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 재능기부 펼쳐온 지체장애인 강명숙 씨

“장애가 있어도 불편함 없이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POP 아트의 매력이지요”

강명숙(50)씨는 지체장애 2급으로 스틱 없이는 걷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강 씨에게 있어 장애는 생활에 불편함을 줄지는 몰라도 나눔에는 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강 씨는 2010년부터 약 2년 동안 POP(point of purchase 광고의 일종 또는 popular의 약자로 팝아트의 일종) 재능기부 활동을 해왔다.

“2009년 우연히 대구시 달구벌 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여성장애인 역량강화 사업 중 하나인 ‘POP 자격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열심히 배우다보니 흥미를 가지게 됐고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딸아이가 엄마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건 어떠냐고 권유하더군요. 그때 처음으로 재능기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때마침 강 씨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대구교육청에서 시행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 강 씨는 “이게 바로 내가 찾던 길”이라며 그 길로 신청서를 냈다. POP 재능기부는 필요로 하는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강사로 파견돼 강의를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POP 제작 중 인 강명숙 씨. 강 씨는 "보다 많은 곳에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POP 제작 중 인 강명숙 씨. 강 씨는 “좀더 많은 곳에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였을 때 느꼈던 자부심과 뿌듯함은 이로 말할 수 없더군요.”

대구교육청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강 씨는 꾸준히 활동영역을 넓혀왔다. 달구벌 종합복지관에서 POP를 배웠던 다른 여성장애인들과 의기투합해 지난 2010년엔 ‘디딤돌봉사단’이라는 봉사단체도 만들었다.

“주로 지역 복지관을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자녀들을 가르쳤습니다. ‘혜림원’이라는 미혼모 시설에도 파견돼 미혼모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취업 활동을 지원해주기도 했고요.”

강 씨가 대표로 있는 디딤돌 봉사단은 주로 POP 재능기부를 하고 있지만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를 비롯한 디딤돌 봉사단 회원들이 달구벌 종합복지관에서 교육을 받을 당시 POP뿐만 아니라 컴퓨터, 천연비누, 도자기, 칼라믹스 등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두 장애가 있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이지요. 지금도 컴퓨터에 재능을 보인 회원 한 분이 대구시 남산복지관에 파견돼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디딤돌 동아리 회원분들(왼쪽부터 강명숙님, 윤봉숙님, 박임수님, 안순임님) 강명숙(왼쪽 첫번째)씨를 비롯한 디딤돌 봉사단 회원들. 장애는 이들의 봉사단에 대한 애정을 막지 못했다

POP을 활용해 제작한 카드를 팔아 얻은 수익금으로는 장애인단체에 난방비 후원을 하고 있다. 카드 한장 한장을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인쇄기로 찍어내는 것보다는 만들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지만 적은 액수라도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큰 기쁨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평탄하게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봉사단을 결성하면서 회원 간의 의견충돌도 있었다. 복지관 측의 재정 지원 역시 부족했다.

“처음 봉사단을 결성할 당시 큰 포부를 가지고 있었지만 혹여 용두사미 격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들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회원 간에 사소한 의견충돌도 있었고요. 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지금까지 큰 마찰 없이 활동을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달구벌 종합복지관에서는 디딤돌 봉사단의 이 같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내줬다. 여기에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들의 활동을 널리 알리고 봉사활동을 연계시켜주고 있다.

SBS 희망나눔 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강명숙씨(사진출처 : 1004 지역봉사단 보도자료)
제1회 SBS 희망내일 나눔대상’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강명숙 씨 (사진=1004지역봉사단)

강 씨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재능기부 활동을 펼친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제1회 SBS 희망내일 나눔대상’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강 씨는 재능기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한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요. POP교육을 하러 처음 학교에 갔던 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많이 위축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학생들을 만나보니 저를 엄청 반겨주더라고요. 제가 하는 말 하나하나 꼼꼼히 공책에 적으면서 열의도 보여주었습니다. 저로 인해 학생들이 열성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제 자신도 변하게 되더군요.”

수업 첫날 학생들로부터 느낀 감동과 딸에게 어머니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뿌듯함은 지금까지 강 씨가 재능기부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강명숙씨의 POP 작품 중 일부. 완성품은 이미 제작의뢰자에게 인도해주었고, 현재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강명숙 씨의 POP아트 작품 중 일부. 완성품은 이미 제작 의뢰자에게 인도해주었고, 현재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제가 열심히 사는 것을 보고 딸아이가 자랑스러워했습니다. 하루는 딸아이가 저에 대해 쓴 글을 보게 되었는데 엄마가 역경을 딛고 열심히 사는 것처럼 자기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적어 놓았더라고요. 딸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강 씨에게 봉사란 생활의 일부분이다. “봉사를 특별한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선뜻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봉사를 일상생활 속 평범한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편안하게 하면 되는 것이지요. 제 몸에 탈이 나지 않는 이상 계속 재능기부를 할 겁니다.”

이제 그녀의 바람은 단 하나이다. 자신의 활동이 기폭제가 돼 장애인들이 사회활동에 좀더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것.

“장애인인 저 역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봉사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지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비장애인인 만큼 다양한 활동을 할 수는 없지만 찾아보면 장애인들도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많아요. 장애인이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것입니다. 저희 봉사단의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 많은 분들이 문을 두드려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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