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효의 세상이야기 [제 2.344회]

위인설(Great Man Theory). 
리더는 다른 구성원과 다른 우수한 소질과 특별한 특징이 있다는 리더십 이론이다. 위인설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리더 덕택에 사회가 발전하고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19세기에 각광받았던 위인설은 오늘 발표된 한 거미 연구에 의하면 완벽한 이론은 아닌지도 모른다. 지난 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대학교(UC) 샌타바버라캠퍼스 연구진은 거미들의 공동체를 연구한 결과, 거미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리더가 아닌 거미 구성원들일 수 있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UC샌타바버라캠퍼스의 진화생태학자인 조나단 프루이트는 스테고디푸스 두미콜라(Stegodyphus dumicola) 라고 하는 사회성이 뛰어난 거미를 연구해 리더십 역학과 사회적 순응성(social susceptibility)을 알아 볼 수 있는 모형을 만들었다. 

사회적 순응성은 구성원들이 영향력 있는 구성원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에 맞춰 자신들의 행동을 바꿔나가는 경향성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 순응성이 높다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리더를 잘 따른다는 뜻이다.

학술지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에 실린 이 연구의 결과부터 소개하자면 어떤 집단의 발전은 영향력 있는 구성원의 영향이 아닌, 구성원 다수의 사회적 순응성이 결정한다.

◇ 용감한 거미와 평범한 거미
연구진은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과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거미 집단 240개를 확보했다. 각 집단에는 용감한 거미와 그렇지 않은 거미가 고루 있었다.

용감한 거미인지 아닌지 여부는 바람을 쏴서 가려냈다. 거미 스테고디푸스 두미콜라는 시력이 좋지 않아 바람을 맞으면 박쥐나 새, 말벌 등으로 착각한다. 

포식자로 착각한 거미는 몸을 웅크리며 죽은 체하는 자세를 했다. 이때 용감한 거미는 이 자세를 오래 하지 않았으나, 소심한 거미는 거의 20분 동안 그렇게 있었다.

이후 연구진은 용감한 거미의 존재로 인해 집단 전체의 행동이 바뀌는지, 갑작스런 멸종 위기가 닥쳤을 때 사회의 침략력(aggressiveness)에 의해 구성원의 생사 확률이 달라지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습한 환경일 경우, 집단 전체의 행동 양상과 생사에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용감한 개체가 집단 전체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건조한 환경일 때는 달랐다. 용감한 개체의 존재와 사회적 침략력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용감한 개체가 있었던 집단은 생존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

이 연구에서 용감한 개체는 습한 환경과 건조한 환경에 모두 존재했다. 그러나 그 사회적 영향력은 환경에 따라 달랐다. 이 사실은 뒤집어 말하자면, 
그 사회적 영향력을 끌어내는 근본이 리더 때문이 아닌, 거미들이 사는 사회적 환경(맥락) 때문임을 암시한다. 

이 사회적 영향력은 리더 격의 용감한 거미가 아닌 평범한 거미에게서 나오는 듯 보인다.

프루이트는 "용감한 개체를 사회적 영향력이 거의 없는 습한 장소에서 꺼내 건조한 장소의 소심한 거미들에게 뒀다. 그랬더니 소심한 개체들은 이 용감한 개체들이 어디에서 왔든 개의치 않고 따르려고 했다"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는 건조한 장소의 용감한 개체가 지닌 특별한 사회적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  집단 구성원 대다수의 사회적 순응성 때문이다.  사회적 순응성으로 인해 유리한 사회적 체계가 나타나게 된다" 라고 말했다.

◇ 거미 연구, 전부는 아니다!
물론 거미 연구만으로 위인설이 틀렸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위대한 지도자 덕택에 역사가 바뀐 사례도 많다. 또 거미와 사람은 특성이 서로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거미 연구가 던지는 철학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용감하고 특별한 지도자가 있을 수 있는 것은 그를 따르는 평범한 구성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 기러기의 리더쉽
당신은 먹이와 따뜻한 곳을 찾아 40,000km를 날아가는 기러기를 아십니까? 기러기는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대형을 그리며 머나먼 여행을 합니다.

가장 앞에 날아가는 리더의 날갯짓은 기류에 양력을 만들어 주어 뒤에 따라오는 동료 기러기가 혼자 날때 보다 71%정도 쉽게 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들은 먼길을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냅니다. 그 울음소리는 앞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들게 날아가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입니다.

기러기는 40,000km의 머나먼 길을 옆에서 함께 날개 짓을 하는 동료를 의지하며 날아갑니다.

만약 어느 기러기가 총에 맞았거나 아프거나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동료 기러기 두 마리도 함께 대열에서 이탈해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또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 할 때까지 동료의 마지막까지 함께 지키다 무리로 다시 돌아온답니다.

오늘도 기러기의 협동과 리더쉽을 생각하며 생활하는 지혜로운 수요일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저작권자 © 인터넷조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