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권경렬 기자]   최근 언론계에서 가장 ‘핫’한 미디어는 ‘조중동(조선ㆍ중앙ㆍ동아)’도 ‘한경오(한겨레ㆍ경향ㆍ오마이뉴스)’도 아닌, ‘나꼼수(나는 꼼수다)’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그 위력이 입증된 ‘나꼼수’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SNS와 만나 극대화됐다. 이미 2040세대로 일컬어지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신문ㆍ방송’은 더 이상 예전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급변한 미디어 생태를 반증하듯, ‘나꼼수’를 두고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맞서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중앙일보>와 <오마이뉴스>가 정면으로 부딪친 것이다.

<중앙> “나꼼수는 음모론”


<중앙일보>는 14일 ‘‘나꼼수’ 열풍 … 비결은 사실ㆍ허구 넘나드는 음모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 1면에 실어 ‘나꼼수’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중앙일보> 기사에 의하면 ‘나꼼수’는 “사실과 소설(허구)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이명박 대통령 등 보수 진영에 관한 의혹들을 증폭”시키는 음모론 유포의 근원이다. 이어 기사는 “전문가들은 ‘나꼼수’의 인기 원인을 청년 취업난, 소득 양극화 등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에서 찾는다”며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 교수와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 교수의 발언을 인용했다.

채규만 교수는 “사람들이 불안할 때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정보를 선택해 감정을 기울이게 되는데, ‘나꼼수’ 신드롬의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고, 최항섭 교수는 “기를 노린 의혹 부풀리기에 그칠 경우 사회 불신을 초래하는 ‘악성 댓글의 종합 상자’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서태지ㆍ이지아의 이혼소송 기사가 터진 건 BBK 손해배상 판결 기사를 덮기 위한 초대형 떡밥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일 오전에 투표소 위치 찾기 접속이 안 됐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끊었다고 추정한다” 등 ‘나꼼수’ 내용을 주요 음모론으로 지적했다.


<오마이> “조중동은 찌라시”


앞서 <중앙일보>의 보도가 나간 뒤, <오마이뉴스>는 해당 기사를 지목하며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 비판에 나섰다.

<오마이뉴스>는 14일 ‘<나꼼수> '음모론' 제기한 <중앙>, 자격 있나’라는 기사에서 “<나꼼수> 열풍은 '음모론'이 아니라, 바로 <조중동>이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며 “<조중동>은 의제 설정 능력을 잃은 '찌라시'”라고 규정지었다.

특히 <중앙일보>가 대표적인 음모론으로 지목한 ‘BBK 의혹을 제기했던 에리카 김과 주 기자의 통화 녹음 내용’에 대해 “주진우 기자 에리카 김 관련 발언이 왜 '음모론'인지 <중앙일보>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BBK와 에리카 김에 대한 주진우 기자 발언 사실 여부를 <중앙>이 직접 취재해 밝히면 된다”고 못박았다.

이어 “만약 <중앙>이 직접 취재해 주 기자 발언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정말 <나꼼수>는 음모론 진원지가 된다. 하지만 <중앙>은 주 기자 발언을 '음모론'으로 의혹을 제기했을 뿐 어떤 반박 자료나 취재 결과물도 내놓지 않았다”며 “이런 것이 바로 의혹제기요, 음모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용민 “중앙에서 김어준 종편 MC로 섭외하려 했다”

한편, ‘나꼼수’ 멤버이자 PD인 시사평론가 김용민 전 교수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중앙일보가) 김어준 총수에 대해 얼마 전에는 자기들 주말신문 '중앙선데이'에 우호적 인터뷰를 실었고, 자기들 종편 jTBC MC로 섭외하려 했지”라며 “니들의 알 수 없는 본심, 괴담보다 더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의 강혜란 기자가 김 전 교수에게 “인터뷰나 섭외 시도했다고 문제점 지적도 못하나 나꼼수도 여당 까면서 대표 출연했잖나”라고 반박했다.

김 전 교수는 강 기자에게 “지금 그 기사를 잘 썼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이번주 나올 나꼼수 29회 잘 들어보시길. 홍 회장님께서도 들으실 내용이 있다고 알려주시길”이라며 '나꼼수' 다음 회에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에 대한 언급이 있음을 암시했다.


이처럼 기존 언론들이 ‘나꼼수’를 논란의 중심으로 가져가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문과 방송 등 기존의 매체들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스마트폰과 SNS, 그리고 ‘나꼼수’가 뉴미디어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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