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남지사 현장방문..올4월 부활절 앞두고 '우상숭배 안돼'기독교신자? 불상과 불전함 파괴도..향일암 일출행사 차질 빚을 듯

[조은뉴스=조순익 기자]   국내 대표적 해맞이 명소로 유명한 향일암(주시 원문 스님)에서 20일 새벽 0:30분께 발생한 화재로 대웅전과 종무실, 종각 등 사찰 건물 8동 가운데 3동을 전소시키고 진화됐다.

이날 오후 박준영전남지사는 여수시 돌산읍 향일암 화재현장을 둘러보았다.

당시 승려와 기도객 등 20여명이 사찰에 있었지만, 모두 긴급 대피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대웅전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종무소와 종각 등으로 번져 목재 문화재 3동을 모두 태우고 6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냈다.

5시간이 넘도록 계속된 거센 불과 진화작업 속에 대웅전 바로 옆의 이 큰 바위도 마치 칼로 벤 듯 두동강이 났다.


불이 나자, 소방대원과 주민 등 200여 명이 동원됐지만, 사찰이 가파른 산 중턱 바위 사이에 위치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데다, 초속 10미터에 이르는 바닷바람에 진화가 어려웠다.

이날 오전 화재가 진화된 뒤 잔불정리 과정에서 단 하나의 단서라도 찾아보려는 여수경찰서와 여수소방서 관계자들은 화재 원인에 대해선 일단 고개를 저었다.

통상 타다만 화재의 경우 발화의 흔적과 불의 진행 방향 등을 가늠해 볼 수 있지만 이처럼 모두 타 버려 재만 가득하고 지붕의 기와까지 5~10m 날아가 깨져 있는 상황에선 경험이 풍부한 조사원이 나선다해도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화재 현장을 비롯해 연결 도로망에는 흔한 폐쇄회로(CC)-TV 하나 없다는 것도 수사진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관리 소홀을 인정하면서도 외부 소행 의혹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사찰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다.


사찰측은 "어젯밤 기도 후 촛불 등을 단속했는데 갑작스럽게 불길이 치솟은 것은 외부소행이 분명한 것 같다"며 화재 원인이 빨리 찾아지기를 기대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감식을 의뢰해놓은 경찰도 향일암에 CCTV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는 눈치다.

경찰은 일단 잠을 자고 있던 승려 등 사찰 관계자와 인근 주민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원인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누전이나 방화, 촛불 또는 향로에 의한 실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중이라는 게 경찰측 설명이다.

현장조사를 벌인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일출 명소인 이곳이 CCTV가 없는데다 인적이 드문 시간에 화재 초기 목격자가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국과수 감식결과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방관들은 "화재 특성상 이같이 완전히 타버린 경우엔 정밀감식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 없을 수 있다"며 "문화재 보호 차원의 초기 진화장비 배치가 허술했던 점이 큰 화를 불렀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향일암은 최근 여수시에 CCTV 설치 지원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추후 문화재 화재에 대한 책임 소재 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일암의 화재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화재원인을 밝혀줄 최대 단서가 될 대웅전이 전소돼 형체를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산중턱 암벽에 지어진 암자의 화재가 인적이 오간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운 한밤 중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한편,지난 4월10일 오후 4시께 정모 여인(43)이 향일암에 침입해 알루미늄 파이프로 대웅전의 불상과 불전함 등을 부순 혐의로 붙잡힌바 있다.

경찰조사에서 정여인은 "부활절을 앞두고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우상숭배를 경고하기 위해 불상을 부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남해안의 대표적인 해맞이 명소인 여수 향일암에서 이날 새벽 불이 나 문화재가 대부분 소실됨으로 새해를 불과 열흘 앞두고 불이 난 만큼, 해마다 수 만명이 함께 하는 향일암 일출 행사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불이 나기 한 시간 전, 대웅전 내부 전기를 껐다는 향일암 관리자(김만재 사무총장)의 말에 따라 방화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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