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효의 세상이야기 [제2.532회]

포스트 시즌에 펼쳐지는 프로야구는 전쟁과 닮은 점이 많다. 정규시즌경기는 한번 지더라도 다음에 이기면 되지만 포스트 시즌은 한번 지면 다음이 없다. 5전 3선승제의 경우 한 팀이 2패에 몰리면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는 한국프로야구 넥센과 두산, LG와 두산, 메이저리그의 애틀랜타와 LA다저스, 세인트루이스와 LA다저스의 포스트 시즌 경기를 보면서 벼랑 끝에 몰린 팀의 생존 전략을 볼 수 있었다. 

“군사 문제는 국가의 중요한 일이다. 죽느냐 사느냐가 갈리는 땅이고, 살아남느냐 망하느냐가 갈리는 길이다. 이러니 군사문제를 세밀히 살피지 않을 수가 없다.” 손자병법의 첫 구절에서 볼 수 있듯 전쟁도 국가의 사생, 즉 존망과 직결된다. 전쟁에서는 “이번에 패하더라도 다음에 이기면 되지!” 라는 여유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전쟁과 포스트 시즌의 야구에서 내일이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장군과 감독이 뒷일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것이 최선일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우더라도 위태로워지지 않는다.” (‘모공’) 

만약 손자라면 위의 말처럼 상황이 그렇게 악화되도록 방치하지 않을 터이고 최악의 상황에 놓여도 적의 허점을 노려 극적인 반전의 길을 찾아내려고 할 것이다. 무모한 총력전만 펼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LA다저스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MLB 최고의 투수 커쇼를 3일 휴식 후 경기에 등판시켜 승리를 일궈냈지만 이 때문에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커쇼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패배를 떠안았다. 무리한 등판이 부진을 불러왔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수나라 양제는 100만 이상 대군으로 고구려와 첫 번째 전쟁을 벌여 처음엔 우세를 차지하다가 결국 을지문덕의 지략에 말려 대패했다. 이후에도 더 전쟁을 벌이려다 번번이 실패했다.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첫 판단이 잘못으로 드러났 지만 자존심 회복에 혈안이 돼 전쟁의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제는 2번이나 졌다. 이런 측면에서 손자는 “전쟁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면서 지전(知戰)의 필요성을 강조 했다. 지전은 전쟁을 치르기 이전 준비하는 단계와 전쟁을 벌여 승리를 이끌어내는 단계만이 아니라 전쟁을 끝낸 뒤에 수습하는 단계도 포함한다. 

그는 당장 눈앞에 있는 전쟁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은 물론 그 전후를 동시에 고려했다. 따라서 손자라면 커쇼를 써서 승리를 거둔 뒤 까지도 고려 할 것이고 양제가 고구려와 초반 승리를 거둔 이후까지도 고려했을 것이다. 앞뒤 상황을 빼놓고 현재에만 주목 하는 것이 아니라 전후 맥락을 고려해 전체 판세를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군사를 써서 전쟁을 하는 중에 적국의 전력을 보전한 채 이기는 것이 최상이고 적국의 전력을 파괴하고 이기는 것이 차선이다.” (‘모공’)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전쟁의 목적은 최대한으로 적의 전력을 파괴해 아군에게 다시 대항하려는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는데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전쟁이 보복전의 성격을 띤다면 파괴는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통일전쟁 또는 해방 전쟁을 수행한다면 파괴는 전쟁 이후에 복구해야 할 막대한 비용을 낳는다. 파괴를 일삼는다면 승리를 거둔 뒤에도 잔인한 파괴자의 이미지를 가질뿐아니라 패배한 나라의 민심을 얻지못한다. 

손자는 통일을 목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으므로 전쟁 이후를 고려해 파국(破國)과 파군(破軍)보다 전국(全國)과 전군(全軍), 즉 적의 전력과 자원을 고스란히 보전해 전후의 고통을 최소화 하고자 노력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전승을 일궈내는 전쟁기획자 또는 전쟁기술자 손자의 이미지와 다른 측면도 엿볼 수 있다. 손자도 ‘파국’과 ‘파군’의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라고 봤다. 손자는 전쟁을 파괴 지향적인 폭력 대결로 보지않고 ‘전국’과 ‘전군’을 통한 평화를 머릿속에 항상 담고 있었다. 

오늘도 손자의 전술을 지혜삼아 나의 삶에 출혈이 없이, 하시는 일마다 연전연승하는 슬기로운 하루가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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