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를 딛고 세계 중심국으로’

[조은뉴스(칼럼)=이홍구 전 국무총리]  6.25 전쟁이 발발한지 60년이 됐다. “200년이 지나도 재건이 어려울 것”이라는 대한민국은 전후 60년 만에 G20의 반열에 올랐다. 사라질뻔한 조국을 구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순국선열과 UN군(16개 우방국)의 희생을 기억하고, 지난 60년을 되돌아보며 G20의 중심국가로 나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6.25 전쟁 60주년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지방선거 바람이 지나가고 한반도는 이제 월드컵 열풍이다.
우리는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서 독특한 거리응원을 통해 코리아를 역동적인 나라로 세계에 알렸고, ‘대~한민국’의 구호로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렇듯 월드컵 시즌이면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지만,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역사의 우여곡절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지 걱정된다.

올해는 50, 60, 100이란 숫자들이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4·19혁명 50주년, 6·25전쟁 60주년, 경술국치 100주년 등 지난 한 세기 우리 민족이 겪었던 역사적 시련의 고비들을 한꺼번에 되새겨보게 하는 해다.


특히 60년 전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민족사상 가장 처참한 비극이었으며, 그로 말미암은 대결과 긴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6·25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나라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가를 명심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독립을 바라는 민족의 소망을 모아 출범한 대한민국은 불과 2년도 못돼 6·25 전쟁으로 국가존망의 시련을 겪어야 했다. 우리는 6·25와 같은 위기를 다시는 겪지 않도록 언제나 유비무환의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최근 천안함 피격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북한은 체제의 한계성 때문에 언제든지 극단적인 모험주의적 행동을 벌일 수 있다는 점도 항상 염두해야 한다. 이러한 안보위협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란 공동체를 지탱하는 기초이며 출발점이다.


다음으로 대한민국이 6·25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전쟁의 폐허에서 기적적인 발전을 이뤄낸 데는 우리와 함께 피 흘리며 싸운 참전국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참전국과 국제사회에 감사하고 보답하는 활동을 펼쳐야겠다.
참전국 국민의 우정과 희생에 감사하고 경의를 표하며, 우리와 맺은 특별한 인연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그것이다.


참전국 가운데 개도국에는 개발 원조로 그들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원조는 나라의 품위 즉, 국격을 국제사회에 가장 잘 반영하는 분야임을 명심하고, “한국은 개도국을 동정하는 선진국이 아니라 그들과 애환의 정을 함께 나눠 가진 친구이길 바란다”는 입장에서 60년 전에 입었던 은혜를 갚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일에 대해 무뎌진 국민적 의지를 새롭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6·25전쟁 60년이 지난 지금, 전쟁을 경험한 국민은 점차 줄고 있다. 그렇다고 통일의 열기가 식어가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 특히 젊은 세대 중에는 통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통일비용에 대한 우려 등으로 통일에 소극적인 이도 적지 않다.

그러나 통일은 민족의 생존문제인 동시에 자존심의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모든 국민은 조국통일로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분단으로 우리가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기회가 얼마인가. 통일비용보다는 분단을 유지하는 비용이 훨씬 크다는 점을 냉철하게 파악한다면, 통일은 당위의 문제인 동시에 현실의 생존 전략이 된다.


비록 국토나 인구는 크지 않지만 지식·예술·창의성 등에서 우리 국민의 우수한 소프트 파워를 강화해 평화적 통일을 이끌고, 세계에서 앞장서는 나라가 되는 것만이 지정학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제의 강압적 식민통치 35년에 분단과 대결의 65년을 합하면 우리 민족은 비운의 100년을 경험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하겠다. 이제 우리에게는 자신도 있고, 실력도 있으며, 나라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민족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응분의 희생을 각오하는 의지와 꿈도 있다. 경술국치 100주년, 6·25 60주년은 민족대행진의 출발점이다.[이홍구 6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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