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도 처서도 지나고 나니 날씨는 여전히 덥다지만 무더운 여름이 어쩔 수 없이 물러간다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아, 가을인가” 한 마디 읊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박목월이 시를 쓰고 김성태가 곡을 붙여,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라고 시작하는 서글픈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가 3절에 가면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로 우리들의 가슴을 쓸쓸하게 만듭니다. 1절 부르고 2절 부르고 3절 부를 때마다 되풀이 하는 후렴은 기나긴 탄식으로 시작합니다. “아아, 아아”- 결론은 요 짧은 한 마디-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그래서 가을은 공연히 속절없이 눈물이 흐르는 서러운 계절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아 가을인가”- 이 가을을 맞이하는 심정이 어떻십니까. 청와대의 주인이 되고 이미 반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지난 2월 25일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큰 감격의 날이었는데 점점 우리들의 “사랑”도 저물어 가는 듯합니다. 영국 시인 토마스 그레이의 시에 “영광의 길 가다 보면 무덤 있을 뿐”이라는 유명한 한 마디가 있습니다.

권력을 즐길 생각 아예 마시고, 이 가을에 나라와 백성을 위해 누구도 하지 못할 비장한 결심을 하나 하세요. 공명심을 버리고, 정몽주 선생을 생각해 보세요. 안중근 의사를 생각해 보세요. 죽음을 결심해야 삶이 있습니다. 이미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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