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즈항에서


80 년대초 외항선원으로 일본 시미즈항을 입항 했을 때 이야기이다

으례히 선원들은 외국항에 입항을 하게되면
상륙을 하여 조그만 추억
하나쯤을 간직하고 있을 터
그래서 불현듯 생각난 한 에피소드를 꽁트형식으로 엮어본다
어차피 소설이나 산문은 거짓이 많이 있을 테니까 -------
잠에서 깨어나 겨우 눈을 뜬 아침
창밖으로 쏟아지는 오전 10시 의 햇살을 보면서
갑자기 처량하게
끝없이 자신을 환멸해 본적이 있었던가 -------



나에게도 청바지 뒷주머니에
"메밀꽃 필 무렵 " "사랑 이야기 "
같은 책들을 유행처름 꽂고 다니며 애정행각에 몰두 했던적이 있었나 보다
80년대초 나는 일본 시미즈 항을 몇번 입항을 했던적이 있다
시미즈의 긴자거리에 일본식 우동집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게에는 나보다 2 ~ 3살 정도 많아 보이는
아가씨 "미찌꼬 "라는
여인이 있었다
주인이다
얼굴도 깜찍하게 이쁘고 몸매도 날씬하고 웃음이 특히 매력적 이었다
나에게 무척 잘 대해주었다

물론 한국 선원인 것을 알고 있다
어쩌다 입항후 선적 작업을 하는 동안 남몰래 작업복을 입고 찾아가도
돈을 가지고 가질 안했는데도
한번도 거절하지 않고 무구한 웃음을 주던 "미찌꼬" 였다
종종 나의 연상의 여인에게 선점을 할려고 도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인기가 무척 많았다
알토란 같은 선원 봉급을 모조리 우동 장학금으로 쾌척하기도 했지만 ----------
별책 같은 부록 이야기
허긴 젊은 시절 누군들 왕년의 편력기 하나 없을까마는




" 어이 미찌꼬상 오늘 영업 끝 났습니까 ? "
"그러면 우리 한번 데이트 합시다 "
"일본 시미즈 야경도 구경 한번 시켜 주시고요"
"그래요 미스타 신 ! "
"오늘 저녁 우리 근사한 밤을 한번 보내 봅시다 '
" 우리집에 가서 이차 해요 "
미찌꼬의 집은 시내에서도 변두리에 있단다

운전석의 미찌꼬상이 와이퍼를 켜자 차창 넘어 저 만치 바다가 보였다
"이 차 보험 들었어요 ? "
"왜 겁나세요 "
"미찌꼬상 한잔 했는것 같은데 "
"이 정도는 보통 이에요 "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단 말입니다 비오는 것 좀 보세요 "
" 노오우 프로글램 "
미찌꼬상이 핸들 놓은 다른 한손으로 담배를 집어들자
나는 재빨리 불을 붙혀주었다
비에 젖어 황폐해진 그녀의 프로필을 일별하며 내가 말했다

"언제부터 장사했어요 "
"여고를 갓 졸업 하구서 "
"말씨를 보니 매우 얌전 하신데 "
"맞아요 집안이 매우 보수적이거든요 "
" 미스터 신은 집이 어디신가요 ?"
" 녜 부산 항구 도시입니다 "
"어머 그러세요 학교에서 수학여행 때 부산 가본적이 있어요 "
"그러면 배를 타고 부산을 가 보신거네요 "
"그럼요 나는 영화 타이타닉 처름 해 보고 싶은 걸요 "
"시미즈엔 자주 오세요 "
"녜 냉동 운반선 항해사 이거든요 한달에 4~5 번은 옵니다 "
"한국 사람들 좋아 하세요 "
"좋아하죠 특히 미스터 신 같은 마도로스는 ---- 하하하 -----"
"고맙습니다 좋게 봐주시니 ------"
여자는 피우던 담배를 창밖으로 던지며 이내 차의 속도를 높인다



