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2부로 이어집니다.)
적의 장수까지 찬양한 키루스 대왕의 레거시
키루스 대왕은 이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페르시아-메디아 연합군의 주축이던 메디아의 왕, 즉 키악사레스가 갑자기 철수 명령을 내린 것이다. 

키루스 대왕은 신바빌로니아 제국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공격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는데, 연합군의 총사령관인 자기 삼촌이 모든 부대원에게 철수명령을 내린 것이다. 

키루스 대왕은 이 명령을 따르지 않기로 하고 부대원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한다. 지금 공격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적은 페르시아-메디아 연합군을 우습게 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을 따를 사람은 남고 나머지는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연합군 소속부대의 대표들이 차례로 앞으로 나와 자신들이 생각하는 키루스 대왕의 레거시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부하들의 눈에 비친 키루스 대왕의 레거시를 확인 할 수 있다. 

제일 먼저 앞으로 나온 것은 키루스의 친척들 이었다. 그러니까 페르시아인의 대표이고 키루스와는 동족인 셈이다. 그들은 앞으로 나와서 키루스 대왕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 왕 이시여! 지금 우리는 적진에 있지만 당신과 함께 하기에 두렵지 않으며, 만약 당신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두렵다고 느낍니다.”  

키루스와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적진 한복판에서 고립되어 있지만 그와 함께라면 죽음도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페르시아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말 했을 것이라고 짐작 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에 져서 속국이 된 아르메니아 왕자와 히르카니아 왕도 키루스 대왕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충성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의 왕자이던 티그라네스는 키루스 대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의 마음은 당신께 조언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명령을 따르도록 훈련되어 있습니다.” 키루스 대왕에게 복속되었던 히르카니아 왕도 앞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자신이 부자가 되기보다 우리에게 선을 베풀기를 더 행복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메디아인들이 입장을 밝힐 차례였다. 사실 메디아인은 자기 나라의 왕인 키악사레스의 귀환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페르시아인들이 키루스에게 충성을 바치고, 속국이 된 아르메니아 의 왕자와 히르카니아 왕이 키루스의 뜻을 따른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귀환 명령을 내린 키악사레스 왕의 백성인 메디아인도 키루스 곁에 남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것은 일종의 반란이고 역모였다. 메디아인은 앞으로 나와 키루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이곳에 데리고 온 사람이 당신입니다. 당신께서 돌아 가야겠다고 생각 할 때 우리를 데리고 가십시오.” 이것이 키루스의 레거시였다. 

자국과 동맹국, 그리고 자신이 직접 통치하지 않던 연합국의 백성들이 모두 키루스의 뒤를 따르겠다고 충성 선언을 한 것이다. 키루스와 함께 살고 키루스와 함께 죽겠다는 것이다. 

키루스 대왕의 태도·행동이 만든 레거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는 것일까? 왜 모든 백성들이 한 목소리로 키루스 대왕의 뒤를 따르겠 다고 외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서 저자 크세노폰은 아시리아의 고브리아스 (Gobryas)를 등장시킨다. 

고브리아스는 대략 1.000마리의 말(馬)을 키우면 서 아시리아의 왕에게 조공으로 바치던 대부호 였다. 그에게는 잘 생기고 사냥에 뛰어난 아들이 한명 있는데, 아시리아의 왕은 그 아들의 뛰어난 외모와 자질을 보고, 사위로 삼고 싶어했다. 그래서 왕과 고브리아스의 아들은 함께 사냥을 떠난다. 

함께 숲 속을 달리던 중, 곰 한 마리가 나타나자 아시리아 왕이 창을 던졌다. 그러나 왕의 창은 빗나가고, 대신 고브리아스의 아들이 던진 창이 곰을 쓰러뜨려 버렸다. 

왕은 화가 났지만 짐짓 분노를 숨기고, 다음 사냥감을 노렸다. 이번에는 사자가 나타났는데 이번에도 역시 왕이 던진 창은 빗나가고 고브리아스의 아들이 던진 창이 사자의 몸을 명중했다. “내가 또 잡았다!”고 아들이 환호성을 지르자, 화가 난 왕은 부관의 창을 낚아채 그 아들의 심장을 향해 던져버렸다. 고브리아스의 아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아시리아의 귀족이던 고브리아스는 아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키루스 대왕 편에 서기로 한다. 《키루스의 교육》 제5권에 보면, 이 고브리아스가 키루스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이 만남을 통해 고브리아스는 키루스 대왕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왜 키루스 대왕의 레거시가 만들어졌는지, 그를 처음 만나는 고브리아스의 시각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고브리아스는 키루스 대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먼저 엄청난 양의 보물과 자기 딸을 첩으로 바쳤다. 

그러나 키루스 대왕은 “당신이 가진 돈 때문에 그대를 존경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정중히 선물을 사양하고, 딸에게는 대신 좋은 남편감을 소개 해 주겠다고 말한다. 

키루스 대왕은 고브리아스를 저녁식사에 초대 했는데, 도저히 왕의 식탁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검소한 음식이 식탁에 올라와 있었다. 고브리아스 는 키루스 대왕의 식탁에서 절제하며 음식을 나누는 왕과 신하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받는다. 

고브리아스가 가장 특별하게 느꼈던 것은 ‘위험한 전쟁터에서 자신이 동료들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료들에게 최고의 무장을 해 주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기는’ 키루스 대왕의 태도와 행동이었다. 마침내 아시리 아의 귀족 고브리아스는 키루스 대왕의 레거시에 대해 이렇게 입을 열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키루스여! 우리는 당신보다 더 많은 금은보화를 가지고 있지만, 당신들이 우리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인정하겠습니다. 우리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소유할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지만, 당신들은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 되면 우쭐해질 만도 했다. 자기 백성 뿐만 아니라 동맹국의 왕과 심지어 적의 장수까지 키루스의 레거시를 찬양하니, 그가 메소포타미아 의 통치자로 등극 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과 다름 없었다. 

그러나 키루스는 사람들의 칭찬과 충성맹세를 들으며 이런 기도를 혼자서 중얼 거렸다고 한다. “오! 전능하신 제우스여! 당신께 간청하는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 그들이 나에게 보이는 명예보다 더 큰 명예를 이 원정에서 그들에게 베풀 수 있도록 하여 주십시오.”

우리에게도 이런 레거시를 남기는 리더가 있다면, 우리에게도 이런 ‘거시기’한 지도자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신 오늘도 거시기한 지도자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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