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마치시고 예수께서 시몬에게 이르시되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누가복음 5장 4절)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다. <속도에서 깊이로>란 제목의 책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디지털 시대이다.
디지털 시대는 속도의 시대이다. 이 책의 전제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철학, 올바르고 행복한 삶으로 가는 길은 깊이의 차원으로 나아가는 길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깊이를 상실하고 속도만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세계에 혼란이 일어난다. 깊이의 차원이 취약한 채로 속도만 강조하다 보면 뿌리가 약한 나무와 같이 되고, 기초가 허약한 빌딩과 같게 된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욕구가 동시에 존재한다. 첫째는 외부로, 밖으로 뻗어가려는 욕구이다. 둘째는 자신만의 세계,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추구하는 욕구이다.

누가복음 5장에서 예수께서 베드로를 제자로 부르시는 본문에서 <그물을 깊은 데로> 던지라 이르셨다. 물론 예수께서 이르신 말씀은 고기 잡는 그물을 깊은 데로 던지라는 말씀이지만 나는 그 뜻을 넓혀서 인생의 그물을 깊은 데로 던지라는 말씀으로 읽는다. 종교의 세계, 신앙의 세계는 깊이의 세계이다. 깊이가 결여된 종교와 신앙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와 같다.

한국교회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교회이다. 그만큼 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책임이 큰 교회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국민적인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종교의 본질이 되는 깊이의 차원을 소홀히 한 채로 밖으로 뻗어나가 성장 일변도로 지나온 탓이다. 그러니 다른 무엇보다 교회가 하여야 할 바의 첫째는 깊이의 차원을 회복하는 길이다.

예수님이 이르신 말씀을 따라 깊은 데로 그물을 던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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