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요에 맞춘 학제 개편… 본질 흐려

[조은뉴스=김노향 기자]  최근 국내 대학들이 마치 기업처럼 경영하는 방식에 대해 대학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중앙대, 숙명여대, 성균관대, 동국대 등 대학들은 기업 수요에 맞춘 학제 개편을 단행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중앙대는 최근 확정된 '학문단위 재조정' 안을 놓고 홍역을 앓고 있다.

대학 본부는 '10년 내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일부 학생·교수는 '대학의 본질을 무시한 기업식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앙대는 지난 12일 현행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부)를 10개 단과대학 46개 학과(부)로 개편, 재조정하는 내용의 학문단위 재조정 최종안이 이사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중앙대 본부 측은 참석자 만장일치 가결을 강조했지만 그렇다고 학내 갈등이 만만한 상황은 아니다.

발표 당일 총학생회는 긴급 학생총궐기대회를 열어 대학 본부 안을 '졸속적인 기업식 구조조정'으로 규정하고 폐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두산그룹 재단의 일방적 구조조정 진행(절차적 비민주성) △정원 재배치 외 세부 발전계획의 부재 △종합대학으로서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의 조화 부재 등을 문제 삼고 있다.

김일건 중앙대 부총학생회장은 "우리도 정원 재조정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공대, 경영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 외에 전혀 구체적인 플랜이 없다"며 "종합대학의 발전 방향이 한 사람에 의해서, 기업의 논리로만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총학생회는 시험기간인 점을 고려, 정원 과반인 6500명 이상의 반대 서명운동을 계획 중이다. 본부 안에 비판적인 교수, 동문 등도 한 달여 전에 꾸려진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학생들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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