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박사의 세상을 여는 마음

[조은뉴스=김동길 박사 칼럼]  중국의 큰 용 한 마리가 미국을 찾아가
1월 19일부터 워싱턴에서 미국의 용을 만나
회담 아닌 격투를 벌이게 될 것이라 전해지고 있습니다. 14년만이라고 합니다.
14년 전의 중국은 아직 용이 채 되지는 못했지만
용이 될 것이라는 짐작은 모두가 하고 있던 터이었습니다.

백악관에서는 귀빈 중의 귀빈인 후진타오를 영접하기 위한 최고급의 준비를 다하였다고
하지만 오바마는 그를 귀빈으로만 맞는 것이 아니라
격투의 대상으로 맞이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명백해 보입니다.

두 나라 사이에는 충돌이 불가피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을 감동시키기 위하여” 50만 달러짜리 백악관 국빈 만찬도 마련돼 있다고
하지만 막상 회담에 들어가면 두 나라의 두목들은 기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100년 이상 세계를 지배해 왔다고 자부하는 미국이
신흥 강대국으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는 중국에 쉽게 꿇릴 리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오늘의 세계를 본다면
달러의 나라는 이미 절정을 지나 쇠잔의 길을 더듬고 있는
왕년의 최강국이 새로운 활력을 내뿜으며
위엔 화를 들고 세계를 누비는 제 2의 경제 강국을
소홀히 대접할 수는 없다는 확신이 도사리고 있을 것도 분명합니다.

아무리 기 싸움이 극에 달한다 하여도
피차에 핵무기를 발사하며 싸울 수는 없는 세계의 현실이다 보면
아주 해결하기 곤란한 문제들은 슬슬 넘어가고
두 나라의 국가 원수들은 미소진 얼굴로 서로 악수나 하고 헤어지게 될 것입니다.

두 마리 용들이 싸우는 이 마당에
우리는 어떤 길을 택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또는 지금보다 좀 더 잘 살 수 있게 될까 -
이것이 대한민국의 숙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새로 등장하는 태평양 시대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겨레의 오랜 꿈을 흔들림 없이 간직한다면
답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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