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감사원 국장급 인사 조율한 듯…인적쇄신 앞두고 논란 예상

감사원 고위직들의 일괄 사의표명에 앞서 청와대와 감사원이 인사문제에 대한 조율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위직 사의표명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인적쇄신을 앞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쌀직불금 사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감사원의 감사위원과 1급 이상 고위간부 전원은 지난 주말과 이번 주에 걸쳐 김황식 감사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하거나 사표를 제출했다.

이번에 사의를 표명한 감사위원은 김종신, 이석형, 박종구, 하복동, 김용민, 박성득 등 6명 전원이며, 사표를 제출한 고위간부는 차관급인 남일호 사무총장을 비롯해 성용락 제1사무차장, 유충흔 제2사무차장, 김병철 기획홍보관리실장, 이창환 감사교육원장, 문태곤 고위감사공무원 등 공석인 감사연구원장을 제외한 1급 이상 전원이다.

감사원의 고위직들이 일괄사의를 표명한 것은 감사원 역사상 처음이다.

◈ 고위간부들 사전 논의 "책임지는 자세, 조직 발전 위해 사표 제출"

이번에 사표를 제출한 감사원 고위간부들은 지난 주 모임을 갖고 사표제출 여부를 놓고 논의를 벌였고 지난 주말 김황식 감사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한 고위간부는 "최근 쌀직불금 사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조직 발전과 분위기 일신을 위해 물러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최근 쌀직불금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과 부당수령자 은폐 의혹을 받은데다 개원 이후 처음으로 국회 국정조사까지 받게 되면서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큰 타격을 입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에 대해 고위직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또 국정조사 이후로 예상되는 인적쇄신을 앞두고 감사원장과 조직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고위직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당초 이달말로 예정했다가 쌀직불금 사태로 일시중단된 인사 준비에 착수해 12월 5일 국정조사가 끝난 이후 김황식 원장과 청와대가 사표를 선별적으로 수리하면서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을 단행할 전망이다.

◈ 靑-감사원 인사조율 의혹…인적쇄신 앞두고 논란 예상

그러나 이에 앞서 청와대가 감사원의 국장급 인사안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 측에서 감사원의 국장급 인사안을 받아보고 지난해 국장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인사안을 되돌려 보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청와대와 감사원간에 인사 문제에 대해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결국 감사원 인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의중이 전해지면서 고위직들의 일괄 사의표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 관계자는 "청와대와의 인사 조율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고, 사표를 제출한 고위간부들도 "청와대의 압력은 들은 바 없으며 최근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한 독자적인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전윤철 전 원장의 사퇴 당시부터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감사위원들은 일괄사퇴 압박을 받아왔고 김황식 원장의 취임 이후에도 지난 정부 시절 고위직의 대규모 물갈이 전망이 감사원 안팎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인적쇄신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의 반발 등에 따라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쌀직불금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일에도 감사원 내부전산망에 감사원 실무자협의회 명의로 "대통령과 권력에 맞서는 한이 있더라도 소신껏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감사원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는 자성의 글이 올라온 사실이 CBS 보도로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쌀직불금 사태를 계기로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해 인적쇄신은 물론 법개정까지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감사원의 '환골탈태' 선언이 국민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소속기관이란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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