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르네상스 현장] ② 비디오 도어폰 제조업체 ‘코맥스’

정부는 최근 제조업 르네상스를 통해 2030년까지 세계 4대 제조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와 함께 제조업 부가가치율을 현 25%에서 30%로 높이고 세계 일류기업 수를 두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해 2년 연속으로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에 이어 6대 제조국에 올랐다. 정책브리핑은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세계 일류 기업의 자리에 오른 국내 제조기업을 찾아 성공 비결을 들어보고, 향후 과제와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일본에는 한 세기 동안 대를 이어 기술력을 전수해 온 장인이 많다. 한 분야에 인생을 건 아버지의 기술이 아들에게로, 또 그 다음 세대로 대를 이으며 전수된다.

우리나라도 50년간 전 세계인의 거주 안전과 편리를 제공하며 명문장수기업이라는 이름을 얻은 기업이 있다. 

지난해 1대 변봉덕 대표이사와 2대 변우석 대표이사가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경영전환을 이룬 비디오 도어폰 제조업체인 ‘코맥스’가 바로 그곳이다.

코맥스를 홈 도어 분야 세계 3위로 끌어올린 변봉덕 창업주(대표이사)
코맥스를 홈 도어 분야 세계 3위로 끌어올린 변봉덕 창업주(대표이사)

아파트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코맥스 비디오 도어폰은 뛰어난 품질과 저렴한 가격,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앞세워 현재 전세계 127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란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80%까지 달하면서 ‘국민 비디오 폰’으로까지 불릴 정도다.

이렇게 코맥스 비디오 도어폰은 전체 매출의 35%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면서 홈도어 분야 세계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16년 연속 세계일류상품 선정, 14회 연속 품질경쟁력 우수기업, 14년 연속 퍼스트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며 제품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2017년에는 ‘대한민국 명문장수기업 제 1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및 해외에서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코맥스가 이처럼 깐깐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 1%의 불량률…해외 바이어들 마음을 사로잡다 

1968년 ‘중앙전자공업사’로 시작한 코맥스는 설립 5년만인 1973년에 국내 최초로 미국에 인터폰을 수출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코맥스가 1970년대에 만든 도어폰.
코맥스가 1970년대에 만든 도어폰.

당시 미국 인터폰 시장은 현지 기업 제품으로 장악이 돼 있었고, 코맥스가 만든 인터폰은 가격 경쟁력이 있었지만 제품 기술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 고전하던 때였다. 

하지만 1970년 정부 도움으로 첫 미국 출장길에 나선 변봉덕 대표이사는 호텔 방에서 전화번호부를 붙잡고 미국 기업 담당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펼쳤다.

반신반의하던 바이어 몇몇이 주문을 하기 시작했고,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제품을 만들었다. 그 결과 제품의 불량률은 단 1%. 보통 외국 제품을 수입하면 불량률이 5% 미만이면 선방했다고 하는데, 코맥스 제품은 놀랍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변 대표는 앞장 서서 해외진출에 나선 이유는 작은 내수 시장을 타계할 목적도 있었지만, 해외 시장에 우리나라를 알리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한 마음으로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인 코맥스는 뛰어난 품질과 저렴한 가격, 변 회장의 신뢰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제치고  단숨에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철저한 현지전략…국가별 문화·생활방식에 맞는 맞춤형 제작

코맥스가 이러한 방식으로 세계 127개국을 석권할 수 있는 배경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숨어있었다. 각 국가의 문화와 생활에 따라 다른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공급한 것이 통한 것.

변봉덕 대표이사는 “나라마다 다른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해서 맞춤 생산을 하는 방식이었다”며 “아랍권의 비디오폰은 흰색과 금색을 섞어서, 유럽은 메탈재질로 디자인을 했고, 국가마다 다른 배선방식에 따라 제품 설치도 다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즉, 대문과 거실이 인터폰 하나로 연결되는 지역과 집 한 채에 대가족이 여럿 사는 경우를 달리 해 세대별로 통화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문의 개수, 방의 개수에 따라 통신 프로토콜을 맞춰 설계하다보니 전화국 하나 수준의 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기온이 낮은 러시아에는 영하 50도에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재질의 제품을, 치안이 좋지 않은 국가에는 도난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카메라를 작게 만들고 쉽게 분리가 어려운 주물로 외관을 제작해주기도 했다.

이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덕분이다. 코맥스는 제품군이 다양해 해당 국가에 꼭 맞는 제품을 고객 요구에 맞게 공급할 수 있다.

코맥스 본사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조립한 제품에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하고 있다.
코맥스 본사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조립한 제품에 문제가 없는지 테스트하고 있다.

