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롤 모델에 큰 역할,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낸 아이일수록 창의성 높아

[조은뉴스=임시후 기자]   알파대디는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가 “대외적인 능력을 갖추면서도 엄마의 역할까지 해 줄 수 있는 가정적인 아빠를 21세기 슈퍼대드(super dad), 알파남”이라고 부른데서 기인한다.

뉴욕타임즈는 얼마 전 “21세기 알파남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대외적인 능력을 갖추면서도 엄마의 역할까지 해줄 수 있는 가정적인 아빠”라며 그 예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전설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을 돈과 명예는 기본이고 부성애까지 갖춘 ‘슈퍼대드(super dad)’로 꼽았다.

자녀 성공, 이제 ‘알파대디’가 이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 그는 아들이 골프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를 해왔다. 타이거 우즈가 두 살일 때 높은 의자에 앉혀놓고 골프 치는 모습을 보게 했으며 아들이 자연스럽게 역할 모델에 접촉하도록 골프계의 영웅 잭 니클라우스의 기록을 아들 방 벽에 붙여두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 후 여름방학을 맞은 딸들을 위해 ‘세계적인 안목’을 키워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아프리카 순방 중에 두 딸과 가나의 옛 노예무역 항구를 방문해 역사 교육을 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식 교육을 위해 뒤에서 힘쓰는 일은 비단 외국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전 탁구 국가대표 안재형(44) 선수. 최근 그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8월31일 미국 아마추어 골프 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아들 안병훈(18) 군 때문이다. 은퇴 후 한 대기업에서 탁구 감독으로 재직 중이던 안재형 씨는 2년 전 아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길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백을 메고 다니며 아들을 뒷바라지해왔다.

지난 7월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지은희(23) 선수 뒤에도 역시 든든한 ‘알파대디’가 있다. 전 국가대표 수상스키 감독이었던 지은희의 아버지 지영기(54) 씨는 딸이 학생 시절부터 캐디백을 메고 다니며 뒷바라지를 해왔다.

내년 1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셀틱FC에 입단하는 기성용(20)의 아버지인 기영옥(52) 광양제철고 전 감독도 축구계의 ‘알파대디’로 꼽힌다.

기 씨는 기성용이 중학교 1학년 때 살던 집을 처분해 호주로 4년간 유학을 보냈으며 전남 광양에 아들을 위한 미니 잔디 축구장도 지었다. 

‘뒷바라지형 아빠’의 원조 격은 가수 겸 배우 장나라(28) 씨의 아버지 주호성(59) 씨다. 그는 딸의 매니저를 자청하며 촬영장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홈페이지 관리, 앨범 계획 등 물신양면으로 딸의 뒷바라지를 해왔다.

가수 태진아(56) 역시 마찬가지. 자신의 기획사를 통해 아들 이루(26)의 가요계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처럼 알파대디들은 문화·체육분야 등에서 눈에 띄는 성취를 이뤄내며 일반 남성들에게도 자녀 교육에 더욱 신경을 쓰는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각성 효과를 주고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예전엔 부성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터부시되었기 때문에 어머니들만 자식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비쳐졌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아버지들이 자식의 성공을 위해 부성을 맘껏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한 아이일수록 창의성 높아
최근 주호성 씨나 안재형 씨 등처럼 유명인사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회적인 능력을 갖추고 자녀들에게 엄마 못지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알파대디들이 늘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요즘은 아버지의 양육 방식이 아이 지능이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 부모들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경제주간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내가 못하는 일을 잘 하도록 격려하고 밖에 나가 수영·풋볼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라고 북돋워준 것이 아버지로부터 얻은 가장 훌륭한 조언이었다”고 답했듯 실제로 영유아기에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상호 작용을 많이 한 아이들이 인지·언어·사회성·정서 발달에 유익한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곽 교수가 몇 년 전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후 9개월에 아빠가 많이 놀아준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40개월 전후에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지능지수가 높고 인지 능력도 우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유명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사막 여행을 떠나 사막에서 떨어지는 유성우를 목격한 적이 있는데 이 경험이 그의 창의력과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고 한다.

