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확신, 그리고 이에 대한 무한책임의식이 있는가

미디어포커스는 포털 문제를 연구한 바 있는가

KBS <미디어포커스>에서 지난주 <포털 길들이기에 나선 조중동>라는 철저히 친포털의 입장에서 기획된 보도를 내보냈다. 담당 기자는 이랑이었다.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차원에서,<미디어포커스>의 편향된 보도에 대해 성명서를 내려다 일단 유보시켰다. 왜냐하면 <미디어포커스>의 문제는 비단 이번 보도 한 건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고질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주 <미디어포커스>에서는 구본홍 YTN 사장 임명과, 대통령 기록물에 관한 청와대와 봉하마을의 갈등을 다뤄었다. 역시 특정 정치세력이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베낀 수준의 편향된 보도로 일관했다.

공영방송에서 타 매체의 보도를 비평하는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타 매체의 보도를 논평하려면 그에 10배 이상의 실력이 필요하다. 그것도 일반 민영 매체가 아닌 공영방송이라면 아마 100배의 실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껏 <미디어포커스>가 보여준 실력은 10배와 100배의 실력이 아니라 10분의 1도 안 되었다. 그러면서 타 매체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니, 나는 이들에게 “대체 무슨 생각으로 미디어포커스를 운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포털 길들이기에 나선 조중동>이라는 보도에서 담당 기자는 마지막을 “인터넷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어떻게 장점을 살려나갈 것인지, 자칫 빈대 잡으려다 집을 태우는 건 아닌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라며 결론을 단정지었다. 과연 담당 기자가 포털 문제에 대해 그간 얼마나 연구를 하고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의아스럽다.

나의 솔직한 판단을 묻는다면, 이것 저것 이슈만 있으면, 민언련, 언개련 등 좌파단체의 성명서나 그대로 베끼는 수준의 보도를 하는 <미디어포커스>의 비 전문 기자들의 수준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미디어포커스> 측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면, 언제든지 공개토론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밝혀야 한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다 잘못된 보도인가

최근 <미디어포커스>는 단체 MT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리에서 <미디어포커스>의 진로에 대해 기자들끼리 논의를 했지만, 결국 기존의 관점 그대로, 좌파언론단체의 입 노릇을 하면서 조중동 공격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보도태도는 더욱 더 강경해졌다.

이번주에 보도된 YTN 구본홍 사장 건과 봉하마을 기록유출 건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공기업이 52%의 지분을 갖고 있는 YTN의 기업구조의 근본적 한계로 다룰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봉하마을 건 역시 노대통령이 서버를 반환하지 않는 문제가 다시 첨예한 쟁점이 되는 등 현재진행형의 사안이다.

특히 같은 시기 방송통심의위원회에서 MBC ‘PD수첩’ 관련 심의결과가 발표되었기 때문에, 조중동 입장에서는 그간의 보도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한정된 지면에서 YTN 문제의 비중을 낮게 다룰 수 있었다.

이를 왜 오직 <미디어포커스>의 비전문 기자들의 시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공중파를 통해 맹비난을 퍼붓냐는 것이다. <미디어포커스>의 기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언론생명을 걸 수 있을 정도로 확신을 갖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장 KBS에 사표를 쓰고 필자와 같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인터넷신문이나 웹진을 운영하라. 최대한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인터넷신문을 운영하는 나조차도 언론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나의 언론생명을 걸다시피 한다.

그렇게 확신이 있을 때만 단정을 내리고, 의도적으로 이를 곡해하는 언론사를 공격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는 나는 무한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있다다. <미디어포커스> 기자들에게 이런 전문성과 책임의식이 있냐는 것이다.

그간 <미디어포커스>의 보도를 볼 때, 정말 도저히 방송을 내보내서는 안 되는 수준의 것들이 수두룩했다. 나의 기억 속에 남은 최악의 보도는 북한 비판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다루었던 내용이다. <미디어포커스>는 요덕스토리를 띄우는 조중동에 “예술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비판을 퍼부었다.

대체 <미디어포커스> 제작진 내부에서 비판적 리얼리즘과 같은 예술이론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가? 예술과 정치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보통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이런 사안을 어떻게 일개 비전문 방송기자 따위가 함부로 “내 생각대로 보도하지 않으면 다들 왜곡보도한 매체”라는 선언을 하냐는 말이다.

그러고나서 <화려한휴가>가 개봉되었을 시, 좌파언론들이 <요덕스토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으로 홍보 나팔수 역할을 했었다. 이 때 <미디어포커스>기자들은 대체 뭐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타 매체를 비평한다는 것은 앞서 말한 대로 월등한 실력을 바탕으로 엄밀한 객관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실력이 안 되면 그건 비평이 아니라, 그냥 댓글 수준의 말싸움으로 전락한다.

미디어포커스의 젊은 기자들은 답해보라

실제로 <미디어포커스>는 엄밀한 매체비평도, 미디어산업진흥에도 관심이 없고, 조중동을 비판하는 명분으로, 사실 상 특정 정치세력의 입을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도가 이번주의 이효용 기자의 봉하마을 건이었다. 이것은 조중동 비판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 상 노무현 정치세력이 원하는 보도를 100% 충족시켰다. 한마디로 매체비평의 가면을 쓴 정치칼럼이었다.

특히 노무현 정권 당시 <미디어포커스>에서 이런 사안이 한두 건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는 <미디어포커스>만의 행태가 아니라, 민언련 등 친노무현 언론세력이 정해준 하나의 보도 지침이었다. 지금의 방식은 그야말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자신들의 주관적 생각이나 특정 정치세력의 지침을 그대로 공중파에 내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미디어포커스>에는 의외로 젊은 기자들이 많이 참여한다. 71년생 이하 젊은 기자라면 매체비평관에 대해서 정치에 중독된 386세대와 다른 방향을 설정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매체시장을 활성화시켜, 보다 많은 젊은 언론인들이 진취적인 언론생활을 할 수 있을지, 그 기준으로 매체비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미디어포커스>는 정치중독자들에 끌려다니며, 이러한 젊은 매체비평에 완전히 역행하고 있다.

나는 언론인의 탈을 쓴 386세대 정치꾼들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나의 관심사는 오직 차세대 언론인들 뿐이다. 나는 그 점에서 <미디어포커스>의 젊은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

첫째, 자신이 비평하는 진실에 대해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로 확신을 갖고 있는가?
둘째, 자신이 비평하는 방식이 전체 언론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가?
셋째, 타 매체 기자들의 기사를 난도질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들의 전문 실력에 대해 확신하는가?
넷째, 그렇게 확신했지만, 그 확신이 틀렸을 때, 언론생활을 접을 정도의 책임을 질 각오는 되어있는가?

이 네 가지 확신이 없다면, 아무리 데스크에서 지시가 내려와도, 정치꾼들의 스트레스나 풀어주는 수준의 매체비평은 당장 그만둬라.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고집한다면 쓸데없이 386 정치꾼들에게 부역하고 있는 어용언론인의 길을 가고 있다는 점,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 그리고 당신들의 실명과 보도 하나하나는 모두 어용 언론의 역사에 영원히 남는다는 것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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