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찰 녹취록-출석요구서 공개, 전말 드러나…영장 실질심사에 촉각

지난 22일 새벽 노종면 위원장 등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핵심 조합원 4명을 돌연 체포한 것에 대해 당초 경찰은 '출석 불응'의 이유를 내걸었으나, 결국 YTN노조의 주장대로 경찰이 이들의 총파업 동력을 흐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체포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검찰이 YTN 조합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24일, YTN노조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경찰과의 녹취록에서 그 전말이 드러났다. 이밖에도 경찰이 노 위원장 등에게 보낸 출석요구서가 당초 요구일보다 하루 늦게 전달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무엇보다 '제3 기관'의 개입설 마저 나오고 있어, 이명박 정부가 YTN노조의 합법적 총파업을 막기위해 배후로 나섰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이날 오후 영장 실질심사에 돌입한 법원 '판단'에 YTN노조를 넘어 언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체포사안 아니지 않느냐' 질문에 남대문서장 "그렇다"

구속영장 청구 대상에서 제외된 임장혁 기자와 정유신 대변인 등 YTN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법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조 간부 4명의 부당 체포가 결국 합법적인 파업을 파괴하려는 정권 차원의 음모에 따른 것임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날 YTN노조가 공개한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당초 남대문 경찰서가 노조 집행부에 대한 체포 이유로 '출석 불응'이라는 이유를 내걸었으나, 이는 결론적으로 '언론 플레이'였으며, 이러한 배후엔 이명박 정부가 있을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 녹취록은 지난 22일 오전 노종면 위원장을 비롯한 YTN 노조간부 4명이 긴급체포된 직후 남대문경찰서장과 YTN 기자와의 대화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를 통해 김기용 남대문경찰서장은 22일 오전 YTN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이(노 위원장 등 4명) 그동안 경찰의 출석 요구에 성실히 응해왔던 만큼, 체포할 사안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시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서장은 나아가 "체포영장이 발부된 여러 요소 가운데 한 요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YTN노조는 전했다. 결국, 당시 경찰이 하루 뒤로 예정됐던 YTN노조의 총파업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동력 흐트리기'의 전말이 드러난 것이다.

■ "MB정부 배후" 정황 드러나…남대문서장 "관련기관의 다른시각"

특히 이와 관련, 정권 차원의 '배후'가 있었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 서장이 당시 "검찰 쪽에서도 나름대로 해당 관련 기관의 다른 시각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때문인지, 강희락 경찰청장도 지난 23일 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 'YTN 사태 대책위원회' 위원들을 만난 자리를 통해 "YTN 기자들이 업무 방해 외 폭행 등의 혐의에 대한 출석 요구에 세 차례나 불응해 체포했다"고 말한 바 있다.

YTN노조는 "이는 수사기관이 아닌 제3의 기관이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김 서장의 발언은 'YTN 기자들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포했다'는 수사기관의 공식 발표가 허구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 "결국 김기용 남대문경찰서장의 발언으로 확인됐듯, 강희락 경찰청장의 억지 주장은 합법적인 파업을 막기 위한 공권력의 부당한 개입을 은폐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YTN 노조는 "김기용 남대문경찰서장의 발언으로 부당 체포의 진정한 의도와 배후가 드러난 만큼, 잠시 뒤에 열릴(24일 오후) 노종면 위원장 등 3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검찰과 경찰은 부당 체포의 경위를 분명하게 해명하고, 특히 이번 사태에 개입한 제 3의 기관의 실체와 그 경위를 분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 등기우편물 공개…출석요구서 늦게 전달돼, "경찰 끼워맞추기식 수사"

이밖에도 YTN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대문경찰서가 노종면 위원장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와 등기우편물 대장을 공개, "이달 17일 경찰서에 출석하라는 요구서가 18일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즉, 남대문 경찰서가 노 위원장 등에게 보낸 등기우편물이 3월18일 수령된 것으로 돼 있다는 것으로, 이는 노조 집행부가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는 경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인 셈이다.

실제로 노조가 공개한 우편물 대장에 따르면, 등기번호를 우체국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한 결과, 16일 오후 5시25분에 접수돼 18일 오전 10시16분 회사 동료가 수령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결국, 경찰 출석요구서가 그들이 요구한 일자 보다 늦게 전달됐다는 것.

이와 관련, YTN 노조는 "세 차례 출석 요구에 응했고 26일 추가조사를 받기로 협의한 상태였다"며 "체포영장 신청 사유가 명백히 경찰에 유리하도록 끼워 맞추기 식으로 작성됐다"고 비판했다.

■ 대검찰청 출입기자, 성명 발표…"명백한 공권력 남용, 언론탄압"

이런가운데, 각 언론사 대검찰청 출입기자 31명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검찰이 YTN 노조 조합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자 언론 탄압으로 규정한 뒤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노조의 투쟁은 '낙하산 사장'을 막고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하고 정당한 싸움이었다"며 "수사당국이 성실 조사에 응하고 있는 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고 영장을 청구한 것은 합법적 투쟁을 막기 위한 무리한 수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법원을 향해선 "노 위원장 등 지도부에게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으며 이들이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합법적 투쟁을 해왔음을 고려해 상식적인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들은 YTN 노조의 투쟁이 정당함을 재차 강조하며 △YTN노조에 대한 검경의 무리한 수사 즉각 중단, △YTN사측의 부당징계 철회 및 고소고발 취하, △YTN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 중단을 촉구했다.

■ 민주당 "참으로 기가 막힐 일, 민주주의 희망 없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참으로 기가 찰 일"이라며 "합법적 파업을 목전에 두고 노조를 무력화시켜 방송언론 탄압의 고삐를 옥죄겠다는 정권차원의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은 망신스럽고 부끄러운 일만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대전제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 대전제를 무너뜨리는 일에만 가속도를 내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체포는 웬 말이고 구속영장 청구는 웬 말인가.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나"라며 "허위사실을 기재해 받은 체포영장으로 언론인을 마구 잡아 들이고 구속영장청구까지 남발하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은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 법원 영장실질심사 결과, 24일 저녁 께 결정날 듯, '구속' 시 파문 예고

한편 검찰이 노종면 위원장 등 3명에 대해 YTN 구본홍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법원은 이날 오후 부터 이들 3명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다만 체포된 기자 4명 가운데 임장혁 전 <돌발영상> 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범죄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청하지 않았다.

영장이 청구된 노조원 3명은 지난 해 7월 구본홍 사장이 선임되자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고 규정한 뒤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저녁 께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법원이 '구속' 결정을 내릴 경우, 이에 따른 후폭풍은 향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며, 언론계 역시 강도높은 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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