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내’

[(부산)조은뉴스=김건희 인턴기자] 형법 제21조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 형법은 이러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국내 정당방위 기준을 보면 반드시 방어행위야 하며 도발하거나 먼저 폭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 그리고 상대방의 피해정도가 본인보다 심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있다.

최근 사건을 살펴보면 37년 전 남편의 매질을 시작으로 상습적인 폭력에 못 이겨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법원은 37년간 함께 산 남편을 살해한 아내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먼저 때린 건 남편이었지만 ‘정당방위’는 인정받지 못했다. 아내 측 변호인 입장은 심식미약의 상태인 아내가 남편의 폭행에 피고인 아내가 스스로 방어하지 않았다면 말 그대로 ‘맞아 죽었을’ 사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왜 아내는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했을까?

피고인 아내는 사건당일 계모임이 끝난 후 술을 마신 상태 즉 ‘심식미약’ 상태를 주장했고 그 이유로 남편은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했다. 그 과정에 아내는 2.5kg의 장식용 돌로 남편의 머리를 내려친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제기된 점은 지나친 폭력에 방어행위로 돌을 내려친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뒤의 행동이 문제가 됐다. 돌을 맞고 남편이 바닥에 쓰려져 기어가는 상태임에도 따라가 수차례 가격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남편이 방어력을 상실한 이후에도 피고인이 계속해 머리 부위를 가격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의자 신문 당시 분노감만 표현했을 뿐 공포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살해된 남편처럼 ‘매를 맞다 남편을 죽인 여성’의 정당방위가 국내에서 인정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동안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은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드릴 사례가 드물다.

우리나라는 가정폭력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요건은 외국에 비해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독일 등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반복된 폭력으로 ‘공격이 임박했다는 공포’만 느껴도 위협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남편의 폭력을 물리친 것이라면 정당방위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 해 13월 ‘가정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 법률안’을 발의했다. 여러 외국사례처럼 가정폭력을 피하려다 발생한 행위의 정당방위 인정 범위가 넓혀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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