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조은뉴스=이정훈 기자]  “우리는 지금 ‘터무니'(터에 새겨진 무늬)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비움과 나눔이 가득했던 우리의 정겨운 옛 도시와 배산임수 자체가 랜드마크였던 아름다운 산수(山水)를 마스터플랜이란 이름으로 난도질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충남발전연구원(원장 박진도)은 17일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승효상 총감독(건축사무소 ‘이로재’ 대표)을 초청해 “이 시대 우리의 도시와 건축” 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가졌다.

승 감독은 특강에서 “1972년 7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11층짜리 33동의 ‘프루이트 이고’라는 아파트형 주거단지를 폭파하여 철거시킨 일이 일어났다. 가장 좋은 삶터로 평가되어 여러 건축상까지 받았던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적 공간이 갖는 무미건조함으로 인해 무법지대로 변하였다. 불과 17년밖에 안 된 이 주거단지는 도시에서 가장 절망스럽고 공포스러운 장소로 변하면서 결국 폭파시켜 버린 것이다.

이를 두고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찰스 젱크스’는 이날을 모더니즘이 종말을 고한 날이라고 기록하였다.”고 말하면서 “21세기 현대인의 갈등과 대립은 이런 낭만도, 감동도 없는 도시 구조 속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천혜의 휴양지로 유명한 그리스 산토리니의 순백색의 집들은 우리가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헐어버린 일명 ‘눈 덮인 달동네’의 모습과 흡사하다”면서 “건축의 의미가 집을 세우는 게 아니라 짓는 것이듯, 달동네가 갖고 있는 공동체적 미학과 사람의 삶을 담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승 감독은 “이 시대 도시와 건축은 우리의 기억을 보조하기 위한 장치로서 존재해야 한다”면서 “세종시는 인간이 중심이 된 차별화된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고민이 반영된 도시인 만큼, 그 가치가 변하지 않도록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승효상 총감독은 20세기를 주도한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빈자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건축의 중심에 두고 있으며 ‘수졸당’, ‘수백당’, ‘웰콤시티’, ‘파주 출판도시’, ‘베이징 장성호텔’, ‘아부다비 문화지구 전시관’, ‘쿠알라룸푸르 복합빌딩’ 등을 작업했다.

한편 건축가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주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었으며,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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