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명문 ‘부산진여자상업고등학교’ 성공 비결 들어보니

[(경상)조은뉴스=김기동 기자]  “고졸 학력이 이상하거나 부끄러운 것은 아니잖아요. 저희들을 편견 없이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부산은행 취업에 성공한 이주영(19) 씨. 부산진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이 양은 지난 7월 부산은행이 실시한 특성화고 학생 대상 제한경쟁 모집에서 최종 합격했다.

부산시에 위치한 부산진여자상업고등학교는 지난 2007년 8월 문을 연 경영 분야 특성화고등학교로 올해 이 씨를 포함한 학생 16명이 금융기관 취업에 합격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 이 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71%(2011년 2월 기준)로 전국의 대규모 특성화고등학교 중 취업률이 가장 높고, 소규모 학교를 포함하면 전국 6위이다. 올해 졸업생 총 241명 중 취업희망자는 170명, 진학희망자는 71명으로 취업희망자 대비 취업률은 100%인 셈이다.

이 학교는 올해 금융업뿐 아니라 전자전기, 식품, 물류, 무역, 유통, 의류, 건설,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취업자를 꾸준히 배출해내고 있다.


취업명문으로 거듭나고 있는 부산진여자상업고등학교의 성공 비결은 뭘까. 이 학교는 부산의 전략산업인 항만물류산업, 선물,금융 산업에 종사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유통경영과, 금융경영과, 지식경영과로 학과를 개편했다.

이 학교는 1980년대까지 매년 졸업생 중 100명 이상이 금융권에 취업을 하면서 명성을 높였지만 1990년대 전자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사무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취업의 기회가 급격히 줄었다. 그러다가 최근 고졸 채용 바람이 불면서 올해 7월말까지 금융권에서만 총 16명의 학생이 취업에 성공했다.

강영대 부산진여자상업고등학교 교장은 “취업명문학교로 만들기 위해 특성화고등학교로 전환한 이후 교육과정을 현장 실무 중심으로 대폭 개편했다.”고 밝혔다.

강 교장을 이를 위해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하게 될 각 기업체 인사담당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교육과정도 직업교육 전문가에게 특별자문을 받아 편성하는 한편, 인성을 중시하는 기업체의 요구를 반영해 재량활동시간에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학년은 독서교육, 진로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고, 2학년은 취업 시 직무능력 신장을 위한 진로준비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학년은 맞춤형 취업지도를 통해 취업역량을 높이고 있으며, 금융 관련 자격증 취득반, 금융 특강반을 방과 후 강좌로 운영해 금융권 취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 상업계열 기초교과인 상업경제, 회계원리 교과의 내실 있는 지도와 교내경시대회를 통한 학생금융 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게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 갖춰진 상태에서 최근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금융권의 취업 기회가 확대되고, 각 기업체에서 취업의뢰가 많이 오고 있어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진로를 바꿔 취업을 준비할 정도이다.


특히, 1993년 대졸 행원 20명과 고졸 행원 40명을 뽑은 뒤 고졸 채용을 중단했던 부산은행은 최근 특성화고등학교에서 고졸 행원 채용을 다시 부활시켜달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했다.

부산은행 공채에 합격한 부산진여자상업고등학교 이주영 양은 “몇몇 친척들께서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겠냐는 걱정의 말씀을 하시기도 했지만 취업을 할 때 대학은 선택사항일 뿐 실무능력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경영특성화고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동안 기업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회계과목이 가장 힘들었다는 이 양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화되기 때문에 저학년 때부터 꼼꼼히 공부해 낭패를 면했다고 말했다.

2학년 때부터는 취업을 대비한 내신 관리에 중점을 뒀고, 3학년 때는 기업회계, ERP 등의 심화 교과를 배웠다. 학년이 올라가는 동안 성적도 점차 상향곡선을 그렸다.

이 양이 이렇게 성적에 집중한 이유는 학교에서 1차로 교내 면접을 본 뒤, 이를 통과한 학생들만 취업 지원 기회가 부여되기 때문이었다.

이 양은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이미지 메이킹, 취업캠프, 실무 대비 교과 수업 등을 통해 특성화고등학교 덕을 많이 봤다.”며 “은행 면접 때 학교에서 배웠던 이미지 메이킹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좋은 인상을 보여줬고, 평소 꾸준히 모의면접을 연습해둔 덕에 면접 때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고 답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양은 현재 부산은행이 실시하는 신입행원 직무연수를 받고 있다. 8월 20일 연수가 끝나면 각 지점에 배치돼 현장실습도 하게 된다. 이 양은 이번 제한경쟁 모집에서 6:1의 경쟁률을 뚫었다.

이 양은 는 “금융권에 취업한 고졸 출신들은 허드렛일밖에 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속상하다.”며 “고졸은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취업하는 것일 뿐 업무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고졸 학력 자체가 이상하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실천해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강영대 부산진여자상업고등학교 교장은 “직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고졸 학력으로 기업에 입사하면 대졸자보다 훨씬 더 오래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큰 경쟁력이 있다.”며 “그동안 취업명문 학교로서 홍보와 진로 교육에 집중해온 겨로가 현재 1학년 재학생 중 취업희망자는 93%나 된다.”고 말했다.
가 교장은 “앞으로도 취업명문 ‘부산진여상의 옛 명성’을 찾기 위해 내실 있는 교육과정 운영과 인성 교육에 중점을 두고 인재를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요즘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일선 현장으로 투입되는 기회가 늘고 있다. 대학 졸업장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지만 고졸 채용자들은 특성화고등학교의 실무 위주 커리큘럼으로 오히려 대졸자보다 더 현장에 잘 적응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고졸 채용자들에게 가장 힘든 건 현장 적응이 아닌 고졸 채용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다. 대학입시 못지 않은 경쟁률을 뚫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학생들을 편견 없이 바라봐주고 인정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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