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수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정책실장

[조은뉴스=임광수 수산정책실장]  아이폰 열풍이 뜨겁다. 2007년 1월 9일 최초 공개 후 세계적 이슈로 떠 오른 아이폰은 2009년 11월 28일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국내 출시 4개월 만에 50만대가 판매되었는데 이는 세계 최단 기록이라고 한다. 아이폰은 끊임없이 뉴스거리를 만들어낸다. 국내 휴대폰 시장을 장악해 온 모 대기업이 아이폰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고, 아이폰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대박을 터트렸다는 사람들의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대형서점에 가면 아이폰 활용방법에 대한 책자들이 제일 눈에 잘 띄는 곳에 전시되어 있고, CEO 등 소위 잘 나간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이폰을 쓰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으로 평가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다 보니 아이폰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멀쩡한 핸드폰을 아이폰으로 바꾸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아이폰에 열광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아이폰의 성공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혁신적인 제품’이다. 아이폰은 기능이나 디자인 등에 있어 기존의 핸드폰과 확연히 구분된다.

시대의 흐름과 소비자의 욕구를 면밀히 분석한 후 인터넷, GPS, 터치스크린 등 첨단 IT 기술을 집약하고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을 입힌 명품을 만들어 냈다.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 출시를 통해 애플사는 단순히 기존 휴대전화 시장을 잠식한 게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그 시장을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두 번째, ‘대중의 힘’을 제품 개발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아이폰의 최대 강점은 10만 여개에 달하는 응용프로그램이다. 주변 맛집 검색에서부터 운동량 계산까지, 응용프로그램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애플사는 앱 스토어(App. Store)라는 개방된 시장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들이 대박을 꿈꾸며 너도 나도 응용 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들게 되었다.

애플사가 10만개에 달하는 응용프로그램을 직접 만들려면 수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했을 것이나, 대중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이들의 두뇌를 제품 개발에 활용한 것이다. 참으로 기발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폰의 성공 요인은 수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2009년 어업 생산액은 6조 9천억원이었다. 사상 최대 규모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다(총부가가치의 0.2%). 수산업이 국가정책에서 좀 더 주목받기 위해서는 수산업의 규모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업 생산 위주로 접근해서는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렵다.

아이폰처럼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삼면이 바다라고는 하나, 중국과 일본에 가로막힌 좁은 바다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며 우리의 진정한 경쟁력은 인적자원에 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발상,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IT, BT 등 첨단 기술을 수산업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의 새로운 수산업의 모델, 이른 바 ‘두뇌수산’이다.

기존의 관념을 깨고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의 익숙한 것들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새로운 시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젓갈을 예로 들어 보자. 치즈나 김치 같은 발효식품은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처음에는 그 독특한 풍미 때문에 멀리 하지만 좀 익숙해지면 못 먹어서 안달이 나게 된다.

세계적인 웰빙 열풍을 타고 김치가 건강식품으로 전 세계에 소개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발효식품인 젓갈도 외국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본다. 젓갈은 각종 아미노산과 무기질이 풍부한 영양식품이지만 지나치게 높은 염분 함량은 국내 소비 확대와 세계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젓갈은 당연히 짠 것인가? 염분을 빼면 될 것 아닌가?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국립수산과학원에서의 실제 연구로 이어졌고 염분을 낮춘 ‘저염분 젓갈’의 개발이라는 성과를 도출하였다. 기존에도 염분을 줄인 저염분 젓갈이 있었지만 탈염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젓갈 고유의 풍미가 저감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수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새로운 방법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한 것으로 염분은 낮추면서 풍미는 더욱 좋아져 상품성이 월등히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젓갈에서 추출해 낸 염분이 자연산 조미소금이 된다는 것이다. 새우젓에서는 ‘새우맛 소금’을, 어리굴젓에서는 ‘굴맛 소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단순한 젓갈이 창의적 아이디어와 식품제조 기술을 통해 저염분 젓갈과 조미소금이라는 새로운 수산식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LED 집어등, 육종넙치, 무환수 새우양식, 최첨단 빌딩 양식 등 최근에 수산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신기술들도 모두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한 혁신적인 제품의 개발, 즉‘두뇌수산’의 성과라 할 것이다.

아이폰의 또 다른 성공요인인 ‘대중의 힘’도 수산업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공유자원을 이용하는 산업 특성상 수산업에는 규제가 많다. 수산자원을 보호하고 지역간·업종간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기는 하나, 규제를 통한 정부 통제는 비용도 많이 들고 한계가 있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도 공유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는 정부 규제나 시장 원리보다는 ‘사용자 집단에 의한 자율관리’가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을 입증한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프리카 코끼리다.

상아를 노린 밀렵꾼들로 인해 코끼리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자 정부는 마을 주민들에게 코끼리를 사냥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더니 마을 주민들이 밀렵꾼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 코끼리의 수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대중의 힘’이 자원 보호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우리나라도 2001년 자율관리어업을 도입한 이후 참여 공동체가 약 15배 증가하고 소득이 매년 8~9% 증가하는 등 괄목한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자율관리어업은 수산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다.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들의 두뇌를 통해 10만 여개의 응용 프로그램 개발될 수 있었던 것처럼, 어업인들의 참여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수산정책 개발과 집행이 가능하다.

정부만 고민해서는 어업 현실에 바탕을 둔 창의적인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 또한 각종 규제의 이행을 일일이 정부가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그 보다는 어업인 스스로 수산정책 수립과 집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자율관리방식을 어선어업 관리 및 불법양식어업 정비 등 수산정책 전반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 우리 수산업은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지난 10년간 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57% 증가했고 이웃한 중국의 수산물 소비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동물성 단백질의 40%를 공급하는 수산업은 핵심 식량산업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우리 수산업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결국 우리 수산인들이 얼마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최대 강점은 누가 뭐래도 우수한 인적 자원에 있다.

수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에 창의적 아이디어와 첨단 기술을 융복합하는 ‘두뇌수산’과 자율관리를 통해 우리 수산업이 아이폰 같은 새로운 혁신 아이콘으로 거듭나는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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