변봉덕 대표이사는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는 인터폰·도어폰을 공급하고 유럽, 미국 등 프리미엄 시장에는 고급 비디오폰·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을 수출한다”며 “2000개든 3000개든 적정 가격의 제품을 원하는 만큼만 주문할 수 있는데, 이는 제조 기술의 표준화가 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고수 전략…1국가 1 에이전시 원칙 고수

유명 외국업체 OEM(주문생산)에 기대지 않고 독자 브랜드를 키운 것도 코맥스가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할 때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적절한 방식으로 브랜딩하기 어려워 OEM으로 수출한다.

하지만 코맥스는 ‘COMMAX’ 라는 토종 단일 브랜드로 1국가 1 에이전시 원칙을 고수하며 35년간 거래를 지속해왔다.

특히 신뢰할 수 있는 현지 에이전시와 계약을 하되, 코맥스 브랜드를 키울 수 있도록 해 해외 어디에서도 코맥스만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때문에 현지 에이전트가 교체되더라도 코맥스 브랜드는 여전히 시장에서 살아남았으며, 그것이 수십 년간 해외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이 됐다.

변봉덕 대표이사는 “코맥스는 저가의 제품을 중국 공장에서 만들지만 made in china(메이드 인 차이나)가 붙은 제품도 바이어들은 신뢰한다”며 “바이어들은 어디서 생산했느냐 보다 브랜드를 더 중시여겨  코맥스를 제품 박스에 표기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코맥스가 그 동안 해외 진출에 용이한 OEM방식을 거부하고 코맥스라는 브랜드의 가치와 신뢰를 꾸준히 유지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 구조조정 없는 사람중심 회사 

코맥스는 50년동안 여러번의 위기에도 단 한번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적이 없다. ‘사람을 최우선한다’는 기업의 가치관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배우는 것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아이디어 경진대회나 제안에 대한 시상을 하고, 스스로 1년간 혁신활동을 회사에 제안해 지키는 ‘1인 1 혁신과제’를 운영한다.

코맥스 IoT 담당 연구원들이 하반기 신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코맥스 IoT 담당 연구원들이 하반기 신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직원들에게는 해외 디자인 전시, IoT 전시, CES 등 해외탐방의 기회가 폭넓게 주어지며, 직급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평등한 발언기회를 가진다.

‘매트릭스’라고 해서 직원 스스로가 부서 직무, 직급과 무관하게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변봉덕 대표이사는 “다양한 생활 아이디어가 필요한 홈스마트, AI와 관련된 부분에 매트릭스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며 “음성인식, 안면인식 출입통제, 비명을 지르면 인지해 콜센터 연결하는 요소기술 등이 매트릭스 아이디어를 통해 나왔고 기존 히트작인 게이트 뷰 역시 사원들의 아이디어가 요구 사항들을 반영한 제품이었다”고 설명했다.

◆IoT 홈스마트는 차세대 먹거리…한국 브랜드 정체성 확고히 해야

각 나라마다 로컬 브랜드가 유사제품을 내놓으면서 코맥스 역시 해외방어와 차세대 먹거리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맥스는 인터폰을 시작으로 홈 IoT 시스템까지 사업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홈 IoT는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가정에서 홈 IoT를 통해 일어나는 다양한 서비스를 코맥스가 주도하자는 의미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기상 코맥스 마케팅부문장 이사가 본사 IoT 라운지에서 스마트 미러를 시연하고 있다.
이기상 코맥스 마케팅부문장 이사가 본사 IoT 라운지에서 스마트 미러를 시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회사인 코맥스벤처러스를 만들었다. 과거 제조업은 자체 기술만으로도 상품을 구성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업간 기술 융합이나 협업 구조로 사업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변봉덕 대표이사는 “AI나 빅데이터를 결합해 세계에 경쟁력을 갖춘 IoT 기술로 승부를 봐야 한다”며 “필요한 기술은 회사 내부를 넘어 외부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개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맥스는 지난 50년 세월동안 1970년대 초 인터폰부터 시작해 도어폰, 비디어폰, 휴대전화로 난방 스위치와 가스 밸브를 조작할 수 있는 홈오토메이션 시스템, 홈네트워크,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홈 IoT 시스템까지 스마트홈 분야에서 누구도 인정할 만한 금자탑을 쌓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내외 수출 여건은 녹록지 않고, 저가 경쟁의 위기는 코맥스를 넘어 국내 제조업 기업들 모두가 처한 현실이다.

변봉덕 대표이사는 “과거 ‘일본 하면 전자기기 강국’이라고 떠올렸던 것처럼, ‘한국하면 이 분야, 이런 브랜드’라는 게 떠오를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기업끼리 제각각 다른 전략으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한국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가 관련기업의 컨소시엄이나 대규모의 시스템 통합(SI)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것도 제조업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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