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政黨)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다.

정당은 정치적 이상 실현을 위해 그에 적합한 인물을 추천해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공천이다.
공천은 정당의 독점적 권한이자 책임인 셈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논리는 애초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국민은 정당들이 각자 내놓은 여러 후보들 가운데 국가 발전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뽑는 선거권만 있으면 된다.

최종적 선택권인 선거권을 갖고 있는 국민이 굳이 공천권까지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하는 이면에 오히려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를 손쉽게 가려내기 위해 정당의 책무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꼼수'를 쓰는 건 아닌지
정당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민 경선제는 비용 부담이 따른다.
총선 전에 경선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총선을 한 번 더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양당 안에 따라 비용의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국가가 경선비용을 부담하도록 한다는데에는 차이가 없다.

국가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건 결국 세금으로 메우겠다는 얘기다.
누구 좋자고 한 번 치러면 될 선거를 나랏돈으로 두 번씩 치르자는 말인가.

또 당선 가능성만 본 후보 공천은 정당 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당내당 (黨內黨)이라고 할 만큼 당내 이념적 스팩트럼의 폭이 넓다.
이렇다보니 정권 획득 이외에 그 정당의 공통된 정치적 이상이 뭔지 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이념적 경직성을 피하기 위한 견해의 다양성 확보라고 말할지도 모르나
그것도 어느 정도의 문제다.

정당은 어디까지나 정당이다.
다양한 견해를 하나로 모아 내는 것은 그런 정당들이 모여 구성하는 국회가 할 일이지
각 개별 정당이 할 일은 아니다.

특정 이념이나 계층을 대표하는 이념 혹은 계급 정당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지지를 통해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하는 대중 정당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녕 그렇다면 '보수 삭제 논란'이나 '진보 논쟁' 같은 소모적 다툼보다 국민민복부터 생각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공천 준비 작업으로 부산스럽다.
'몇 %를 물갈이 하네,
어쩌네'하면서 여야할 것없이 저마다 공천개혁을 외치고 있다.
손질 수위가 보완(補完)이 아니라 개혁(改革)인 걸 보면
정치권 스스로 전에 했던 공천에 뭔가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한 것이다.

하지만 18대 때도, 17대 때도 그 이전에도 늘 공천 뒤에 개혁이란 단어가 따라 다녔다.
그렇게 개혁을 하고도 안됐다면
정말 개혁이 어려웠거나
아니면 애초부터 개혁할 생각이 없었다는 얘기다.

정치개혁, 사법개혁, 의료개혁, 국방개혁 등등 유독 뭔가 이권(利權)이 있는 곳에 '개혁'이란 단어가 붙어다녔던 걸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공천(公薦)이란 정당이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 정치의 특성을 감안할 때
공천은 당선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해당 정당의 텃밭에 공천장이라도 받게 된다면
이는 곳 당선증을 받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인이 공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수의 당 지도부가 갖는 공천권은 정치인에게 생사여탈권과 같다.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돈 봉투가 횡행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권한과 무관하지 않다.

돈 봉투 파문을 계기로 여야가 일제히 공천개혁의 방안으로 국민 경선제를 들고 나왔다.
처음 검토된 제도는 아니지만
이번 논의는 꽤나 구체적이다.

국민 경선제는 정당의 후보자를 당원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참여해 결정하는 제도이다. 당 지도부의 자의적인 공천권 행사를 막는다는 점에서
돈 공천, 밀실공천 같은 잡음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국민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후보로 선출돼
당선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국민 경선제 도입에 이견이 없다.
다만 시행 방법을 놓고는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반 국민이 직접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하는
이른바 개방형 국민 경선제를,
민주통합당은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으로 투표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모바일 투표제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개방형 국민 경선제는 부정 경선의 위험이 낮고 지역 민심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실상 선거를 두 번 치르는 셈이어서 비용이 많이들 뿐 아니라 상대당 지지자가 해당 정당의 유력 후보를 떨어 뜨리기 위해 경쟁력 없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이른바 역(逆)선택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경선을 치르도록 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민주당안은 직접 투표소를 찾아가지 않고도 투표를 할 수 있어 참여가 용이하고 비용이 적게든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투표 계층이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젊은층에 국한될 수 있고
경선 참여자가 해당 지역구에 거주하는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투표자의 거주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선거법 등을 고쳐야 하는 제약이 있다.

여야는 기득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국민 경선제를 통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한다.

뭔가 희생하겠다는 말처럼 들려 꽤나 솔깃하다.
하지만 정말 국민을 생각한 선택인지,
정치권의 편익을 위한 책임전가인지는 따져 보자.

그래서 정당에서 주장하는 국민경선제나, 모바일 투표제는 급조된 국민을 무시하는 꼼수가 되는 것은 아닐런지 
                                             조은뉴스 / 신영수 기자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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