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조수현기자]   올해 여성영화인모임에서 주관하는 제10회 여성영화인축제의 공로상 수상자로 고 도금봉이 선정되었다.

1950,60년대 한국영화계를 풍미했던 배우 도금봉은 1930년 8월 27일 인천에서 정옥순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그녀는 연극무대에서 ‘지일화’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다 1957년 조긍하 감독의 눈에 띄어 <황진이>의 주인공을 맡으며 영화에 데뷔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녀는 영화계의 높은 봉우리가 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도금봉’이라는 예명을 얻었다.

여배우 도금봉은 요염함과 순박함, 사악함과 청순함, 처절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지닌 배우였다. 스크린에서 그녀는 전형화 된 캐릭터가 아닌 양극의 성격을 동시 다발적으로 내뿜는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1950,60년대 한국영화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1957년 <황진이>에서 요염한 관능미를 내세우며 ‘세기의 요녀’로 떠오른 도금봉은 데뷔작에서 보여준 강한 캐릭터에 매몰되지 않고 유관순[<유관순>(1959, 윤봉춘)], 심청[<대심청전>(1962, 이형표)], 세련된 도시처녀[<동심초>(1959, 신상옥)], 대가족 집안에 시집 온 순박한 시골처녀[<새댁>(1962, 이봉래), 살인까지 마다않는 사악한 찬모[<월하의 공동묘지>(1967, 권철휘)]로 완벽하게 변신할 줄 아는 배우였다.

관객은 그녀가 연기한 유혹적인 여성(<천하일색 양귀비>(1962, 김화랑․김기덕)]에 매혹되는 동시에 하루하루를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동네 처녀[<또순이>(1963, 박상호)]에 웃고 울었다.

40여 년의 연기생활동안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200여 편(그녀의 기억에 따르면 500여 편)에 출연한 도금봉은 오늘날 관능의 배우로 기억된다.

그녀의 관능은 특별히 아름다운 외모에서가 아니라 그녀만의 몸짓과 태도에서 나온다. 그녀가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거침없고 도발적인 몸짓과 자신감이 넘치는 대담한 연기는 어떤 여배우보다도 매력적이었다.

그녀의 관능적 매력은 평범한 소시민의 욕망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신상옥)의 성한댁과 <성춘향>(1961, 신상옥)의 향단, 돈을 벌기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속적인 <젯트[Z]부인>(이규웅, 1967) 등은 그 누구도 아닌 도금봉이 연기했기 때문에 생동감이 배가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팔색조의 매력을 보여주며 1950,60년대 화려한 스타로 군림했던 도금봉이 올해 6월 3일 대중에게 잊힌 채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그녀의 쓸쓸한 죽음보다 생동감과 열정이 넘쳤던 그녀의 삶과 연기를 기억할 것이다. 여성영화인모임은 그 누구보다도 개성이 강하고 매력적이었던 배우, 도금봉을 회고하며 그녀의 영전에 공로상을 바친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하는 여성영화인축제는 12월14~15일 양일간 예술영화관의 대표브랜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되며, 공로상이 수여될 ‘2009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은 둘째날인 15일 (화) 저녁 7시 30분에 그 막을 연다. 그 밖의 시상부문으로는 가장 큰 활약을 펼친 여성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여성영화인상’과 ‘연기상’, 그리고 ‘제작/프로듀서’, ‘연출/시나리오’, ‘독립/다큐멘터리’, ‘기술’, ‘홍보마케팅’ 의 부문상이 수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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