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혀 다져진 토양, 생명이 살 수 없어

우리가 지름길에서 밟는 밭 밑의 흙 속에는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 신발크기만한 면적의 토양에 살고 있는 생물들은 대략 지렁이 3마리, 거미 7마리 일벌레 2마리, 투구벌레 2마리, 원생동물 2십만 마리, 진드기 5천 마리, 톡토기 2만 마리, 곤충애벌레 3십 마리, 바퀴벌레 5백 마리, 세균류 1조 마리, 선충류 6백 마리 정도이다.

토양이 밟혀 다져지면,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막혀 생물들이 숨쉬기 힘들고 물빠짐이 나빠져 비가 온 후 과습하기 쉽다. 뿐만 아니라 식물 뿌리가 단단한 흙속으로 뻗어나가지 못해 작고 약해진다. 걸음걸음 연이어 밟은 곳은 결국 생명력을 잃고 누런 속살을 드러낸 작은 사막이 되고 만다.

기계로 흙을 밟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농업에서 농기계는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힘든 단순 노동을 대체하며, 영농의 대규모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하지만 최근 40마력이상 중대형 트랙터 보유가 증가하면서 농경지가 다져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흙을 갈아 엎는 과정에서 표토는 부드러워지나 갈이 바로 밑 부분은 기계의 하중을 받아 더욱 단단해지게 된다. 이를 쟁기바닥층(耕盤層)이라 부르는데 이 부분에서 뿌리뻗음과 물빠짐이 현저히 나빠지게 된다.

농촌진흥청(청장 김재수) 토양비료관리과에서는 최근 대형농기계 사용에 따라 농경지가 다져지고 뿌리분포영역이 작아지고 물빠짐이 느려짐을 밝혔다. 밭에서 쟁기바닥층의 딱딱함은 대형농기계사용 6년~15년 범위에서 한해 약 0.6mm(산중식 경도, 딱딱한 정도를 나타냄)씩 증가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미 다져진 토양은 다시 부드러워지기가 매우 어렵다. 기계적으로 깊이갈이(深耕), 심토파쇄, 거친유기물 혼입 등을 하여 일시적으로 부드럽게 할 수는 있으나 3년이 지나면 다시 딱딱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지렁이 등의 토양동물과 목초류의 뿌리는 떼알구조를 만들어 물과 공기가 드나들고 뿌리가 뻗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기계적인 방법보다 흙이 부드러워지는데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따라서 흙의 생명력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져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첨단 기계화 시대에 웰빙을 지향하며 사는 현대인으로서 걷지 않을 수도 기계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관리과 관계자는 "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하나는 흙을 밟는 것은 금방 내려 쌓인 함박눈을 밟는 것과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소복이 쌓인 함박눈을 처음 밟으면 푹 꺼져 내려간다. 그렇지만 그 발자국을 따라 뒷사람이 두 번째 밟을 때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사람도 기계도 다니던 길로만 다니면 나머지 흙의 생명력은 보전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 " 다른 하나는 물이 많은 질흙을 밟으면 사람도 흙도 지친다는 것입니다." 물이 많을 때는 떼알구조가 허물어지기 쉬운 상태로 외부 충격에 매우 약하다. 따라서 농기계 작업도 약간 건조한 상태에서 하는 것이 젖은 상태보다 흙을 덜 다져지게 한다는 것이다./ 자료제공: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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