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쓸모없는 인간은 없다.' [제 2.199회]

(어제 2부에서 이어집니다.)
맹상군이 재상으로 모시던 제나라 왕은 민왕이었다. 맹상군은 성심껏 민왕을 섬겼지만 민왕은 근본적으로 폭력적이고 의심이 많은 졸장부였다. 그는 국력이 강해지자 다른 나라와 전쟁을 일삼았고 무엇보다 맹상군의 존재를 부담스러워 했다.

맹상군은 비록 서출이지만 왕족의 피가 섞여있고 또한 일국의 재상으로 명예도 갖추었고, 왕이 부럽지 않은 풍부한 재물도 있다. 게다가 집에는 무려 3.000여 명의 식객이 넘쳐나니 왕으로서도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또한 사사건건 맹상군은 민왕에게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맹상군의 말은 이치상 어긋날 것이 없으나 묘하게 민왕의 심사는 뒤틀렸다. 그때 민왕에게 누군가 고자질을 했다.

“지금 나라 안팎에 제나라의 실질적인 왕은 맹상군이고, 맹상군이 있어 제나라가 유지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민왕은 당장 맹상군을 파면했다. 예나 지금이나 인심은 마찬가지이다. 그 많던 식객들은 맹상군을 버리고 떠났다. 겨우 몇몇만이 남았는데 그 중에 풍환이 있었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영지인 설 땅으로 돌아가 재기를 준비하자고 제안했고 맹상군은 풍환의 말을 따랐다. 맹상군의 초라한 행렬이 100여 리 밖에 이르자 백성들이 마중 나와 술과 고기를 내놓고 맹상군을 반겼다. 맹상군은 감격했다. 그리고 풍환의 깊은 뜻을 알게 된 것이다.

“선생이 전에 빚 문서를 태우고 은혜와 의를 샀다는 말뜻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풍환은 맹상군의 재기 공작을 시작했다. 그는 진나라의 소양왕을 찾아가 맹상군이 다시 진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소양왕은 옛날의 구원이 있지만 맹상군의 지혜와 내정에 능숙한 솜씨를 알고 있기에 승낙했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진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이지 말고 시간을 끌고 있으라 조언했다. 그리고 제나라의 민왕을 찾아갔다.

“진에서 맹상군에게 재상 자리를 제안했습니다. 지금 맹상군을 진으로 보내면 제나라는 큰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바로 불러 곁에 두고 부리는 것이 옳은 처사입니다!”

민왕은 반신반의 하면서 지켜보았다. 그때 진나라에서 사신이 맹상군에게 가는 것을 보자 곧바로 맹상군을 제나라의 재상으로 복직시켰다. 풍환의 능수능란한 외교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맹상군이 다시 권력의 핵심으로 들어서자 떠났던 식객들이 몰려들었다. 맹상군을 화를 내고 이들을 내치라고 명령했다. 이때도 풍환이 나섰다.

“아침에 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녁에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이는 저녁 시장에는 살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식객이 떠난 것은 공이 싫어서가 아니라 빈궁해서 떠난 것입니다! 부자 주변은 사람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니 돌아오는 이들을 내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의 피신처를 마련해 두는 것입니다. 하물며 미물인 토끼도 도망갈 굴을 세 개나 파 놓습니다!”

맹상군은 풍환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 풍환은 위나라의 혜왕을 알현, 맹상군이 위나라에 봉사 할 뜻이 있음을 비췄다. 혜왕은 재상보다 높은 상국의 자리를 마련하고 맹상군을 초빙했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가지 말 것을 조언하고 제나라의 민왕을 만나 담판을 지으라 조언했다.
맹상군은 민왕을 만나 이렇게 제안했다.

“제가 제나라의 녹을 먹으면서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해서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제 영지인 설 땅에 제나라의 선대 종묘를 세우고 싶습니다!
왕께서 허락해 주시면 제기를 마련하는 것과 관리하는 비용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민왕은 잠시 대답을 미루었다. 그러자 위의 사신이 마차 10대에 온갖 선물을 채우고 맹상군을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자 재상 자리를 계속 유지하며 설 땅에 종묘를 세우는 것을 허락한다. 이제 설 땅에는 제나라 역대 왕을 모신 종묘가 있으니 설사 민왕이라 할지라고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맹상군은 이제 설 땅의 굳건한 영지를 마련했고 또한 위나라의 상국을 제안을 받은 상태에서 제나라의 재상 자리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토끼가 도피처 3곳을 만들어 놓는다는 고사성어인 ‘교토삼굴(狡兎三窟)’을 확고히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민왕과 맹상군의 밀월기간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민왕의 맹상군에 대한 불신과 질투는 여전했다. 맹상군은 먼저 사직계를 내고 은거에 들어갔다. 백성은 물론이고 각 나라의 제후들은 맹상군의 처신과 인덕에 탄복했고 그를 더 존경하게 되었다.

전국 칠웅 중에서 가장 무력했던 진나라는 맹상군이 비록 재상에서 물러났지만 언제든지 위기 때 제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반간계로 맹상군 제거공작을 폈다. 즉 제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민왕은 어리석게도 이 공작에 넘어가 맹상군을 죽이려 들였다.

맹상군은 살해 위협까지 받자 기원전 284년 또 하나의 굴이었던 위나라로 가 재상이 된다. 그리고 조, 위, 한, 진, 연의 5개 연합군을 구성해 제나라를 공격한다.

민왕은 연합군의 장수인 악의에게 제거되고 결국 제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민왕의 개인적인 어리석음과 부하에 대한 질투가 자신은 물론 나라까지 잃게 만든 것이다. (내일은 마지막 4부로 이어집니다.)

벌써 3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도 좋은 기후에 행복한 주말이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사단법인)독도사랑회
사무총장/박철효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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