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의 천재성이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더 빛난다. 지금 보면 오지나 다름없는 서남해안 구석의 완도에다가 하필이면 청해진을 설치한 천재성이다. 당시로는 청해진이야말로 범선시대 항로의 천연적인 요충지였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서도 지리적 잇점과 자연의 힘만을 이용하여 남북 중국 항로와 일본으로의 항로를 장악할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완도섬 청해진의 천부적인 장점이었다. 

훗날 6백여년이 흘러 내륙 출신의 이순신 장군이 빈약한 장비에도 불구하고 서남해안 일대 울돌목에서 왜군을 크게 격파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서남해안 바다의 자연조건을 너무나도 잘 아는 현지 지방민들의 전심전력의 협력을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순신 장군은 그의 '난중일기'에서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적어 놓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다길이 막히고 해양진출이 부진할 때 국운(國運)은 쇠퇴하기 마련이다. 우리 나라 역사 4천여년 동안 적극적인 의미의 바다를 경략하고 대외진출을 도모한 것은 백제의 요서 및 양자강 경략 그리고 그 후 3백년이 지난 다음 장보고의 죽음과 동시 청해진이 쑥대밭이 되고 唐· 宋·日本 등에 의존하는 바다경영체제로 바꿔짐에 따라 통일 신라는 몰락의 길을 재촉하였을 뿐이다. 

되풀이 하거니와 동서고금의 역사는 바다를 장악 하는 자가 세계사를 제패함을 보여준다. 장보고와 같은 불세출(不世出)의 영웅, 바다의 사나이들이 나라 안에서 들끊는 갈등과 저항적 에너지를 신천지 개척을 위한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킴 으로써 개인 발전과 국운의 진작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세계 유수의 해운국으로 뻗어 가는 우리 나라는 바야흐로 5대양 6대주를 누비는 국제 무역의 확장기를 맞이하고 있다. 바다가 우리를 부르고 있다. 그 너머 새로운 '업'의 세계가 우리를 손짓하고 있다. 

황해와 중국해 동해 바다를 국적없이 떠돌지 모를 장보고와 당시 신라인들의 영혼을 달랠 새 전기(轉機)를 모색할 때다. '백가제해(百家濟海)'의 혼을 이어 받은 바다의 후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의 험한 파도 거친 바다를 거뜬히 경영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본능'이라고 말하여도 별로 틀림이 없다. 

라이샤워 교수가 말한 세계 역사상 가장 찬란했던 해양 상업 제국의 무역왕자, 장보고의 혼과 피와 본능이 지금도 계속 우리 몸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바다는 우리에게 과거만 묻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가리키고 있다. 

이제 황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의 동해안과 우리 나라의 서남 해안의 韓·中 수교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정기 여객선이 왕래하는 산동반도 위해항과 인천항은 해상 거리이고 단지 백여 해리에 불과한, 이를테면 손짓하면 서로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 우리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나라가 해상국가로 알려져온 명예에 부끄럽지 않게 바야흐로 새로운 황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우리 선조들은 산동반도를 디딤돌로 삼아 황해와 동지나 해를 지배하였다. 韓·中·日 삼국의 해운과 국제무역 활동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이러한 때 오늘날 우리에게 장보고는 누구인가를 묻는다는 것은 곧 오늘의 우리나라 국력의 뿌리를 찾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가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세계 10대 국제 무역국으로 부상하게 된 것도, 세계 유수의 조선(造船), 해운국으로 드날리게 된 것도, 나아가 대표적인 종교, 문화, 체육 국가로 성장하게 된 것도 그 뿌리가 멀리 이 같은 우리 선조들의 피땀으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일찍이 선인들이 말한 '근원이 깊으면 멀리멀리 흐른다.'란 바로 이를 두고 말한다.

오늘도 신천지 개척을 위한 창조적 에너지를 창출 하는 기분 좋은 하루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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