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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감 불어넣는 능력 뛰어나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이처럼 선수들과의 신경전을 통해서만 팀 전력을 향상시켰다면 그를 리더십의 대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능력에서 더욱 탁월하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선수들은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 전날 밤 히딩크 감독의 방으로 한 명씩 불려갔다. 좀처럼 개인 미팅을 하지 않았던 히딩크 감독은 이 자리에 불려온 선수들에게 그동안의 체력측정 결과를 펼쳐 보여주며 “지난 5개월 동안 너의 체력이 향상된 것을 눈으로 확인해 봐라!

나는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감독을 했지만 지금 우리 팀의 체력 수준은 레알 마드리드 이상이다. 너도 그 중 하나다!” 라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리고는 “우리가 월드컵에서 맞붙을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지만 너의 실력도 절대 그들에 못지 않다. 나는 세계 최고 스타들을 직접 감독했던 사람이다. 누구보다도 그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팀이라면 그들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당시 대표팀의 맏형이었던 홍명보는 “히딩크 감독과 미팅을 한 후 네 차례의 월드컵 출전 가운데 가장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고 말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홍명보의 마음을 말 몇 마디로 안정시킬 수 있었다면 다른 선수들은 말 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수퍼스타가 아니었던 박지성과 이영표를 PSV  에인트호벤으로 데려가 최고의 선수로 길러낸 부분에서는 선수의 성장 잠재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끝까지 최고의 선수로 키워내는 히딩크 감독의 능력을 알 수 있다.

박지성은 네덜란드 진출 이후 한 해 동안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월드컵과 소속팀을 오가며  2001년과 2002년 두해 동안 사흘 이상 쉬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혹사한 박지성은 오른 무릎 연골판의 일부분이 손상됐고 네덜란드 무대에 진출한 2004년 3월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박지성은 부상회복에다 유럽 무대 적응기를 거치면서 홈 팬까지도 야유를 할 정도로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였다.

이영표에 대해서도 비난이 일었다. PSV  에인트호벤의 왼쪽 사이드백으로 거의 전경기를 소화한 그였지만 네덜란드 무대에 데뷔한 첫 해에는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고 전술적인 움직임에서도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박지성과 이영표에 대한 신뢰에는 변함이 없었다. 네덜란드의 유명 축구평론가들이 잇달아 “한국 선수들을 데려온 것은 히딩크의 실수” 라고 비아냥거렸지만 히딩크 감독은 이렇게 애제자들을 감쌌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현재로선 수퍼스타가 아니다! 수퍼스타를 영입하려 했으면 나는 그들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충분히 수퍼스타로 성장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선수고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히딩크 감독의 이같은 태도에 네덜란드 언론은 계속 물음표를 달았다. 하지만 그 시즌 코리안 듀오가  PSV 에인트호벤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자 이들이 달았던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그달 초 AC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을 취재하기 위해 네덜란드에 머물 당시 현지의 유력 일간지인 데 텔레흐라프의 예룬 기자는 한국 선수들에 대해 이런 평가를 했다.

“히딩크 감독이 ‘기다려보라’고 했음에도 한국 선수들이 성공하리라고 믿는 기자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말이 결론적으로 맞았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PSV 에인트호벤의 전력에서 필수불가결한 선수가 됐다! 이제는 팀이 그들과의 재계약을 위해 목을 매는 지경에 이르렀다!”

☆ 언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짚기도
히딩크 감독 하면 또하나 떠오르는 것이 능숙한 언변이다. 역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린 그는 오랜 지도자생활을 통해 신기에 가까운 언론 대처능력을 보였다.‘

불가근 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를 너무도 적절히 구사하며 때로는 무시하고, 때로는 살갑게 대하며 매스 미디어가 원하는 바를 너무도 정확히 짚어냈다.

사상 최초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뒤 상대가 세계 최강 이탈리아로 결정되자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I’m still hungry)” 라고 말해 한반도 전체를 감동시킨데서 잘 보여주듯 히딩크 감독이 내뱉은 말 가운데는 그야말로 어록에 올려도 될 만한 것이 적지 않다.

당시 스포츠전문지에서는 히딩크 감독이 인터뷰 중 내뱉은 말을 따로 모아 특집판을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언론 대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말만 번지르르 해서가 아니었다.

자신과 자신이 이끄는 팀에 언론이 가장 호의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를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히딩크 감독은 경기에서 패한 후 인터뷰장에 나타날 때 항상 미소와 농담을 잊지 않는다. 대부분의 축구 지도자들이 패한 후 실망스럽거나 패배의 책임을 통감하는 경직된 얼굴로 인터뷰에 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은근슬쩍 애교까지 부린다.

지난 5월 5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이 좌절된 후 한국 취재진은 히딩크 감독의 ‘4강 징크스’에 대해 물었다.

두 차례의 월드컵과 한 차례의 챔피언스리그에서 준결승전에서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한 이유를 물은 것이다. 우승컵을 가슴에 품고 싶은 것은 모든 승부사의 열망인 만큼 히딩크 감독으로선 매우 뼈 아플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일단 “나한테 그렇게 심하게 묻지 말아요!” 라고 우스꽝스런 포즈를 취해 예봉을 피해갔다. 그런 후 자신은 결승진출에 실패하기 보다는 전력이 약한 팀을 이끌고 4강까지 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약점을 감추고 강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반면 경기에서 승리한 뒤에는 오히려 자신과 팀에 대해 엄격한 평가가 뒤따른다. ‘오늘 경기는 어떤 점이 부족했고, 이를 어떻게 고쳐나가겠다’는 식의 냉정한 평가도 내린다.

다만 자신의 팀에 대한 비판을 할 때도 히딩크 감독에게는 원칙이 있다. 절대 선수 개개인에 대한 공개적인 평가나 비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경기와 관련한 선수 개개인의 잘못된 점을 자신의 입으로 언론에 밝히지 않는다. “나를 믿고 따르는 부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팀워크를 저해하는 행동이기 때문” 이라는게 히딩크 감독의 설명이다.

그러나 안정환의 경우처럼 자신의 리더십을 높이기 위해 ‘언론 플레이’가 필요한 경우에는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교묘하게 언론을 이용한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언제나 치밀한 계산이 포함돼 있어 절대 적절한 수준을 넘는 법이 없다.

오늘도 상대에게나 나에게나 삶에 자신감이 충만한 금요일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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