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통영 촬영현장서 만난 강호동

[조은뉴스=신영수 기자]  방송 3사를 종횡무진하며 수년째 예능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호동(40). 그는 인터뷰를 안하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지난 19일과 20일 양일간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펼쳐진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촬영현장 공개 행사에 굳이 따라간 이유는 오직 강호동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와의 인터뷰는 19일 오후 9시를 넘어 이뤄졌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 메뉴인 ‘저녁식사 복불복’(게임에서 지는 팀은 식사를 하지 못함)과 ‘잠자리 복불복’ 사이 막간이었다. 우선 인터뷰를 하지 않는 이유부터 따졌다.

- <황금어장-무릎팍도사>(MBC)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면 최상의 인물을 섭외하고자 하는 인터뷰어의 고충도 짐작하실 수 있을 듯한데요.

“우하하하. 의도적으로 안하는 거 아니에요. <무릎팍도사>를 하다보니 상대방을 끄집어내는 게 더 재미있어서입니다.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인터뷰할게요.”

진심일까. 하여튼 그는 자주 호탕한 웃음과 걸걸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띄웠다. 때론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을 곱씹은 후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가 밴 탁월한 말 솜씨. 의외로 논리정연한 달변가이다.

- 오랫동안 예능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결이 뭔가요.

“제가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답을 모르니까 더 고민하게 되고, 그 결과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그는 씨름선수 출신이다. 아버지의 권유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씨름을 시작해 천하장사 5번, 백두장사 7번을 획득했다. 하지만 1992년 22살의 나이에 모두의 예상을 깨고 씨름판을 떠났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였지만 좌절하고 개그맨 이경규의 권유로 93년 방송계에 데뷔했다. 이경규는 강호동이 스타가 된 이유를 “시류와 본인의 노력, 뛰어난 두뇌가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한 바 있다.

- 씨름선수로 뛰었던 경험이 예능프로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17년 전 처음 방송에 출연했을 때 어떤 기자분이 ‘씨름이 힘드냐, 예능이 힘드냐’고 질문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씨름은 제 영혼의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씨름이 어렵다고 말했죠. 하지만 그로부터 한 5년쯤 지나니까 그 질문이 참 오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씨름 못지않게 방송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방송을 하다보니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또는 정말 웃긴다고 해서 반드시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방송은 체력과 심력과 노력 이 세 가지 힘이 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는 현재 <1박2일>과 <무릎팍도사> 외에도 SBS <강심장>과 <놀라운 대회 스타킹> 등 4개 프로그램의 메인MC다. 2주에 한번씩 촬영한다고 하지만 1박 또는 2박을 해야 하는 <1박2일> 촬영을 하면서 다른 프로그램까지 매끄럽게 소화해내는 원동력이 뭔지 궁금했다.

- 이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게 힘겹지는 않나요.

“얼마전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제작진에 동질감을 느낀 부분이 있습니다. 보너스를 더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명감 때문에 아마존에 갔다는 발언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에게는, 강호동이 나오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단 1초라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출연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세 끼 밥 잘 먹고 등산 자주 합니다. 1년에 한 두번은 꼭 오대산 등을 10시간 이상 종주하고, 매주 북한산, 청계산, 매봉산 등에 오르지요. 예전에 전 씨름은 체력전, 방송은 심리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정답은 씨름은 심리전, 방송은 체력전입니다. 체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예능프로그램을 하기 힘듭니다. 씨름선수일 때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는 2006년 이효진씨(31)와 결혼해 지난해 3월 아들 시후를 낳았다. 아들 이야기를 꺼내자 만면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 야외 촬영 등 너무 바쁜 일정에 아들 생각이 더 간절할 것 같은데요.

“아들은 제게 상상을 뛰어넘는 에너지를 줍니다. 촬영을 쉬는 틈틈이 휴대전화로 아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위안을 얻죠. 생긴 건 저와 아내를 반반씩 닮았는데 힘은 전적으로 저를 닮은 것 같습니다. 돌도 안된 애가 무심코 휘저은 팔에 맞아 안고 있던 처의 입에서 피가 질질 흘렀을 정도입니다. 우하하하….”

40%대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자랑하는 <1박2일>은 오는 3월 9일 예능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남극 촬영을 떠난다. 거사를 앞둔 심경을 물었다.

- 예능프로 첫 남극 촬영, 소감 어떤가요.

“저희가 남극에 가는 이유는 그곳 세종기지에 지구환경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고 있는 한국인 연구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에게 저희가 활력을 드리고 온난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남극 그리고 자연의 이야기를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고 싶어서입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음,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뭐냐면요, (연출자가) 시키면 간다입니다!”

- <1박2일>이 첫 전파를 탄 지 2년7개월이 됐는데요.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요.

“저를 포함한 우리 진행자들이 아들·손자들과 함께 <1박2일>에 출연해 복불복을 하는 게 제 꿈입니다.”

<1박2일>의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나영석 PD는 강호동을 ‘냉정한 승부사’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세운 원칙은 어떤 일이 있어도 허물지 않는 뚝심이 있기 때문이다. 연출자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결코 자신의 판단을 앞세우지 않는 것도 그중 하나다. 게다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판세를 읽어내는 능력도 겸비하고 있다. ‘명언집’을 끼고 다니는 등 지적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예능 톱스타 강호동은 거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