영국 뉴캐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일수록 IQ가 높고 사회적인 신분 상승 능력이 크다고 한다.

자녀양육 전문가인 권오진 아빠놀이학교 교장은 빌 게이츠나 스티븐 스필버그 등 위인들의 사례에서 보듯 자녀 교육에서 차지하는 아빠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한다. 그는 “엄마는 블록 쌓기·소꿉놀이 등 인지 능력 놀이가 우세한데 비해 아빠는 몸을 움직이는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나다”며 “이는 결국 아이의 창의성과 사회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창의성 전문 검사기관인 한국메사연구소가 5~7세 자녀를 둔 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창의성 상위 집단(상위 24% 이내)에 속하는 아이들 중 26%가 아버지와의 대화 시간이 하루 30분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화 시간이 30분 미만인 경우에는 상위권에 속한 아이들의 비중이 13%에 그쳤다.

최근 이러한 사례들이 보고되면서 과거 가부장적인 아버지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정적인 아버지로의 변화된 모습들이 이제는 한 시대의 아버지 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삼성네트웍스 NI사업팀 서경호(37) 과장은 연초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아들 영현(8) 군과 함께 테마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자연에서 배우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현장이 훨씬 더 교육적이라고 본다”고 강조한다.

김홍범(37)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연구위원은 야근이나 주말에 근무를 해야 할 때는 아내와 아이들을 회사 앞 양재천으로 나오게 해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놀아 주며 아빠의 존재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한다.

한국메사연구소 정미숙 이사는 “아버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포착해 그 재능을 발휘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자녀의 롤 모델이 되다
타이거 우즈는 “아버지는 가장 좋은 친구였고 훌륭한 코치이자 스승이었다. 아버지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아버지는 ‘골프황제’란 타이틀을 달게 까지 타이거 우즈의 골프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신적 지주이자 역할 모델이었다.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는 자식의 꿈의 실현을 위해 어릴 때부터 아들이 자연스럽게 역할 모델에 접촉하도록 골프계의 영웅 잭 니클라우스의 기록을 아들 방 벽에 붙여두었다.

전 탁구 국가대표 안재형 선수도 “골프도 탁구 못지않은 멘탈 게임”이라며 탁구 선수 경험을 통해 아들과 경기 내용을 분석하는 대화를 나누고 가끔 편지를 써 아들의 감정을 조절하는 데도 신경 쓰는 등 멘토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삼성네트웍스 손성훈(43) 차장은 아들 호준(10) 군과 매 주말 아이스하키 링크장을 찾는다. 아이스하키의 절대적인 지원자인 손 차장은 아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바람직한 역할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웹 에이전시 업체인 모션아이의 박충일(36) 대표도 마찬가지. 매주 월요일 출근할 때마다 1,000원씩 용돈을 주면서 절반은 저금하고 나머지는 본인이 사고 싶은 것을 사도록 유도하면서 아이들에게 경제 교육을 시키며 CEO인 자신이 역할 모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버지 스스로가 역할 모델 또는 멘토가 되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도 크다고 말한다. 아빠놀이학교 권오진 교장은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아이, 특히 남자 아이들의 경우 아빠와 시간을 보내면서 아버지를 닮고 싶어 하는 심리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자녀가 성장하면서 부모와의 마찰을 겪게 마련. 이에 전문가들은 자녀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자녀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곽금주 교수는 “사춘기 이후의 아이들은 말을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대화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녀와 함께 운동이나 여행 같은 활동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자녀가 먼저 마음을 열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한다.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적극적인 아빠의 모습은 육아가 이제 더 이상 엄마만의 영역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맹부삼천지교’라는 말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신세대 아버지들은 직장 생활에서만 쫓겨 가정에서 점점 소외되는 그런 아버지가 아닌 가정에서도 ‘선배이자 친구 같은 좋은 친근한 아빠’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창의성과 리더십이 강조되는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에 부모, 그 중에서도 아버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면서 아버지들이 21세기 가장 훌륭한 롤 모델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