너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티븐스의 모태겪인 '뉴욕핫도그 앤 커피'도 결혼과 함께 미국 생활을 했던 최 회장의 선구안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강 대표의 '불굴의 축구 정신'과 어렸을 때부터 동네 친구로 자라온 강 대표와 최 회장의 끈끈한 파트너쉽이 더해져 지금의 스티븐스가 탄생됐다.

"사람들이 강 대표는 '그냥 이름만 올려놓고 있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실제 국내 사업 부문은 강 대표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올수 있었습니다." 사업 파트너로써 의견 충돌은 일어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 회장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이다. 최 회장은 무조건적인 신뢰를 강 대표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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