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나이차가 3~4살 밖에 나지 않는 후배들의 말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오덕후나 BMW족 등 인터넷 은어, 줄임말을 남발해 의사소통까지 안됩니다. 그래서 ‘우리말 가꿈이’ 활동을 하며같은 문제의식을 지닌 대학생들과 우리말을 되살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KBS 한국어진흥원이 발족한 ‘우리말 가꿈이’의 학생대표 이은희씨(서울여대 일어일문학과 4)의 이야기다.


문화부와 KBS는 7월 1일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데 관심을 가진 국민 350명을 우리말 가꿈이 요원으로 선발했다. 이들은 올해 11월까지 공공기관과 대중매체 등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를 개선하는 활동을 하며 ‘우리말을 아름답게 하자’는 캠페인도 진행한다. 또 영화, 게임 등을 모니터링하며 개선해야 할 말을 찾아내기도 한다.

KBS 한국어진흥원의 박한선 기획실장은 “기존의 언어순화 프로그램이 공공기관이 주도한 것이라면, 우리말 가꿈이는 인터넷, TV, 영화, 게임 등 대중매체를 주로 활용하는 젊은 층이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190명을 대표하는 이은희씨를 만나 출범 3개월째를 맞이하는 ‘우리말 가꿈이’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우리말 가꿈이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셨습니까?
평소 무분별하게 쓰이는 신조어와 잘못된 외래어를 접하며 안타까움을 느끼고 ‘우리말 가꿈이’에 동참했습니다.

중·고등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전공이 일본어쪽이라 아는데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말 속에도 일본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바께쓰’, ‘간지’, ‘자꾸’, ‘다대기’, ‘유도리’ 등의 말들입니다.

인터넷 용어 사용도 심각합니다. ‘안습’, ‘지못미’, ‘고고씽’, ‘흠좀무’, ‘솔까말’, ‘듣보잡’, ‘귀척’, ‘SC’, ‘버러우’, ‘넘사벽’ 등이 그것입니다.

활동을 시작하고 보니 생각한 것 보다 우리말 훼손 상태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경각심을 갖고 또래 대학생들과 아름다운 우리말을 다시 살려 나라의 정체성과 국민성을 바로 세우는데 일조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달 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나요?
7월부터 20여 개 조로 나뉘어 매달 영화, 게임, TV, 인터넷 등 여러 매체와 게임 속 언어를 살폈습니다.


제가 속한 조는 공공언어조로 6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현재까지는 공공기관 홈페이지, 홍보책자, 팸플릿, 로고 등을 살피며 실태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국가와 국민이 소통해야 할 공공언어에 영어나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가 많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지하철의 경우 ‘비상시에 커버를 열고’라고 돼 있는데요, 커버는 ‘덮개’로 바꾸는 것이 맞습니다. ‘서울형데이케어센터’는 ‘서울노인보호센터’로. ’클린재정’은 ‘맑은 재정’으로, ‘스마일 홈닥터 시스템’은 ‘행복한 방문의료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 독거노인들의 위급상황에 대비해 119 상황실과 연계한 ‘무선페이징시스템’은 ‘119 긴급 연락체계’로, ‘하차벨’은 ‘내리실 때 누르세요’와 같이 쉽게 풀어쓰자는 의견도 나왔고요.

조원들과 조사를 하며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와 슬로건 에 영어나 어려운 말들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인 듯하지만, 외국인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영어 슬로건도 많았어요. 영어를 어느 정도 사용해야 세련돼 보인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달부터 공공기관에 직접 방문해 관계자와 직접 이야기하는 한편, 세미나에 참가하며 대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공공언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노력도 병행할 겁니다.

다른 조에서도 각각 열심히 활동했어요. 영화 언어조는 ‘이끼’, ‘마음이2’ 등을, 게임 언어조는 ‘한게임’, ‘카발’ 등 온라인 게임으로, TV언어 조는 ‘인기가요’,‘MBC100분토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언어조는 인터넷 기사, 방송사 홈페이지 등에서 사람들이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찾아내 순화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조사를 마치면 종합해 KBS에 건넵니다. 그러면 KBS에선 우리말 가꿈이 활동이 끝나는 11월에 책으로 만들어 내놓는다고 합니다.

8월에는 ‘우리말 가꿈이 여름캠프’에 참여하셨다고요?
8월에 있었던 ‘우리말 가꿈이 여름캠프’에선 가꿈이들이 조사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제가 속한 조에서는 메신저나 트위터에 외래어, 신조어, 은어 등을 순화해 바른 말로 바꿔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자거나, 우리말을 잘 사용하고 있는 기업에 인증마크를 주고 보상해주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 이해하기 어려운 신조어나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풀이하는 TV프로그램을 방송하고, 한국어실력인증프로그램을 마련해 취업에 가산점을 제공하자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그리고 현재는 한글날이나 특정한 날에만 정부 부처 주관으로 열리는 한글사랑 공모전이나 전시회를 자주 개최해 더 많은 인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우리말 신문고를 만들어 잘못된 공공언어를 신고하자는 등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다른 조에서는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우리말을 소개하자거나, 방송국 라디오 방송에서 청취자에게 보내는 문자 메시지에 우리말 사랑에 대한 문구를 담자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또 ‘이 달의 우리말’을 선정하고 포스터를 제작해 가꿈이의 학교 게시판이나 각종 인터넷 페이지에 게시자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은 어떻게 하시나요?
우선 온라인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우리말 가꾸기 운동의 활동상황 및 결과를 블로그에 게시하거나 트위터, 페이스북에 확산하는 겁니다. 우리말 가꿈이 블로그(http://blog.naver.com/beautifulhg)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리 캠페인은 9월과 한글날에 진행합니다. 결정 나지는 않았지만, 우리말 가꿈이 요원들을 주축으로 가두행진, 퍼포먼스 공연, 연극 등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미 언어파괴 현상이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현재로선 단기적인 캠페인으로 결과를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말을 사용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젊은이들이 언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말 가꿈이 요원들이 활동하면서 내놓는 의견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준다면, 앞으로 활동 하는데, 또 좋은 결과물을 내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부는 8월 5개 부처와 합동으로 언어를 개선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방송인과 출판인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청소년용 표준 화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립국어원 김형배 연구원은 “국립국어원에선 청소년 언어와 표준 화법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연말에 공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말 가꿈이에서 개선하려고 하는 어려운 공공언어나 행정용어를 쉽게 풀어주는 상담을 국어생활종합상담실(1577-9979)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누리집에서는온라인 상담도 하고 있으니 공공언어가 어려워 이해하기 힘든 사람은 이용하시라”고 덧붙였다.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이런 노력들이 전국적인 운동으로 커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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