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뉴스=홍성룡 기자]   북한이 30일 17년 만에 전격 화폐 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복수의 북한 무역 일꾼들은 이날 "당국이 오늘 오전 11시부로 전격적인 화폐 개혁을 단행했으며 오후 2시부터 화폐 교환이 시행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환 비율은 100대 1로, 1천 원이 10 원으로 교환됐다"며 "전격적인 화폐 개혁에 놀라 평양 주민들이 큰 혼란에 빠졌으며 자칫 은닉 재산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위안화나 달러로 바꾸기 위해 몰리는 바람에 평양의 암거래 시장이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으며 달러나 위안화가 폭등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화폐 개혁을 단행한 것은 1992년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후 1947년 12월 기존 화폐를 새 화폐와 1대 1 교환을 실시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한 차례의 화폐 개혁과 4 차례의 화폐 교환을 단행했다.

북한이 전격적인 화폐 개혁에 나선 이유는 임금과 물가를 현실화한 2002년 7.1 경제개혁 조치 이후 화폐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목적 이외에도 북한 주민들이 보유, 암거래 시장에서 유통되는 지하 자금을 끌어내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외화 확보를 위해 해외에서 일하는 무역 일꾼과 주재원들이 정해진 '충성 자금'만 성실히 상납하면 귀국할 때 얼마를 챙겨 어디에 사용하든 묵인해 왔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근무한 주재원과 무역 일꾼들이 귀국하면서 챙겨온 막대한 자금이 당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지하에서 은밀하게 유통돼왔다. 이들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평양의 최고급 아파트 가격이 1-2년 사이 배 이상 폭등하는 등 과열 양상을 빚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 화폐 개혁을 위해 상당 기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2개월 전 북한에서 온 고위급 인사가 '곧 대대적인 경제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며 "대외 개방 조치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화폐 개혁은 뜻밖"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폐 개혁 조치와 관련,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한 무역 일꾼은 "충성 자금만 바치면 사유 재산을 인정해준다고 했으나 결국 은닉 재산을 몰수한 격"이라며 "북한에 보유하고 있는 구 화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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