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배우는 것에 너무 익숙한 20대, 여러분은 꿈을 배운 적 있으신가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천천히 즐겁게 하면 좋겠어요.”
“자기계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기 미래도 알기 힘든 세상에 남의 미래를 안다는 듯 한 태도가 기분 나빠요.”

7월 16일 ‘이걸로 밥벌이? 展’이 열리는 여성사 전시관에 30여명의 20~30대 관람객들이 둘러앉아, 아마추어 청년작가들의 작품 속에 담긴 다양한 메시지를 듣고 있었다.


‘이걸로 밥벌이? 展’이란?
‘이걸로 밥벌이? 展’은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여성사 전시관에서 20~30대 여성들의 밥벌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자 마련한 기획전이다.

여성사전시관 박은수 학예연구실장은 “여성사전시관에서는 매년 큰 주제를 잡고 기획전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일, 가족 양립이 주제”라면서, "이번 전시는 아직 학교에 있거나 막 사회에 일을 찾고 시작하는 경계에 있는 여성들의 밥벌이에 대한 불만, 초조함, 지속가능한 밥벌이에 대한 생각을 다양하게 담았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20, 30대를 이태백, 88만원세대, 자기 밖에 모르고 서로 연대하지 않는 세대라고 합니다. 저희는 실제 20-30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고민하는지, 자신의 삶을 위해 어떻게 애쓰고 있는지 귀 기울여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그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가감없이 담아보려 했습니다.”


아마추어 작가 8명이 담아낸 생생한 목소리
이번 전시에는 사진과 만화, 회화, 그라피티, 영상, 음악, 라디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여성작가들과 사회 데뷔를 돕는 비영리단체 ‘희망청’이 참가했다. 여성사전시관은 20대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희망청을 참여시켰다.

희망청은 이번 전시를 위해 20대 창작활동 자원봉사자인 ‘희망공작단’을 뽑았다.희망공작단 8명은 예술 비전공자들이며, 대부분 대학생이다.


희망공작단은 20대들의 취업에 대한 인터뷰한 동영상, 스스로의 휴학생활 실패기를 보여준 프레젠테이션, 스펙 쌓기를 하는 기분을 기록한 영상일기, 공학도이지만 사진작가로서의 꿈을 키우는 이야기 등을 전시했다.

닉네임 헐키씨(21·여)는 현장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여줬다. 그녀는 실제 태권도 공인 3단이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는 격파시범으로 관람객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그녀는 “인증서만 있으면 실력에 상관없이 믿는 우리 사회 ‘인증주의’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어 구상한 퍼포먼스”라면서 “내 생각을 처음 바깥으로 분출해보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함께 이야기 해보는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명인 강연보다 친구와 머리 맞대고 고민하고 싶어”
희망공작단은 단체 작품도 만들었다. 명동에서 많은 20대들을 만나 이력서에 대한 생각을 물고 그 결과를 설치작품으로 만들었고, 여의도에서 다양한 직장인에게 용모단정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며 찍은 사진을 내놓았다.

희망공작단을 기획한 비영리단체 희망청의 배사은씨(29·여)는 “20대 청년 일자리를 이야기할 때, 신자유주의 같은 거대한 담론만 있고 개개인의 이야기는 빠져있다”면서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들은 무슨 박사, 무슨 교수 포럼에는 장대비가 와도 달려가는데, 당장 주변 친구들끼리 머리 맞대고 고민해보지 않아요. 똑똑하지만, 어떻게 보면 냉소적인 우리 자화상이지요. 그래서 평범한 20대들이 일과 꿈에 대해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애썼어요.”


험난한 현실 유머로 풀어낸 청년작가 작품도 돋보여
‘이걸로 밥벌이? 展’에선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의 작품도 있었다.

미술작가 안윤민씨는 “스펙 쌓고 알바하고 이곳저곳 원서 쓰고 잘난 줄 알았는데 난 그냥 들러리…”라는 내용의 가사와 함께 악보를 전시장 입구에 그려놨다. 그녀는 “외할머니가 해녀인데, 힘든 노동을 노래로 달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해녀들에게 영감을 얻어 ‘2030 노동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전지씨는 ‘끙’이란 제목의 만화 속에서 야망보다 소박하게 살고 싶은 심정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사진작가 달다씨는 통영에서 일하는 다양한 20대 여성들의 고민을 기록해온 노트를 사진작품으로 드러냈다. 또한, 음반기획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음반을 제작하고 홍보한 인디가수 시와씨의 셀프 인터뷰도 눈에 띈다.


“딱 제 얘기네요”
관람객 송진이씨(32·여)는 “희망공작단 작품 중에 스펙쌓기가 힘들지만, 거기서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털어놓는 영상작품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많은 매체에서20대를 이야기할 때, 현실에 기죽지 않는 당당함이나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만을 부각시키는 것 같은데, 청년들의 있는 그대로 고민하는 모습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불만이든 희망이든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서로 말해야 같이 미래를 찾을 수 있지 않겠어요? 밥벌이에 대한 대안을 찾고 싶은데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전시를 본 최경운씨(29)는 “작품들이 다 내 얘기”라면서, “사실 사회비판, 자기연민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말한다고 달라지지 않고, 너무 나약한 생각에 젖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공감하는 자리를 가지니 오히려 뭔가 채운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걸로 밥벌이?展’은 공공기관 전시로선 매우 새롭다. 자기연민,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메시지까지 여과 없이 드러낸 작품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진지하게 자기 길을 모색하는 노력과 그 과정을 담아낸 작품도 눈에 띈다. 2~30대 청년들의 밥벌이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정책포털 이정임 기자]

전시는 7월30일까지. 여성사전시관 (eherstory.mogef.go.kr), 문의 02-824-3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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