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00주년, 하얼빈 현장 르포③]

[조은뉴스=강성태 기자]  
성매매 엄격 vs 주택가 3집 걸러 한 곳이 윤락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양면성 노출
韓-中 닮음꼴… 법 잣대, 권력유무에 따로 움직여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 중국 하얼빈[哈爾濱, Harbin]역. "탕, 탕, 탕" 3발의 총탄에 국적 1호인 ‘조선 초대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쓰러졌다. 을사늑약의 한을 안고 러시아 연해주로 망명, 의병을 일으킨 청년의 총탄이 69살 한국 침략 원흉의 가슴을 꿰뚫었다. 청년은 러시아 헌병대에 붙잡혀 쓰러지면서도 가슴에 성호를 긋고 외쳤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크게 외쳤다. “까레야 우라! 까레야 우라! 까레야 우라!” 러시아어로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를 뜻한다. 100년 전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장면이다. 광역매일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을 맞아 하얼빈 현지 모습을 르포기사로 지면에 담는다.<편집자 주>

11월 13일 오후, 하얼빈 공항에 첫발을 내딛을 당시부터 내리던 눈이 3일이 지나도 그칠 줄 모른다. 오히려 날이 더할수록 눈발의 세기만 점점 위력을 떨쳐가고 있다.

도심 곳곳에는 옹기종기 모여 제설작업이 한창인 인부들이 종종 눈에 띈다. 한국에서도 겨울이면 가끔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곳에서의 제설작업은 그저 사람들을 동원해 눈을 쓸어내는 게 전부다.

“하얼빈 도심에서 눈이 오면 현지인들은 대부분 제설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이곳에는 뚜렷한 직장을 가진 사람이 크게 없어 그나마 제설작업도 그들에게는 큰 일거리 중의 하나”라고 현지 가이드가 통역을 통해 알려줬다.

나중에 전해 들었지만, 1구역 당 제설작업에 참여한 인부들의 일당이 1원(한화 187원)이라는 말에 현지인들의 취업난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알 수 있었다.

쉼 없이 내린 눈 덕분에 3일을 꼬박 하얼빈 도심에서만 지냈다. 인부들을 동원해 제설작업을 하는 곳도 극히 도심지역에만 국한돼 있어 외곽지역은 쌓인 눈으로 통행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통역이나 가이드가 없는 시간에는 호텔에서 머물거나 인근에 위치한 한국인이 경영하는 국제결혼중개사무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사장이 현지인과 국제결혼을 하고 난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국제결혼의 절차는 아주 간단했다. 현지에서 맞선을 본 후 그 자리에서 바로 결혼여부를 확정하고, 다음날 간단한 결혼식과 웨딩촬영이 진행된다. 그리고 밤이면 곧바로 초야를 치른다.

문제는 중국에서 결혼증명서가 나오기 전에 호텔 등에서 남녀가 혼숙을 하면 성매매라는 범죄가 성립돼 처벌을 받는다.

중국에서 성매매는 아주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주택가가 밀집한 현지는 마치 대규모 윤락촌을 연상케 할 만큼 곳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한국처럼 일종의 위장장치도 없이 한 눈에 봐도 윤락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간판들이 버젓하게 줄지어 세워져 있다.

“중국사회에는 무조건 되는 것도 없지만, 또 안 되는 것도 없다” 현지에서 국제결혼사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회주의제체에서 원칙을 중요시 여겨 한국사회에서처럼 융통성을 발휘 못하는 게 중국의 하부관료라면, 돈이면 고위직 관료를 통해 안 되는 것이 없는 게 중국사회가 가진 양면성이다.

때문에 결혼증명서 없이도 초스피드로 진행된 신랑신부가 호텔에서 초야를 치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 회사의 경우 특정 호텔 6~8층을 사용하는데, 그 곳은 현지 관료들에게는 치외법권지역이나 다름없어 일체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성매매에 대한 처벌이나 단속이 엄격하면서도 주택가 곳곳에 밀집해 있는 윤락촌 역시 이와 같은 원리로 보면 된다. 현지의 윤락가는 예전에 한국에서 성행했던 안마시술소와 비슷한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특별한 점은 발마시지를 받을 수 있다는 간판에다 반라의 여성사진이 곁들여 있다는 것이다.

주택가가 밀집한 현지에는 3집 걸러 한 개가 이와 유사한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고 있다. 하얼빈 도시 전체를 윤락촌에 비견해도 무방할 정도다. 현지에서 유행하는 성매매의 심각성을 미뤄 짐작케 했다.

중국사회가 성매매에 엄격하면서도 이 같은 양면성을 보이는 것은 엄격한 규율이나 법칙의 잣대가 주로 서민층에만 겨냥되고 있기 때문이다.

빈부와 권력의 유무에 의해 법의 잣대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사회주의냐, 민주주의냐는 체제를 떠나 중국과 한국의 닮음꼴 중 하나라는 게 입맛을 쓰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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