그 해 봄 영도다리 밑의 점쟁이 말만 듣고 현실도피를 위해 뱃님이 되고
해기사 면허시험 대비 책 몇권 사들고 승선하여 찾아온 일본 시미즈항구
"미찌꼬는 자기의 부모가 원망 스럽다고 한다
가난 했기 때문이란다

"삼백육십오일 곱하기 서른이면 얼만줄 아세요 미스터 신 ? "
"제로입니다 "
" 어디서 많이 듣던 한국의 창부타령 같습니다 "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제로에서 출발하지 않나요 "
"새로운 시작 ?
"호호호 여태까지 나는 남의집 종업원으로 일해 왔었거든요 "
"제로라고 하시면서 "
"그래요 지금은 마이너스는 아니랍니다 "
나는 "마이너스" 라는 말에 냉소했다

삶을 마이너스로 산다는 것
세상을 빚으로 산다는 것
제로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
여자는 나에게 지금 자기는 채무에 몹시 시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어디로든 도망을 가고 싶지만 그렇지가 못하다고 한다
그것은 일본의 뒷골목 불문률 때문이란다
그녀의 처지를 위무하고 싶었지만 이내 그만 두었다
만약 하룻밤 풋사랑이 이루어 진다면 모르겠지만 --------



"지금 장사를 한지가 얼마나 되는데요 "
"한 두어달 되요 "
"그 정도 면추면 단골이 많겠네요 "
"그리고 시집을 가면 되겠네요 "
"남잔 죄 사기꾼녜요 "
"숙녀가 못하는 말이 없네요 "
"하지만 미스터 신은 예외에요 "
"예외라니? "
" 마도로스 니까 "
"아주 전형적인 수법이군요 "
"꼭 한국의 나비부인 같구만요 "
"경험이에요 "



차가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
미찌꼬는 자기가 음주운전자 상태였는데 아무 사고 없이 왔다고 안도하는 눈치다
"미스터 신은 멋진 타자가 될수 있을겁니다 "
"적어도 오늘 밤 만큼은 "
나이트 게임에 강한 투수 말입니까 ㅎㅎㅎ"
"여긴 나의 홈 구장인걸 잊지 마세요 미스터 신 "

여자의 입에서는 아까보다 더 심한 양파 냄새가 났다
그러나 나는 싫지가 않았다
그래 오늘 밤 만루 홈런을 쳐 줄께
은근히 오기가 났다



미찌꼬가 성에 낀 차창을 반쯤 내리자
요란한 빗소리와 함께
현관 저쪽으로 부터 우산을 든 또 다른 한 여자가 다가 온다
그리고 아는 채를 한다
"오오머 그림 한번 좋다 "
"뜬금없이 웬 마중이니 ?"
"처음 보는 형분데 ?"
"또 다른 곳에서 자고 오라고 ?"
"미안 하지만 오늘밤은 안돼겠어 보시다시피 "
"언닌 오늘밤 남자복이 터졌수 ?"
"그 털복숭이가 자꾸 지분거리니 ?
"나 없다고 하지 그랬어 ?"
"언니두 참 그게 아니구 지금 가토 보스가 와 있단 말야 ""
"뭐라구 ?"
"나두 이제 막 들어 온 참인데 오래 기다렸나봐 양주를 병채로 마셔대구 있잖아
이번에 변호사를 대서라도 꼭 해결 하겠데 "
"망할 자식 미친놈 "
"그럼 언니 난 미스이한테 간다 내일 봐 "
우산 든 여자가 냅다 가 버리자 그녀는 다소곳 하며 내게 말했다

"어느 부두에요 "
"모셔다 드릴테니까 "
"괜찮아요 택시로 가겠어요 "
나는 밖으로 나왔다
미찌꼬로 하여금 명정의 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시미즈항구에서의 밤이 또 이렇게 흘러갔
다 ----------------------------------------- 


                            조은뉴스 /신영수 기자 /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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