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어머니'로 불리는 G.F.헨델은 바로크 시대의 위대한 거장이며, 모든 면에서 바흐와 비교되고, 또 흥미롭게 대비되는 존재입니다. 그는 1685년 바흐와 같은 해 같은 독일에서 태어났으며, 1726년 영국으로 귀화해 33년의 여생을 보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지방 영주에 소속된 의사였기에 환경은 윤택했으나, 어려서부터 음악에 강한 재능과 애정을 보인 헨델에게 그의 아버지는 '음악은 굶어 죽기 딱 좋은 직업'이라는, 이제는 조금 식상할 정도인 명목으로 그를 종용, 의사나 변호사로 아들을 키우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헨델은 아버지를 속이면서까지 음악의 꿈을 내내 포기하지 않고, 결국엔 아버지도 그의 의지에 항복하게 됩니다. 가문에 단 한 명의 음악인도 없었던 헨델의 집안에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 음악가가 탄생하며, 가문 대대로 엄청난 음악가 집안이었던 바흐와는 또 한차례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음악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헨델의 생은 승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일생 동안 방대한 다작을 했고, 왕성한 지휘자이자 연주자였으며, 극장을 경영하는 사업가였습니다. 때문에 두 번 파산하고 세 번의 살해 시도를 당했으며, 목숨을 건 칼부림 및 격투들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삶과 음악을 위해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승부사였던 그를 가장 고전케 한 상대는, 다름 아닌 오페라였습니다. 그가 반생을 걸었던 오페라와의 처절한 사투는 좀체 승부를 내지 못했고, 50세 즈음의 그는 결국 오페라에 완전하게 항복, 종교 곡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사망할 때까지 20년간 종교곡에 몰두한 그는 약 20여 곡의 오라토리오 걸작을 작곡하는데, 그중에서도 <메시아>는 만인이 인정하는 불멸 명작이 되었습니다.


<메시아>는 현재까지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세계 각국에서 연주되고 있으며, 처음 이 작품이 연주된 당시의 이익금이 사회 사업으로 기부되었고, 헨델 역시 고아들의 병원 건립을 위해 이 곡을 십여 차례 직접 지휘하며 모든 이익금을 기부했던 전례를 따라, 이 곡은 지금까지도 자선 사업을 위하여 자주 공연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최고 걸작들을 쏟아내던 노년의 헨델은 공교롭게도, 독일에서 바흐가 저명한(그에 대해선 돌팔이라는 설과 나름의 명의였다는 설이 엇갈립니다) 안과 의사에게 눈 수술을 받은 뒤 완전히 시력을 상실했던, 바로 그 의사에게 영국에서 눈 수술을 받은 후 마찬가지로 완전히 시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작곡은 불가능 했고, 그는 마지막 8년을 암흑 속에서 생활하다 1759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매우 장수했던 바흐보다도 그는 9년의 생을 더 살았습니다.) 일생 동안 독신이었기에 유족은 없었고, 철저히 사생활을 가렸던 그였기에 지금까지도 그의 사생활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바흐는 일생 동안 헨델을 매우 존경하여 수차례 그를 만나고자 노력했지만, 우연과 필연의 연속으로 끝내 한 번도 그들이 만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온갖 종류의 고난을 겪으며 평생 무명의 음악 노동자로 산 바흐와 달리, 유럽의 수퍼스타였던 헨델은 그러나 후대에는, 여타 바로크 거장들과 마찬가지로 바흐라는 산에 가려지게 됩니다. 특히나 헨델의 기악 작품들은 현대에 점차 소외되어가나, 그의 기악곡들은 어느 작곡가에 견주더라도 단점을 찾기 힘든 완성형에 가까우며, 바흐와 슈베르트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듯한 고유 정서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흐가 음악 역사상 절대적인 존재임에는 이견을 달기 어렵겠지만, 후대에 이르러 당대 바로크 거장들과 이전 시대의 음악들까지 지나치게 변두리로 밀어내고, 헨델을 음악의 '어머니'라는 희한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 배경에는, 신흥 개신교 세력의 제국주의와 패권주의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비발디, 헨델, 텔레만, 스카를라티 등의 작곡가들이 현대에 더 많이 연구되고 회자된다면, 음악의 바다는 지금보다 훨씬 더 넓고 선명히 보여질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 김별

- 개인 연주회 <마음 연주회> 206회 (2018.09.08. 나루아트센터)
- 2010년 3월~ 건국대병원 <정오의 음악회> 고정 연주
- 코리아뉴스타임즈 <김별의 클래식산책> 2017~2018 기고

2019년 신년기획 - 피아니스트 김별의 '클래시컬 뮤직'은 매월 1일, 15일마다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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