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부,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 '해임'…한달새 핵심인사 2명 '사정칼날'

지난달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에 대한 해임으로 이른바 '좌파적출' 논란에 휩싸였던 문화체육관광부가 5일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 마저 직권 해임 결정을 내렸다. 야권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는 문광부 발 '사정인사'의 2탄인 셈이다.

문광부는 규정 위반 등의 이유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으나 '사정칼날'의 대상이 된 본인들이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불과 한달 새 문화계 핵심 인사들의 해임이 연속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표적감사'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를 놓고 당장 야권은 "이제 문화예술계는 '군기반장' 유인촌의 손아귀 속에 들어간 것"이라고 강도높은 비판을 가하는 동시, 현재 문화계 내부에서 이뤄지는 '표적감사' 등을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광부 "김 위원장, 부적절하게 기금 운용"…해임 및 관련자 징계조치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브리핑과 보도자료를 통해 "11월26일부터 12월1일까지 특별조사를 벌인 결과, 기금 운용 규정 위반 등의 사실이 적발돼 김 위원장을 이날로 해임했다"고 말한 뒤, 이와 관련된 직원에 대해서도 징계조치 방침을 밝혔다.

이같은 배경에 대해 문광부는 내부 고발자의 제보에 따른 특별조사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임 근거에 대해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입각했다고 밝혔다.

특별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화예술위는 C등급의 금융기관인 메릴린치증권 한국 지점 등 5개사에 700억 원을 예탁한 뒤 기금을 부적절하게 운용했다는 것. 현재 국가재정법과 문화예술진흥법은 C등급 금융기관 기금을 예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5개사에 700억원을 예탁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위는 101억3천만원의 평가손실을 냈으며, 김 위원장 재임 중 발생한 2건에 대해선 총 200억원 규모의 부적절한 위탁으로 발생한 평가손실이 54억4천700만원에 달했다고 문광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 김정헌 위원장에게 이날 해임을 공식 통보하고, 박명학 사무처장 등 관련 직원에 대해서는 위원회에 징계 처분토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규정위반 때문에 해임?…"문광부 내부, 표적감사 진행 중"

이에 대해 야권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표적감사'라는 주장이다.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천정배, 이종걸, 최문순 의원 등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유 장관의 저질 인사의 끝은 어디인가"라며 "이제 문화예술계는 '군기반장' 유인촌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 장관은 지난 달 7일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을 계약해지한데 이어, 오늘 김정헌 위원장을 직권으로 해임했다"며 "국정감사장에서 '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력을 가한 적 없다'던 유 장관의 발언은 일종의 표정 연기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들 의원은 특히 문화계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공연한 '사퇴종용' 사례를 거론, "유 장관은 산하기관장들을 몰아내기 위한 표적감사에 이어 본부 소속 과장급들까지 성향조사 등을 통해 부당하게 면직처리하거나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문방위 의원들에 따르면, 문광부 홍보지원국 이 모 과장은 지난 11월25일자로 직권 면직됐다. 언론인 출신의 별정직이었던 이 씨는 특별한 사유 없이 수차례 사퇴를 종용받아 왔으며, 이를 거부하자 면직처리 됐다고 민주당 측은 밝혔다.

이밖에도 기획조정실 정보통계담당관 박 모 씨의 경우, 계약기간이 1년 정도 남아있음에도 11월 30일자로 직권 면직됐으며, 1명의 과장급 인사 역시 현재 강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문제는 호남출신인 이들 3명 모두 능력 부족과 업무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이라며 "공무원에 대한 성향조사 뒤 호남출신, 참여정부 근무경력자, 노조출신 등을 적출하듯 면직시키는 것은 국기를 흔드는 행위"라고 개탄했다.

이와 관련, 이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자리엔 '불량 낙하산'이 투하되고 있다"며 "유인촌의 저질 인사가 계속될수록 힘들어지는 것은 문화계다. '좌파 비난'은 오히려 한번 잘못된 인사가 문화계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유 장관은 문화계 진흥을 위한 이렇다할 정책 하나 내놓은 게 없으면서 '좌파적출'로 문화계의 권위 있는 인사들을 먹칠해 내쫓고 있다"며 "치졸한 표적감사와 저질 인사 행렬을 즉각 중단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민노 "유인촌, 골목대장이 그렇게 좋으면 양촌리에 가서 하라"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유 장관은 그렇게도 골목대장이 좋으면 양촌리에나 가서 하라"며 "유 장관의 편향적이고 비상식적 인사행위를 더는 인정할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유 장관은 연예인 응원단 예산낭비 사건, 국감장 욕설파문 등으로 국민의 원성을 샀던 장본인"이라며 "자신의 허물은 슬그머니 주머니 속에 감추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 날뛰는 모습에 역겨움마저 느껴진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소위 '좌파적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지난 정부와 연계된 기관장 등에 대해 비상식적 색출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물러나야 할 사람은 김정헌 위원장이 아니라 바로 유장관 자신"이라고 질타했다.

김정헌 위원장, 법적 대응 방침 천명…"유인촌, 혼 좀 나봐야"

한편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해임 사유는 (좌파적출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내용 또한 어처구니 없는 것"이라고 반박한 뒤, 행정 소송 등의 법적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유 장관을 직접 겨냥, "유인촌 장관의 작태는 혼 좀 나야 된다"며 "해임사유를 그럴듯하게 만든 뒤 (나를) 달래면 나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내보내니까 참을 수 없다. 문화부가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격앙된 어조를 표출했다./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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